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M+리뷰] ‘제보자’가 진정 제보하고 싶은 ‘진실’
입력 2014-09-23 10:29  | 수정 2014-09-24 10:13
사진 제공=메가박스(주)플러스엠
[MBN스타 박다영 기자] 방송사 시사프로그램 PD가 사회의 진실을 알리려고 하면 할수록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진다. 언론은 현실을 부정한 채 그들에게 유리한대로 여론몰이를 가세하고, 진실은 힘을 잃어간다. 한국에서 바람직한 언론인으로 살아가는 것은 녹록지 않다.

배우 박해일이 개인의 정당한 외침을 묵살하는 한국사회의 잘못을 꼬집는 일의 선발 주자로 나섰다. 그는 영화 ‘제보자(감독 임순례)에서 시사프로그램 윤민철 PD로 분해 사회의 부조리에 촉각을 세우고 파헤치는 인물을 연기했다.

‘제보자는 지난 2006년 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건으로 논란을 빚은 황우석 사건을 모티브로 한 작품으로, 윤민철 PD와 이장환(이경영 분) 박사가 언론을 가운데 두고 대립하는 내용을 그렸다.

윤민철은 어느 날 제보 전화 한통을 받는다. 솔깃한 그는 취재에 돌입하고, 국민의 염원이 깃든 사회의 큰 이슈가 거짓된 조작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정의와 열정으로 똘똘 뭉친 언론인(윤민철)은 국민들에게 진실을 알리기 위해 증거를 찾아낸다. 하지만 진실을 손에 쥐고도 함부로 손아귀의 힘을 풀 수 없는 상황에 봉착한다.

언론의 한 가운데 서있지만 힘이 없는 윤민철과 언론을 자유자재로 굴릴 수 있는 힘이 있는 이장환은 서로 판이하게 다른 목적으로 적대적 관계에 놓일 수밖에 없는 운명에 처한다. 이장환이 여론놀이로 민심을 가지고 놀면 윤민철은 놀음판에서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똥 패로 전락한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마지막 발악뿐.

발악에 의해 영화는 고전 스토리 유형을 답습한다. 언론인의 정신은 권선징악을 불러왔고 영화는 현실 사건과 비슷한 맥락으로 결말을 맺는다. 권선징악이 무색하게도 임순례 감독은 이장환에게 연민을 드러내는 듯 한 장면을 삽입했다. 죄 무게를 감량케 하는 후회가 깃든 독백 장면은 극에 독이 될 수도 있는 그림이다. 실제 황우석의 모습이 떠올라 관객이 현실과 허구사이에서 갈등하게 만드는 대목이기도 하다.

극의 이야기는 윤민철의 시각으로 굴러가고, 유민철 입장에서 이장환은 국민을 상대로 희대의 사기극을 버리는 사회악이다. 그런 이장환에게 임 감독이 죄를 씻어낼 수 있는 여지를 줬다는 것은 분별력을 잃게 하는 아쉬운 부분이다. 그는 시사회에서 이장환에게 면죄부를 주려 한 장면은 아니다”고 밝힌 바 있다. 숨은 의도가 어찌됐든 그가 아직은 전작들의 감성을 버릴 수는 없는 듯하다.

사진 제공=메가박스(주)플러스엠
임 감독은 ‘제보자로 템포가 빠른 영화에 도전했다. 그가 해왔던 스타일과 달라지면서 스텝진도 이에 맞춰 라인업 했다. 하지만 그의 전작과 확연하게 달라진 점은 없는 느낌이다. 전개의 짜임이 촘촘해졌고 편집 또한 전개의 박자를 따라갔지만 그의 감성을 완전히 눌러버리기엔 역부족이었다. 한 박자 쉬는 느낌으로 다져져 왔던 그의 필모그래피에 어정쩡한 작품이 이름을 올리게 됐다.

행간의 미덕을 보여주는 영화를 추구했던 그는 민감한 소재를 앞세워 둔탁한 이야기를 그렸다.(영화는 픽션임을 강조한다) 언론의 자유, 탄압, 진실은 숨기고 거짓이 진실인 냥 둔갑하는 행태, 이런 맹점들은 막장 드라마만큼 진부한 스토리다. 뻔하고 눈에 보이는 막장 여론놀음에 아직도 현실은 이리 흥, 저리 흥 널을 뛴다.

영화 속 둔탁한 스토리는 머리를 쾅 하고 울렸다. 알고 있음에도 당하고,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는 언론에 질타를 던지고 싶었던 감독은 자신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언론의 잘못된 현실을 일깨워 주는 듯하다.

역전된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계속 듣고, 보고, 또 보고 들으면 무뎌지고 둥그러진다. 칼날 같던 잣대는 판단의 힘을 잃는다. 이는 언론의 가장 무서운 힘이자, 반대로 강력한 무기다. 언론을 소재삼은 ‘제보자가 순전히 마음을 놓고 편하게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은 아니다. ‘제보자는 오는 10월2일 개봉된다.

박다영 기자 dy1109@mkculture / 트위터 @mkculture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