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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더M] 적자기업 경원산업 왕성한 M&A 왜?
입력 2014-09-29 14:02 

[본 기사는 09월 25일(06:03)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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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상장사 경원산업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주요 사업 부진으로 적자를 면치 못하는데도 사업다각화를 위한 인수합병(M&A)에 자금을 쏟아붓고 있어서다. 바이오, 카지노 등 피인수기업들의 사업이 제각각인데다 인수자금이 모두 주식 담보 사채 발행을 통해 조달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2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경원산업은 이달 들어서만 2건의 경영권을 포함한 지분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16일에는 자회사 선포커스가 주체인 선포커스컨소시엄을 통해 회생기업 신우(270억원)를 인수하기로 했고 22일에는 혈액검사 관련 바이오업체 바이오이즈 지분 70%를 35억원에 사들이기로 했다. 경원산업은 현재 제주도 소재 호텔과 카지노를 운영 중인 지앤엘 인수도 추진하고 있어 진행 중인 M&A만 3건에 달한다.
경원산업이 활발하게 M&A를 진행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사업다각화를 통한 기업경쟁력 강화와 시너지 효과에 대한 기대다. 1995년 설립된 이 회사의 핵심 사업은 무선통신단말장비 제조업으로 2000년 중반까지 연매출 400~500억원을 달성했다. 그러나 기술 급변으로 무선통신단말 사업이 저물어가면서 2011년부터 순손실이 지속됐다. 지난해부터는 석유판매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뚜렷한 재무개선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경원산업의 올해 반기 기준 현금성자산은 2300만원에 불과하지만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주식 담보 사채를 지속적으로 찍어내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지앤엘 인수를 위해 25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만기이자율 7%)를 발행했고 청약이 절반에 그치자 100억원 규모 BW를 추가 발행했다. 지앤엘 인수에 필요한 자금은 총 500억원 이상으로 자금 여력이 없는 경원산업의 추가 사채 발행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아울러 지난 16일에는 바이오이즈 인수에 들어갈 30억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하기도 했다.

문제는 경원산업이 인수하는 신우·지앤엘 등도 이익을 내지 못하는 적자기업이라는 점이다. 피혁업체 신우는 업계 경쟁력 약화로 지난해 128억 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장기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지앤엘도 영업이익은 나지만 지난해 순손실에 이어 올 상반기 순손실만 28억원을 기록했다.
인수 후 시너지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카지노·바이오·피혁업 등 사업간 공통 분모가 전혀 없고 경원산업도 해당 사업에 대한 경험이 없다. 시장에서는 활발한 M&A에 다른 목적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M&A업계 한 관계자는 "M&A는 추진한다는 뉴스만으로 주가를 크게 움직일만한 요인인 만큼 투자자들은 기업 재무제표나 인수 목적 등을 잘 살펴서 투자해야 한다"며 "임상·기술상용화를 앞둔 바이오기업이나 카지노업체는 단기간 주가를 부양시키기 좋은 대상이라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용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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