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과의 통합추진 갈등으로 사상 최대 규모의 외환은행 노조원 징계가 24일 이뤄질 전망이다. 금융권에서는 이날 징계 여부와 수위 등이 향후 하나·외환은행 조기통합 추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하나금융그룹과 외환은행이 노조측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으로 활용하고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불길에 기름을 끼얹는 상황으로 치닫을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외환은행은 노조 총회에 참석한 노조원 898명에 대한 징계 심의를 매듭지을 방침이다.
징계 대상자가 한번에 898명에 달하는 것은 외환은행 사상 첫 사례다.
징계 대상 노조원들은 지난 3일 임시 조합원 총회 참석을 위해 근무지를 이탈했다는 이유 등으로 인사위원회에 회부됐다.
김한조 외환은행장은 "전체 직원의 10%정도 근무지를 무단으로 이탈한 것은 정상적인 조직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번 대규모 징계안을 엄정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반해 외환은행 노조측은 "임시총회는 노사합의에 따라 근무시간중에 얼마든지 개최 가능하다"며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사측의 행태에 대해 강경하게 대응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외환은행이 징계 심의를 강행할 뜻을 고수하자 노조측에서는 정치권에 구원 요청을 하며 맞서고 있다.
지난 23일 정의당 심상정·박원석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이인영·김기식 의원 등이 대규모 노조원 징계가 중단되도록 금융당국에 특별검사를 요구한 게 바로 그것이다.
특히, 외환은행 노조위원장 출신인 김기식 의원은 국회 정무위 소속이어서 이 같은 요구를 받은 금융감독당국의 고민이 깊은 상황. 더욱이 국정감사가 코 앞으로 다가와 있다.
심상정 의원은 23일 기자회견을 갖고 "노조원들이 소집한 총회를 불법으로 간주해 조합원들을 해고하는 것은 부당 징계이자 적반하장식 탄압"이라며 "금융당국이 이를 방관할 경우 국회 차원에서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앞서 외환은행은 지난 3일 노조가 연 조합원총회 주동자 29명을 대기 발령 조치하고 지점장 6명에 대해서도 인사 이동시켰다.
외환은행 지도부 입장에서도 이날 노조원들에 대한 대규모 징계가 부담일 수 밖에 없다. 최근 외환은행 사내 인트라넷에는 노조 지도부에 대한 비난 댓글이 대거 올라왔다.
금융권 관계자는 "노사 갈등이 깊어져 이번 사태가 정치권으로 번지면 결국은 노사 모두가 피해를 볼 것"이라며 "오늘 외환은행 인사위원회의 징계안이 어떻게 결정 되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국면이 달라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매경닷컴 류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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