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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축제로 본 가요계 지형도…누가 뜨고 지나
입력 2014-09-23 10:54  | 수정 2014-09-23 16:30
스윙스와 바스코(사진=브랜뉴뮤직 제공)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조우영 기자]
바야흐로 가을 축제 시즌이 도래했다. 그 중에서도 젊은이들의 낭만과 열정을 느낄 수 있는 곳은 단연 대학가다.
대학 축제에서 주가를 높이고 있는 가수들을 살펴보면 요즘 대중음악계 흐름을 알 수 있다. 23일 매일경제 스타투데이는 복수의 주요 공연기획사로부터 '2014 하반기 가수 섭외 리스트'를 받아 분석했다.
아이돌 그룹의 인기는 여전하지만 대세는 힙합이다. 스윙스, 바스코, 아이언 등 Mnet '쇼미더머니'에 출연했던 래퍼들의 약진이 눈에 띈다. 그룹은 AOA, 에이핑크, 방탄소년단이 작년에 비해 신흥 강자로 급부상했다. 남성듀오 투빅, 밴드 어반자카파 등 실력파 아티스트 역시 이른바 '저비용 고효율' 행사 가수로 각광받고 있다.
물론 '돈'이 가장 큰 변수로 작용했다. 공연업계에 따르면 올해 가을 축제 시장은 지난 4월 세월호 참사로 취소되거나 연기됐던 행사들이 재개되면서 숨통이 트였다. 그럼에도 지난해 경기 위축으로 기업·대학들이 예산 규모를 대폭 줄인 부분은 그대로 유지됐다.

가수들 몸값을 놓고 보면, 표면적인 양극화는 심해졌으나 실제 통용되는 가수들의 전체적인 출연료는 평준화된 분위기다. 소위 'A급' 가수들의 몸값이 너무 높다 보니 B·C급과 인디·힙합 뮤지션들의 수요가 크게 늘었다. 덕분에 A급 가수와 C급 가수의 몸값이 10배 이상 차이나던 예년과 비교하면 그 간극은 다소 줄었다.
특A급으로 분류되는 소녀시대·카라·빅뱅·투애니원의 출연료는 최근 7000만~8000만원(이하 서울지역·대학축제 기준·기업 행사 등 실제 계약 단가는 이보다 높게 책정)을 형성했다. 이들은 사실상 대학축제와 거리가 멀다. 정상적인 대학축제라면, 주최 측이 감당하기 어려운 아이돌이다. 해외 활동이 많은 이들 역시 굳이 대학 축제까지 목을 맬 이유가 없다. 쉽게 말해 '아예 섭외 요청을 하지 말란 이야기'나 다름없다.
특A급의 뒤를 잇는 대표적 인기 그룹은 인피니트, 블락비, B1A4, 걸스데이, 시크릿. 출연료 2500만~3000만원 수준이다. 비스트도 많이 찾는 그룹 중 한 팀이나 일본 활동 비중이 높은 탓에 공연기획사 입장에서 섭외가 여의치 않은 기피 그룹으로 분류됐다. YB, 씨엔블루, FT아일랜드(2500만~3000만원)도 대학축제 단골 손님이지만 라이브 밴드 특성상 무대 여건이 좋지 않을 경우 섭외가 어렵다.
섭외 전쟁이 벌어지는 가수는 역시 출연료 1500만~2000만원대인 한 단계 아래 그룹이다. AOA, 에이핑크, 나인뮤지스, 방탄소년단, 에일리 등이다. 베스티와 어반자카파(800만~1000만원)는 주목할 만한 복병으로 꼽혔다.
결국 젊은 층에 꽤 인지도가 높으면서도 출연료가 적은 뮤지션들을 찾는다. 공연기획사 측은 '가능한' A급 가수를 모셔 오는데 쏟아부은 예산에서 남은 금액을 이들에게 쪼개 써야 한다. 이들 중 '묻지도 따지지도 않아도' 될 검증된 그룹은 노라조(1500만원)와 배치기(1000만원)다. 스윙스, 바스코, 아이언 등 힙합 뮤지션들은 300만원부터 500만원 사이다. '트롯돌' 홍진영도 인기 상종가다. 아이돌 그룹이 한 행사서 부르는 곡은 기본 2~3곡인데 반해 이들은 무대 자체를 즐기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도 한다. 섭외 1순위 리스트 상단이다.
한 공연기획사 관계자는 "몸값은 낮지만 출연 무대 횟수와 체감 인기도를 말하자면 이들이 최정상급"이라며 "처음부터 몸값이 높은 가수는 없다. 단순히 출연료가 낮아서 인기 있는 것이 아닌 그만큼 잠재력이 크다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공연기획사 관계자는 "사실 대학축제의 메카는 싸이(2500만~3000만원·그는 '강남스타일' 인기 이후에도 대학축제는 출연료를 높이지 않았다)"라며 "아직 그를 대체할 만한 '핫(Hot)' 가수는 없다. 그나마 올해 주류 장르가 힙합으로 바뀐 것만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아이돌 그룹에 대한 일부 공연기획사들의 불만도 있다. 소위 ‘잘 나가는 가수들의 몸값이 높은 것이야 시장 논리에 따른 당연지사라지만 뚜렷한 가이드 라인이 제시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행사업체 대표는 "아이돌 그룹의 몸값은 부르는 게 값이다. 친분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다 보니 가수들의 개런티(출연료)가 천차만별"이라며 "정찰가가 없는 시장은 부정한 요소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재학생이 1만명 이상인 학교의 1년치 행사 예산은 적게는 1억원에서 많게는 3억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대학은 380여 개. 재학생이 상대적으로 적은 지방대학교의 관련 예산이 그 미만인 점을 고려하면 대학 행사 시장 규모는 연간 400억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연초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시작으로 5~6월과 9~10월에 집중되는 축제, 연말에 있는 단과대별 행사나 학술제 등이 포함된다.
현재 어느 정도 이름이 알려진 서울 지역 대학행사 전문 기획사는 10여 개 정도다. 전국적으로는 100여 업체가 넘는다. 한 학교의 입찰 공고가 뜨면 10~30개 업체가 달려드는 실정이다.

fact@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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