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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마담 뺑덕’ 뒤틀린 심청전, 욕망에서 길을 잃다
입력 2014-09-24 14:03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배우 정우성의 근육질 몸매를 전라로 감상하는 기쁨? 정우성과 이솜의 정사신을 보는 긴장감? ‘심청전을 기막히게 비튼 내용 전개? 영화 ‘마담 뺑덕을 바라보는 시선은 다양할 게 분명하다. 하지만 호불호가 극명할 것으로 보인다.
효의 미덕을 칭송하는 ‘심청전은 욕망의 텍스트로 바뀌었다. ‘마담 뺑덕은 고전 ‘심청전은 잊으라고 한다. 심청이가 아닌 심학규와 뺑덕 어멈을 이야기의 중심으로 불러내 사랑과 욕망, 집착이라는 적나라한 인간적인 감정에 중점을 뒀다.
불미스러운 오해에 휘말려 지방 소도시 문화센터의 문학 강사로 내려온 교수 학규(정우성). 그는 퇴락한 놀이공원에서 매표소 직원으로 지내며 일상에 신물 난 처녀 덕이(이솜)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이내 학규는 복직이 돼 서울로 올라가고 덕이는 버림받는다. 8년 후 학규는 작가로 명성을 얻지만 딸 청이(박소영)는 엄마의 자살이 아버지 탓이라며 삐뚤어지고, 학규는 눈이 멀어져 가는 병까지 걸린다. 그때 여자 세정이 학규 앞에 나타나고, 남자는 세정에게 의지한다. 하지만 세정은 과거 학규가 만났던 덕이다. 그녀는 복수를 꿈꾼다. 여기에 딸 청이까지 집착과 욕망, 복수의 덫에 연루된다.
예고편을 통해 알려졌듯 남자와 여자가 어떻게 만나고, 어떻게 관계를 진전시키는지가 초반의 관심 포인트. 두 사람은 적당히 예열된다. 두 번의 감질나는 애정신 뒤 불같은 사랑을 한다. 강렬한 정사신이 이어진다. 침을 꼴깍 넘기는 이도 있겠지만, 첫 정사신을 너무 길게 빼버려 이후 기대감은 반감된다. 폭풍우처럼 몰아치는 힘이 부족한 것도 아쉽다.

이솜은 신인치고는 꽤 연기를 잘했다. 선과 악, 이중적인 모습을 연기했다. 연기의 진폭이 컸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이 정도면 선방했다. 영화의 복병은 딸 청이를 연기한 박소영이다. 후반부 이야기의 핵심이다. 하지만 청이는 극에 녹아들지 못한 인상이다. 이야기가 빈약해 보이는 이유일 수도 있다.
고전에서처럼 ‘인당수에 빠졌던 청이가 돌아오는 영화의 후반부는 코미디와 엽기적인 것이 충돌, 본질을 흐린다. 산으로 가고 만다. 임필성 감독은 고전에서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려고 공양미 삼백 석에 바다에 뛰어내리는 등의 과정이 잔혹한 판타지라고 생각한다. 효를 위해서는 물에 빠져도 된다는 사상 등에 대해 현대적으로 비틀고 싶었다. 아버지 때문에 어두운 면이 생긴 딸에 관해서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했지만 쉽게 고개가 끄덕여지지는 않는다.
모든 걸 상쇄시키는 건 정우성의 연기다. 감탄을 자아낸다. 욕망을 지배해 군림한 왕 같은 존재의 모습을 보이다가 그 욕망에 결국 굴복해 나락으로 떨어져 버리는 폐인을 연기, 전혀 다른 사람으로 관객을 놀라게 한다. 눈이 먼 이의 행동과 표정을 섬세하게 표현한 것도 꼽지 않을 수 없다. 여주인공들과 내공 차이가 상당히 느껴진다.
‘심청전을 좋아하는 이들은 낯설게 느껴질 것이고, 어떤 이들은 새로운 형식과 파격적인 그림에 깜짝 놀라면서도 호응할 것 같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히 꼽고 싶은 건 이 영화가 정우성의 전라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이미 송승헌이 영화 ‘인간중독에서 양껏 보여주지 않았는가. 물론 정우성이 시각적으로 좀 더 야하긴 하지만. 112분. 청소년관람불가. 10월2일 개봉 예정.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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