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 벼랑 위 외줄에서 '밀당'하는 여야 정치권
입력 2014-09-29 11:21  | 수정 2014-09-30 16:42
요즘 여야를 보고 있노라면, 정치권이 처한 처지를 과연 알기나 알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여야는 벼랑 위 외줄타기를 하면서도 맞은 편 상대를 떨어뜨리려고 밀고 당기기를 하고 있습니다.

벼랑 아래로 떨어지는 이가 그냥 곱게 떨어질까요?

십중팔구 손이든 발이든 붙잡고 같이 떨어질 겁니다.

정치권은 이 상황을 정말 이해하지 못하는 걸까요?

정의화 국회 의장이 말한 국회 본회의 소집이 하루 남았습니다.

세월호법 협상을 오늘 끝내야만 내일 정상적으로 국회 본회의가 열리고 있습니다.

다행인 것은 여야 원내대표가 오전에 다시 만나 협상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완구-박영선 원내대표 협상>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여야 협상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내일 본회의는 여당 단독으로 열릴 것처럼 보였습니다.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대위원장이 제안한 여야 대표 회담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거절했기 때문입니다.

▶ 인터뷰 : 문희상 / 새정치민주연합 비대위원장(어제)
- "특히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께 여야 대표회담 긴급히 제안합니다. 오늘 당장에라도 만나 세특법 제정 문제와 국회 정상화 문제를 토의해 일괄 타결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이 시간 이후부터 국회에서 김무성 대표의 화답을 기다리겠습니다."

김무성 대표의 화답은 대변인을 통해 30분 만에 나왔습니다.

▶ 인터뷰 : 김영우 / 새누리당 수석 대변인
- "세월호법 협상과 관련해 모든 책임을 청와대와 여당에만 전가하는 일이야말로 적반하장이다.…지금으로선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30일에 본회의 참여하는 게 가장 먼저다는 입장이다."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선협상 후등원'이지만 김무성 대표는 '선등원 후협상'입니다.

사실 유리한 것은 여당일지 모릅니다.

문희상 비대위원장 요청으로 정의화 국회의장이 30일 본회의로 법안처리를 미룬 만큼 야당은 세월호법 협상이 되든 안 되든 내일 등원해야 할 처지입니다.

아무 성과 없이 등원해야 할 상황이다 보니 야당 내에서는 10월까지 등원을 거부하고 강경투쟁을 이어가자는 주장도 나옵니다.

그러나 그 강경투쟁 목소리보다는 여당에 협상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더 큽니다.

그리고 분명히 세월호법 협상을 잘 끝낼 수 있는 야당의 복안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새정치민주연합 비대위원(오늘)
- " 30일 본회의가 정상개최 되기 바란다면 진전된 방안 가지고 마주앉아야 한다. 우리는 가지고 있다. 새누리당도 수긍할 만한 것이다. 김무성 대표의 책임 있는 결단을 다시 촉구한다."

▶ 인터뷰 : 박지원 / 새정치민주연합 비대위원(오늘)
- "옛날부터 임을 보아야 뽕을 딴다고 했다. 임을 만나야 뽕을 따든지 할 것 아닌가. 도대체 국회를 정상화하자고 야당이 쫓아다니고 국정책임의 여당이 도망치는 희한한 국회를 경험한 적이 없다."

새누리당 내에서도 지나치게 야당을 자극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오랜만에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서청원 의원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서청원 / 새누리당 최고위원(오늘)
- "제가 그동안 건강도 그렇고, 김무성 대표와 이완구 원내대표께서 국정을 잘 수행하고 계시기 때문에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어서 가끔 회의에 참석해도 말씀 안 드렸는데 오늘 조금 말씀드리겠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안 만날 이유가 없다. 그것이 여당의 책무고 우리가 가야 할 여당의 길이다."

오랜만에 말을 꺼낸 서청원 의원의 부탁이 통한 걸까요?

이완구 원내대표는 그 부탁을 수용했습니다.

▶ 인터뷰 : 이완구 / 새누리당 원내대표(오늘)
- "서청원 대표의 간곡한 말씀 감사하다. 서청원 대표 말씀 존중하고, 김무성 대표도 부단한 대화 통해서 오늘 양당 원내대표 간에 소득이 있든 없든 뭐가 있든 없든 간에 만나는 게 좋겠다는 말씀을 어제 저하고 의견을 함께했다. 서청원 선배 걱정하지 마시고 오늘 이유 없이 만나겠다."

그렇게 오늘 여야 원내대표들은 다시 만나게 된 겁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오늘 비상 의원총회를 열 예정입니다.

여야 원내대표 협상 결과에 따라, 또 김무성 대표와 문희상 비대위원장의 회동 여부에 따라 내일 본회의가 파국으로 갈지, 정상국회로 갈지 결정될 듯합니다.

아직 정치권에는 '오늘'이라는 하루가 있습니다.

벼랑 위 외줄타기에서 둘 다 살아남을 기회가 있습니다.

상대를 제압해 앞으로만 가려 하지 말고 서로 뒤로 물러나고서 한 사람씩 차례로 건너면 됩니다.

정치권과 국민 모두에게 오늘은 긴 하루가 될 것 같습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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