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09월 22일(06:03)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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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조선사들의 신용등급이 무더기 강등됐다. 수익성 저하와 차입금 확대라는 '이중고'를 겪는 조선사들이 자금 조달마저 쉽지 않을 전망이어서 시장의 우려가 크다.
한국기업평가(이하 한기평)는 지난 18일 세계 1위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의 신용등급을 기존 'AA+'에서 'AA0'로, 세계 3위 대우조선해양의 신용등급을 기존 'AA-'에서 'A+'로 한 단계씩 하향 조정했다. 더불어 한진중공업의 회사채 등급도 기존'BBB+'에서 'BBB0'로 낮췄다. 등급 전망은 모두 '안정적'을 부여했다.
한기평은 "예상을 뛰어넘는 조선 업황 부진과 업체 간 경쟁 심화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며 평정 근거를 들고 "이들 조선사는 중단기적으로 실적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국내 조선사들은 수익성 저하와 차입금 확대의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상위 5개 조선사의 매출액에서 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이(EBIDTA) 차지하는 비중은 -2.7%를 기록했다. 영업이익을 매출액으로 나눈 비율은 2010년 14.4%를 정점을 찍고서 2012년 7.3%, 2013년 4.9%로 하락세를 보였다.
차입금 부담도 갈수록 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6월 말 기준 조선사 5곳의 순차입금 규모를 16조3000억원으로 집계했다. 이는 2010년 말보다 10조원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 현금창출력 대비 차입 부담이 과중되면서 조선사들의 재무 구조 전반이 악화된 것이다.
결국 현대중공업은 업계 최고 등급을 잃었고, 대우조선해양은 AA등급 발행사의 지위를 박탈 당했다. 회사채 시장 내 AA급과 A급의 간극은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다. 국내 회사채 시장의 큰 손으로 꼽히는 대형 기관투자가들의 경우, 투자 등급의 기준이 'AA급 이상'이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일부 기관투자가들로부터 투자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곧 향후 시장 조달 과정에서 투자자 모집 난항 및 이자비용 상승 등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자금 조달이 제 때 이뤄지지 못하면 위기가 가속화될 가능성 높아 시장의 우려도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 회사채 시장 관계자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이미 채권 가치가 급락했다"며 "기존 채권 투자자들이 체감하는 리스크가 훨씬 커지고 있다는 얘기"라고 전했다.
[김효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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