난 꽃다발보다 사발면 한 박스가 더 좋아”
언제나 씩씩한 봉수미(남상미 분)는 자신을 매일 쫓아다니는 사채업자에게도 큰소리 치고, 거리에서도 큰 소리로 열창하는 열정적인 여자다. 어느 날, 다짜고짜 찾아와 오글거리는 멘트와 함께 우산을 건네는 여장부(차태현 분) 덕분에 멘붕(멘탈붕괴)을 경험하지만 조금씩 그의 순수한 진심에 흔들려 여장부의 최측근이 된다. / ‘슬로우 비디오
언제나 씩씩한 봉수미(남상미 분)는 자신을 매일 쫓아다니는 사채업자에게도 큰소리 치고, 거리에서도 큰 소리로 열창하는 열정적인 여자다. 어느 날, 다짜고짜 찾아와 오글거리는 멘트와 함께 우산을 건네는 여장부(차태현 분) 덕분에 멘붕(멘탈붕괴)을 경험하지만 조금씩 그의 순수한 진심에 흔들려 여장부의 최측근이 된다. / ‘슬로우 비디오
[MBN스타 여수정 기자] 민낯에 가까운 메이크업에 빗질이 필요없는 부스스한 머리까지. 배우 남상미가 제대로 털털하고 시원시원한 여자로 변신에 ‘성공했다. 차태현, 오달수, 김강현과 손잡고 영화 ‘슬로우 비디오로 스크린 공략에 나선 남상미는 극에서 봉수미 역을 맡았다.
주로 단아하고 조용한 역을 도맡았던 그녀에게 있어 이번 작품은 특별하다. 씩씩하고 엉뚱한 모습을 선보이는 건 물론, 숨겨둔 노래실력까지 뽐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동안 작품으로 단아한 이미지를 쌓아왔기에 변신은 신선하거나 낯설 수도 있다.
특히 봉수미를 열연한 남상미에게도 연기 초반 거부감이 있을 법도 했지만 난 내 입으로 여성스럽다고 절대 말하지 않는다. 다행히 연기했던 작품 덕에 여성스러운 이미지가 쌓인 것 같다”고 스스로 절대 여성스럽지 않음을 강조하며 밝게 미소를 지었다.
‘슬로우 비디오 시나리오를 받았을 당시 ‘결혼의 여신 막바지 촬영이 한창이었다. 감정선으로 힘들었는데 영화 시나리오를 읽고 따뜻하고 밝은 캐릭터 때문에 편했다. 난 사실 주로 어둡고 슬픈 역을 해왔는데 수미는 그런 캐릭터와 정반대라 정말 좋았다. 털털한 수미 역 연기가 어려웠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전혀 어렵지 않다. 내 전문이다. (웃음) 캔디처럼 마냥 밝고 천진난만한 인물이 아닌 나름대로의 사연도 있는 인물이라 연기하게 편하더라. 내가 캐릭터를 보이시하게 소화하는 면이 있는 것 같다. 지고지순하고 여성스러운 행동이 수미에게 조금이라도 있었으면 다소 불편했을 텐데 수미의 성격과 말투가 자연스럽고 편해 수월하게 연기했다.”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알려졌듯. 남상미는 봉수미 역을 연기하면서 민낯에 가까운 얇은 화장에 아주 가벼운 머리 손질만하고 촬영을 이어갔다. ‘슬로우 비디오 속 봉수미에 앞서 대한민국 여배우이기에 예쁘게 나오고 싶다는 일말의 욕심이 있었을 것도 같다. 이에 남상미는 물론 그런 마음도 있었지만 정말 너무 편해서 좋았다”고 촬영 당시를 떠올렸다.
촬영 당시 날씨가 정말 추운 겨울이었다. 민낯에 가까운 화장과 부스스한 머리 덕분에 이것저것 신경 안 쓰고 촬영에만 집중했다. 그래서 장말 편했고 좋았다. (웃음) 사실 머리 컬, 화장, 자세 등 비주얼에 신경을 쓰는 게 힘들다. 그럼에도 열심히 촬영하고 그 모습을 유지하는 한국의 여배우들은 정말 대단하다. 나 역시 ‘결혼의 여신에서 비주얼에 신경 쓰느라 조금 힘들었는데 그 후 수미를 만나 잠시 쉬어가는 시간이 되었다. 예쁘게 나오고 싶기보다는 코 밑에 점을 커버하는데 신경을 썼다.
씩씩하게 등장 때문에 남성 관객들이 보고 놀라면 어쩌나 라는 걱정은 없다. 20대 초반에는 주로 밝은 역을 도맡았고 30살이 되어서는 주로 여성스러운 역을 맡아왔다. 기존의 내 이미지를 좋아하는 분들 역시 수미를 통해 신선함을 느꼈으면 좋겠다. 사실 실제성격은 수미에 가깝고 여성스러움과는 거리가 멀다. 평소에도 꾸미기보다는 털털하고 행동파(?)다. 스스로 여성스럽다고 이야기한 적이 없다. 단지 배역이 주는 이미지 덕분에 여성스러운 이미지가 강해진 셈이다.”
어찌됐든, 관객들은 여성스러운 이미지를 벗고 제 옷을 입은 ‘남상미의 변신을 그저 즐기면 된다. 그녀의 변신도 영화 속 볼거리지만 뭐니 뭐니 해도 웃음으로 시작해 벅찬 감동으로 막을 내리는 ‘슬로우 비디오의 전개가 단연 화제다. 다소 오글거리는 멘트, 거부했지만 여장부의 진심에 서서히 마음을 여는 수미의 감정, 추운 겨울날 촬영했음에도 오색빛깔 가을을 담은 화면 등 제대로 ‘힐링이 가능하다.
드라마와 영화 촬영으로 컨디션은 피곤했지만 ‘슬로우 비디오를 보고나니 기분이 밝아지더라. 정말 따뜻한 위로를 받았다. 관객들 역시 영화를 통해 일상을 한번쯤 뒤돌아보고 슬로우 비디오처럼 쉬어갔으면 한다. 긴 호흡은 아니지만 보통의 영화들보다는 타이트한 회 차였다. 그러나 배우와 배우의 촬영이 아닌 연기 선후배 또는 오라버니들과 여행을 떠난다는 느낌으로 촬영했다. 또 차태현과 오달수 등 정말로 사람 냄새나는 사람들이 모여 작품에 임했다. 난 내 몸을 통해 영혼을 불어넣어줄 수 있는 캐릭터나 인물이 하나라도 등장하면 작품을 선택한다. 내 몸을 빌려서라도 수미에게 영혼을 넣어주고 싶더라. 수미 덕분에 내가 위로받고 치유 받았다. 보통 작품이 끝나면 연기한 캐릭터에서 벗어나려고 하지만 난 오히려 수미에게 기댔다. (웃음)
사진=이현지 기자
수미 역에 대한 남상미의 애정을 자꾸 언급하면 입 아프고. 이 애정은 함께 호흡한 차태현에게로 이어졌다. 특히 그녀는 차태현 선배가 아닌 ‘오라버니로 칭하며 침이 마르도록 극찬 또 극찬했다.
대사가 정말 웃겼는데 이를 오라버니가 귀엽게 잘 소화해준 것 같다. 오라버니의 가장 큰 매력은 편안함이다. 상대로 하여금 불편하지 않게 하면서도 친근하게 만들어주는 힘이 있다. 그래서 대중에게 사랑을 받는 것 같다. 처음에 오라버니와 만났을 때 선배가 아닌 오라버니라는 내 호칭에 ‘허허허 웃었다. 보통 상대 배우를 만나면 처음에는 경계하기 마련이지만 오라버니에게는 전혀 경계심을 느끼지 못했다. 단 둘이 리딩을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영화 속 내 이름은 봉수미이고 오라버니는 여장부다. 때문에 ‘여봉커플이라고 불리고 있더라. (웃음)”
남상미와 차태현의 이번 호흡은 마치 여러 작품을 해왔던 것처럼 편안하고 자연스럽다. 이 자연스러움에는 차태현 오라버니의 편안함이 존재했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남상미는 아름다운 음색을 자랑하는 영화 속 ‘참 예뻐요의 숨은 비밀(?)과 앞으로의 계획을 알렸다.
영화 속에서 내가 부른 ‘참 예뻐요 원곡이 있더라. 녹음을 하고 원곡을 들었는데 같은 노래 다른 느낌이더라. (웃음) 원곡은 정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좋고 프러포즈 노래다. 그러나 내가 부른 곡은 동요느낌이 난다. 난 모든 노래를 동요화하는 기술이 있는 것 같다. (웃음)”
사진=이현지 기자
아직 차기작 계획은 없다. 지난 2년간 너무 달렸기에 연기와 작품에 대한 갈증을 느끼기 전까지 휴식을 취할 예정이다. ‘슬로우 비디오처럼 잠시 쉬어가고 싶다. 그러나 오래 쉬진 않을 것이다. 지금 당장 하고 싶은 건 ‘아빠 어디가와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보면서 맛있는 것을 먹고 싶다. (웃음)”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