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신기루'라고 불리는 현상을 접목한 테라헤르츠파 굴절률 분포형 렌즈를 개발했다.
정기훈 카이스트(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팀은 공기층의 큰 온도차로 인해 빛이 굴절되는 신기루 현상을 이용해 테라헤르츠파 굴절률 분포형 렌즈를 개발했다고 24일 밝혔다.
무더운 여름 아스팔트 도로에 물웅덩이가 보이다 사라지는 현상을 신기루라고 하는데, 물리적으로는 지표면 가까운 공기층의 큰 온도차로 인해 공기밀도가 변해 빛이 굴절되면서 일어난다.
연구팀은 이러한 신기루 현상을 렌즈 제작에 활용했다. 실리콘 소재를 곡면으로 가공하는 방식과 달리 평평한 실리콘 웨이퍼 소재를 이용한 후 테라헤르츠파 파장(약 300㎛) 보다 작은 80~120㎛ 크기의 구멍을 반도체 양산방법인 광식각공정으로 만들었다. 렌즈 가장자리로 갈수록 홀 사이즈는 크게 만들었다.
이렇게 제작된 렌즈에 테라헤르츠파를 쪼이자 공기와 실리콘 중 공기 비율이 높은 가장자리는 굴절률이 낮았으며 상대적으로 공기의 비율이 낮은 가운데는 굴절률이 높았다. 평평한 소재의 광학특성을 공학적으로 설계해 빛을 모으는 볼록렌즈와 같은 기능을 한 것으로 신기루 현상과 같은 물리적 효과와 같은 원리다.
이렇게 제작된 렌즈는 반도체 공정을 이용해 비용을 최대 1/100 수준으로 낮추고 광원 추출효율은 4배 이상 향상시킬 수 있었다.
정기훈 교수는 "자연현상에서 착안해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다양한 광학특성을 띄는 메타물질을 인공적으로 만든 것"이라며 "물질적 제약으로 인해 다양한 광학소자개발이 더딘 테라헤르츠파 기술 진보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인 '어플라이드 피직스 레터(Applied Physics Letter)'지 9월자 특집논문으로 실렸다.
[김미연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