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의 설비투자가 수년째 제자리에 멈춰서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조한 상장사 실적이 국내 증시의 발목을 잡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막상 미래의 실적을 좌우할 투자활동도 늘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런 중에도 남들과 다른 길을 걸으며 설비투자에 앞장서고 있는 기업은 향후 실적 개선이 주가에 반영될 수 있어 관심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25일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추정기관 3곳 이상인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170개사의 설비투자에 쓰인 자본지출(CAPEX) 규모는 2012년 109조8500억원, 2013년 110조6700억원, 2014년 추정치 110조7700억원으로 지난 3년간 거의 변화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0.09%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내년과 후년에도 110조4500억원, 110조2500억원으로 점점 줄어들 전망이라 국내 기업 성장과 펀더멘털에 달려 있는 주식시장의 앞날을 낙관하기 힘든 상황이다. 0.1% 미만의 CAPEX 증가세는 상장사들이 기계ㆍ장치나 공장 등 증설에 소극적임을 보여준다.
이처럼 자본지출이 제자리인 이유는 기업들이 글로벌 경기와 업황을 둘러싼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현금을 최대한 손에 쥐고 있으려 하기 때문이다. 생산능력을 키우면 유형 자산은 늘어나지만 단기적으로 현금이 빠져나가 자금 흐름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 또 미래를 위한 투자일 뿐 당장 매출로 직결되지 않고, 감가상각비가 반영되면 순이익에 오히려 마이너스다.
지난해 CAPEX를 가장 많이 늘렸던 AK홀딩스, 호텔신라, 한샘, 한국콜마는 올해 영업이익 성장에 힘입어 주가가 60~120%나 뜀박질했다. AK홀딩스와 호텔신라 주가는 연초 이후 각각 62.3%와 79.7% 뛰었다. 한샘 주가는 지난해 말 5만300원에서 11만500원으로 119.7%, 한국콜마 주가도 116.1% 올라 두 배 넘게 치솟았다.
올해도 남들보다 한발 앞서 CAPEX 규모를 공격적으로 확대한 기업이 없는 것은 아니다. 조사 대상 기업의 24%에 해당하는 41개사가 2012년과 지난해 2년 연속으로 자본지출을 늘리며 미래를 준비했다. 상당수가 전기전자(IT), 유틸리티, 자동차부품ㆍ타이어 업종에 속해 있다. 이 가운데 올해 전년 대비 CAPEX 예상 증가율이 가장 큰 종목은 쿠쿠전자(576.3%), 한진중공업(281.5%), 한샘(70.6%), S-Oil(65.0%), 금호타이어(49.4%), AK홀딩스(47.9%), 한국타이어(46.0%), SK네트웍스(45.8%) 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은 제품 판매단가(P)가 크게 떨어지거나 업황이 침체되지 않는 한 외형 성장을 기대해 볼 수 있다. 감가상각이 끝나면 매출뿐만 아니라 이익도 급격히 불어날 만한 저력을 갖추고 있다.
쿠쿠전자는 자본지출 규모가 2012년 29억원에서 올해 205억원까지 늘어났다. 전기밥솥과 같은 가전사업은 대규모 설비투자를 필요로 하지 않고 투입자본 대비 영업이익률(ROIC)도 높은 편이지만 나날이 성장하는 중국 시장 수요를 겨냥해 생산능력을 확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진중공업도 에너지사업 확장을 위해 대대적인 설비투자를 단행한 결과 CAPEX가 2012년 338억원에서 올해 1723억원으로 5배 증가했다.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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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추정기관 3곳 이상인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170개사의 설비투자에 쓰인 자본지출(CAPEX) 규모는 2012년 109조8500억원, 2013년 110조6700억원, 2014년 추정치 110조7700억원으로 지난 3년간 거의 변화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0.09%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내년과 후년에도 110조4500억원, 110조2500억원으로 점점 줄어들 전망이라 국내 기업 성장과 펀더멘털에 달려 있는 주식시장의 앞날을 낙관하기 힘든 상황이다. 0.1% 미만의 CAPEX 증가세는 상장사들이 기계ㆍ장치나 공장 등 증설에 소극적임을 보여준다.
이처럼 자본지출이 제자리인 이유는 기업들이 글로벌 경기와 업황을 둘러싼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현금을 최대한 손에 쥐고 있으려 하기 때문이다. 생산능력을 키우면 유형 자산은 늘어나지만 단기적으로 현금이 빠져나가 자금 흐름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 또 미래를 위한 투자일 뿐 당장 매출로 직결되지 않고, 감가상각비가 반영되면 순이익에 오히려 마이너스다.
지난해 CAPEX를 가장 많이 늘렸던 AK홀딩스, 호텔신라, 한샘, 한국콜마는 올해 영업이익 성장에 힘입어 주가가 60~120%나 뜀박질했다. AK홀딩스와 호텔신라 주가는 연초 이후 각각 62.3%와 79.7% 뛰었다. 한샘 주가는 지난해 말 5만300원에서 11만500원으로 119.7%, 한국콜마 주가도 116.1% 올라 두 배 넘게 치솟았다.
올해도 남들보다 한발 앞서 CAPEX 규모를 공격적으로 확대한 기업이 없는 것은 아니다. 조사 대상 기업의 24%에 해당하는 41개사가 2012년과 지난해 2년 연속으로 자본지출을 늘리며 미래를 준비했다. 상당수가 전기전자(IT), 유틸리티, 자동차부품ㆍ타이어 업종에 속해 있다. 이 가운데 올해 전년 대비 CAPEX 예상 증가율이 가장 큰 종목은 쿠쿠전자(576.3%), 한진중공업(281.5%), 한샘(70.6%), S-Oil(65.0%), 금호타이어(49.4%), AK홀딩스(47.9%), 한국타이어(46.0%), SK네트웍스(45.8%) 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은 제품 판매단가(P)가 크게 떨어지거나 업황이 침체되지 않는 한 외형 성장을 기대해 볼 수 있다. 감가상각이 끝나면 매출뿐만 아니라 이익도 급격히 불어날 만한 저력을 갖추고 있다.
쿠쿠전자는 자본지출 규모가 2012년 29억원에서 올해 205억원까지 늘어났다. 전기밥솥과 같은 가전사업은 대규모 설비투자를 필요로 하지 않고 투입자본 대비 영업이익률(ROIC)도 높은 편이지만 나날이 성장하는 중국 시장 수요를 겨냥해 생산능력을 확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진중공업도 에너지사업 확장을 위해 대대적인 설비투자를 단행한 결과 CAPEX가 2012년 338억원에서 올해 1723억원으로 5배 증가했다.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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