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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노인영화제 개막 ③] “웃기고 뭉클하고 교훈주고”…돋보이는 작품들
입력 2014-09-24 10:24 
사진=홈페이지 캡처
[MBN스타 여수정 기자] 서울노인영화제 측은 수많은 상영작 중 몇 개를 엄선해 추천했다.

◇ 낙원동

최진영, 김영수가 메가폰을 잡은 ‘낙원동. 보수단체 회원인 김만복은 군복을 입고 집회에 나가 일당을 받기도 한다. 집회를 마치고 국밥집에서 술을 마시는데 젊은 커플과 싸움이 붙는다. 그 후 김 노인이 들른 곳은 낙원상가. 4층으로 올라간 김 노인은 담배를 태우는 젊은 여성을 발견하고 시비를 건다.

늙으면 죽어야지”라는 한 남자의 말에 버럭하며 등장한 김 노인과 너희는 천년만년 젊을 것 같냐. 안 죽을 것 같냐”고 발끈하는 김 노인의 말이 노인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다. 평화롭고 한적한 낙원상가의 모습을 담아 전체적인 분위기는 평온하다. 담배를 태우는 여자에게 다가가 괜히 시비를 거는 김 노인은 보수적이지만, 우리 사회의 노인의 모습이며 마지막 그 여자에게 담배를 빌리는 모습으로 잠깐의 웃음도 선사한다.

◇ 노인을 위한 나라는 있다

제정모가 메가폰을 잡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있다.

바쁜 현대인의 일상이 잘 묘사됐다. 청년들이 지하철에서 노인들에게 양보하며 훈훈하다. 그러나 노약자석이 아닌 일반자석에 앉은 노인을 시작으로 전체적으로 무거워진다. 노인 앞에 한 청년이 나타나 다소 불편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열차 안 승객들의 시선이 노인에게 쏠리는 듯하다. 결국 쓸쓸히 노약자석으로 이동하는 노인의 모습이 안타깝지만 현실을 반영하고 있어 씁쓸하다.


◇ 어느 할머니의 80년 오월이야기

국승임이 메가폰을 잡은 ‘어느 할머니의 80년 오월이야기. 젊은 시절 평범한 가정주부로서 겪은 80년 광주민주화항쟁에 대한 진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한 평범한 주부가 평범한 시선에서 80년 광주민주항쟁을 다루고 있어 편하다. 다소 어둡고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평범한 주부의 입을 빌려 진실을 고하고 있다는 점이 신선하다. 남편이 직장에 나가고 총소리가 들리는 곳에서 자식들과 집에 남아있기에 두려웠다” 다시는 겪고 싶지 않다”는 내레이션 한 구절이 당시의 상황을 짐작케 한다. 끔찍한 일이 진실 되게 전해지길 바란다”는 바람을 담아 이야기를 마쳐 묵직하다.

사진=홈페이지 캡처
◇ 발자국

한진섭이 메가폰을 잡은 ‘발자국. 중장년세대의 정년퇴직 등 사회로부터 밀려나 고뇌하는 이야기다.

이 사회 가장이라면 누구나 겪는 정년퇴직 문제를 다뤄 의미가 깊다. 특히 발자국을 중심으로 극이 전개되며, 걷는 이의 발걸음에 따라 장면이 전환돼 몰입도를 높인다. 갑자기 갈 곳을 잃었다”는 내레이션이 정년퇴직을 은유적으로 다루고 있어 뭉클하다. 한 가장의 문제만이 아닌 가족 모두의 문제이기도해 가볍게 즐길 수만은 없는 작품이다.

◇ 동행

황민아가 메가폰을 잡은 ‘동행. 50평생 부부로써 함께 살아오신 나의 친할아버지 친할머니. 6년 전 발병한 치매와 합병증으로 인해 고향을 떠나 나의 가족이 거처하고 있는 집 근처 요양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같은 요양병원에 살지만 서로 만날 수 없는 나의 친할아버지, 친할머니를 위해 나는 가족들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한다.

다큐로 제작되어 사실적이다. 부부이고 한 병원에 있지만 따로 층을 쓰는 노인의 이야기가 보는 이들을 뭉클하게 한다. 부부로써 오래 못 보면 어떨 것 같아?”라고 물으며 층이 나누어져 있는 요양병원과 함께 방을 쓸 경우 가격이 더 비싸지는 요양병원의 문제점 아닌 문제점을 알리는 듯하다. 또 내가 나이가 들어 요양병원에 가면 오지마”라고 자식에게 미리 당부하는 부모의 모습이 눈시울을 붉게 만든다.

◇ 일등급이다

이정호가 메가폰을 잡은 ‘일등급이다. 자식에게 신세지는 게 싫어 요양원에 들어가려는 김 노인, 요양원 등급 심사에서 1등급을 받기 위해 김 노인은 절친인 박 노인에게서 치매연기를 전수 받는다. 과연 김 노인은 1등급을 받고 요양원에 들어 갈 수 있을까.

치매연기를 전수받는 김 노인의 모습이 웃음을 안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자식에게 짐을 덜어주기 위한 부모의 애정이 담겨 웃을 수만은 없다. 소싯적 꾀병연기가 치매연기로 이어지며 일등급을 받은 박 노인의 내가 한우야, 뭐야?”라는 버럭은 웃프다.(웃기고슬프다) 큰 틀은 일등급받아 요양병원 가기지만, 자나 깨나 자식을 걱정하는 부모의 헌신적인 사랑이 뭉클하고 교훈을 안긴다.

사진=홈페이지 캡처
◇ 신봉청춘뉴스

최종순이 메가폰을 잡은 ‘신봉청춘뉴스. 전북 완주군 용진면 신봉마을을 소개하는 작품. 동네 소식을 뉴스형식으로 제작됐다. 마을 어르신이 직접 앵커, 기자가 되어 제작에 참여했다.

조금은 어설프지만 야무지게 신봉마을을 소개하는 어르신의 모습이 재기발랄하다. 무엇보다 두 앵커의 호흡이 재미있고, 애정이 담긴 마을을 친절하게 소개하고 있어 마치 ‘6시 내 고향을 보는 듯하다. 앵커와 기자 역도 무난하게 소화했다.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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