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인천AG] ‘뒷심부족’ 한국 두 얼굴, 금메달 숙제 남겼다
입력 2014-09-24 21:47 
사진(인천)=김영구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인천) 김원익 기자] 전체적으로 화끈했다. 두 자릿수 득점을 뽑아내며 펄펄 날았다. 하지만 2회 이전까지의 불붙은 타격과 3회 이후의 빈공은 분명히 다른 두 얼굴이었다. 상대 에이스급 투수의 등판에 약한 모습을 보였다는 점은 썩 기분이 좋은 결과는 아니었다.
한국은 24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안게임 야구 B조 예선 2차전 대만과의 경기서 활화산 같이 터진 타선의 힘과 선발 양현종의 호투를 앞세워 8회 10-0 콜드게임승을 거뒀다. 이로써 태국전 승리와 함께 2연승을 달린 한국은 25일 홍콩전 결과와 관계없이 조 1위로 준결승에 진출했다.
홈런 3방 포함 장단 14안타를 몰아쳐 10점을 뽑은 타격 성적은 겉은 매우 만족스럽다. 당초 우승후보로까지 꼽혔던 대만. 뚜껑을 열어 본 전력이 그리 강하지 않았다고 할지라도 기대 이상의 결과다.
다만 속 내용까지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 만도 않았다. 이날 대만은 당초 선발로 꼽혔던 후즈웨이(미네소타 산하 마이너리그)와 장샤오칭(클리블랜드 산하 마이너리그) 대신 왕야오린(클리블랜드 산하 마이너리그)를 선발로 내세웠다.
당초 구원등판이 유력했던 투수. 아니나 다를까 한국은 1회와 2회 3방의 홈런 포함 맹폭을 퍼부어 왕야오린과 2번째 투수 쩡카이원에게까지 조기 강판을 선물했다.
선수들의 집중력도 살아있었다. 2회까지만 홈런 3개, 2루타 2개를 뽑아내며 장타력을 유감없이 과시했다. 2회까지 도합 7안타, 4사사구(3사구, 1볼넷) 9득점을 올렸다.

하지만 3회 이후부터 집중력은 사라졌다. 특히 대만의 투수가 바뀐 영향이 컸다. 2회 2사까지 9실점을 하고 왕야오린과 쩡카이원이 차례로 무너지자 대만 벤치는 1차전 홍콩과의 경기 선발로 나선 좌완 천관위를 투입시키는 벼랑끝의 수를 꺼내들었다.
천관위는 홍콩전서 3이닝 5탈삼진 무실점 퍼펙트 투구를 펼쳐 대만에 첫 승을 선물했던 투수다. 당초 결승전 선발이 유력했던 투수였는데 한국전에 조기에 등판하게 됐다.
그러나 결과는 대만에게는 최상. 한국에게는 최악이었다. 천관위는 4⅓이닝 4피안타 5탈삼진 무실점의 역투를 펼친 이후 7회 말 린이샹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그동안 한국은 5개의 삼진을 헌납하며 천관위에게 꽁꽁 틀어막혔다.
이날 천관위는 144km 내외의 공을 던졌으나 변화구의 각과 제구가 좋았다. 볼끝의 움직임도 좋은 편이었다. 한국으로서는 예상치 못한 강적을 만난 셈이었으나, 꼭 그렇지만도 않다.
천관위는 지난 2011년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즈에 입단한 이후 육성군을 통해 성장했고 올시즌은 1군 1경기에 등판해 2⅓이닝 동안 5피안타 4실점을 기록했다.
기록으로 보다시피 그리 커리어가 화려한 투수는 아니다. 그런 천관위를 상대로도 무기력한 모습으로 바뀌었다는 점에서 확실히 숙제를 남긴 한국이었다.
물론 점수차가 크게 벌어졌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2회까지 9-0으로 일찌감치 앞선 상황에서 타자들의 동기부여가 자신도 모르게 떨어졌을 수 있다. 아니면 반대로 콜드게임승을 거두기 위해 힘이 들어갔을 수도 있다. 스스로 해결사가 되야겠다는 마음이 앞서 부정적인 결과로 나타났을 수 있다. 8회 한국은 뒤늦게 2개의 안타, 볼넷, 이재원의 결승 적시타를 묶어 뒤늦게 요건을 채워 콜드게임승을 달성했다.
냉정히 말해 이날 천관위 이전에 나온 2명의 투수나 이후에 나온 3명의 투수들의 수준은 우리나라 리그와 비교해보면 격이 상당히 떨어졌다. 결국 이유야 어쨌든 경기력에서 차이를 보이는 이 두 얼굴의 모습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다른 어려움을 맞을 수도 있다.
[one@maekyung.com]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