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배당·가치株펀드 15조…펀드투자 공식 뒤집혔다
입력 2014-09-22 17:44 
올해 들어 가치주와 배당주가 국내 주식투자 지형도를 완전히 바꿔 놓고 있다. 저금리 속에 가치주와 배당주 펀드로 자금이 몰리면서 코스피 2000선 이상에서 펀드 자금 유출이 크게 줄었다. 국민연금을 포함한 3대 공적연금도 배당주와 가치주 투자에 본격적으로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기관 비중 확대로 국내 자본시장의 체질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22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배당주 펀드 누적 설정액이 5조원을 처음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기준 배당주 펀드 설정액은 5조2461억원에 달한다. 가치주 펀드의 누적 설정액도 9조4636억원이다. 배당주와 가치주의 합계 설정액만 14조7097억원으로 15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특히 지난 7월 최경환 경제부총리 취임 이후 기업 배당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배당주와 가치주 펀드로의 자금 유입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지난 3개월 동안 배당주와 가치주 펀드로의 자금 유입액은 각각 1조8540억원과 9477억원으로 연초 이후 합계 유입액 4조4463억원의 63%에 달한다. 곽상준 신한PWM압구정센터 PB팀장은 "투자자들이 코스피 2000선 이상에서 과거보다 펀드 투자에 대한 저항감이 많이 줄었다"며 "특히 배당주와 가치주 펀드를 중심으로 국내 주식형 펀드를 찾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배당주와 가치주 펀드로 돈이 몰리면서 코스피가 2000만 넘으면 월간 수조 원씩 빠져나가던 국내 주식형 펀드 환매도 수그러드는 모습이다. 이달 들어 지난 19일 기준 국내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오히려 4728억원 증가했다. 지난 7월 이후 약 3개월 동안 국내 주식형 설정액 감소 규모는 약 3조원이다. 앞서 코스피가 2000선 이상이었던 지난해 9월부터 11월 사이 3개월간 8조원 이상 빠져나간 것과 비교하면 환매 규모가 크게 줄어든 셈이다. 연초 이후 줄곧 하향세였던 시가총액 대비 국내 주식형 펀드 비중은 7월 말 5.36%까지 하락한 이후 정체상태다.

하반기 이후 자산운용사들의 매매 종목도 최근 달라진 시장 트렌드를 방증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7월부터 지난 18일까지 투신권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기업은행으로 1389억원을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우리투자증권(723억원), 아모레퍼시픽(713억원), KT&G(656억원), LG유플러스(498억원) 등도 순매수 상위에 올랐다. 시장에서 대표적인 저평가 및 고배당주로 꼽히는 금융ㆍ소비재ㆍ통신 업종을 집중적으로 담은 것이다.
반면 같은 기간 삼성전자, 현대차, 현대모비스, 삼성물산, SK하이닉스 등 대형주들은 투신권 순매도 상위에 이름을 올렸다. LG이노텍, SK C&C, LG전자, 현대차 등 대형주가 순매수 규모로 열손가락 안에 꼽히던 올 상반기와는 상반된 행보다. 운용사들이 가치주ㆍ배당주 위주로 '입맛'을 바꾸고 있는 셈이다. 국민연금, 사학연금, 공무원연금 등 3대 공적연금을 주축으로 기관투자가들도 배당주ㆍ가치주 투자를 본격적으로 늘릴 예정이다. 국민연금은 이미 기존의 순수주식형, 대형주형, 중소형주형, 사회책임투자(SRI)형, 장기투자형, 액티브퀀트형 등 6개 국내 주식형 위탁 유형에 배당주형과 가치주형을 신설하고, 위탁운용사를 선정하기 위한 내부 작업에 돌입했다.
공무원연금의 국내 주식형 위탁 유형도 현재 순수주식형, 퀀트형, 사회책임투자형, 중소형주형 4개인데 내년부터 배당주와 가치주 유형을 추가할 계획이다. 사학연금도 지난 1일 새로운 투자 유형을 추가할 수 있도록 '위탁운용상품 운용기준 개정 규칙'을 시행, 배당주와 가치주 유형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관화된 개인 자금인 주식형 펀드와 연기금 등 기관의 투자 성향이 근본적으로 바뀌면서 가치주와 배당주가 단기 모멘텀이 아니라 장기적인 투자 트렌드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강신우 한화자산운용 대표는 "안정적으로 시장 대비 초과수익률을 추구할 수 있는 투자 상품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며 "배당주나 가치주에 대한 시장 관심이 일시적인 테마가 아니라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펀드투자 어떻게
현재 배당률보다 배당확대 초점 맞춘 펀드 노려야

올해 들어 배당주와 가치주로 각각 2조원 이상 자금이 몰리면서 자산운용업계는 신규 펀드 출시 경쟁이 뜨겁다. 배당주에 공모주 투자를 추가하거나, 가치주에 인수ㆍ합병(M&A) 투자 전략을 융합하는 등 차별화된 전략이 눈길을 끈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7월 이후 약 3개월 동안 'KB리서치고배당' '한국투자배당리더' '트러스톤장기고배당' 'KTB배당플러스찬스' '알리안츠유럽배당' '동부진주찾기고배당' 등 신규 배당주 펀드가 6개나 출시됐다.
이들 펀드는 현재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배당주 투자에 특화된 종목 발굴이나 새로운 전략을 접목시키는 방법으로 차별화를 모색하고 있다. KB나 한국투자, 트러스톤 등은 강력한 리서치 능력을 무기로 현재 배당수익률이 높은 종목 이외에 배당을 늘릴 가능성이 높은 종목을 찾아내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KTB는 배당주에 성장성이 높은 공모주 투자를 적극적으로 병행한다는 전략이다.
최근 3개월 '삼성밸류플러스' '한국투자노무라일본밸류' '대신VIP아시안그로스' 등 새로운 가치주 펀드도 3개나 출시됐다. 한국투자와 대신은 각각 일본과 아시아로 가치주 투자 범위를 넓혔고, 삼성은 M&A 과정에서 주가 상승 가능성이 높은 가치주를 발굴하는 전략이다.
전문가들은 기존 고배당이나 저평가 종목 투자만으로는 이미 시장이 한계에 다다른 만큼 배당 확대가 예상되는 종목 발굴 등 새로운 전략을 도입한 펀드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배당주나 가치주 펀드 투자는 장기 초과 수익 추구가 중요한 만큼 운용 성과를 지켜보고 신중한 선택을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후정 동양증권 연구원은 "배당주나 가치주 투자는 단기에 높은 수익을 기대하기보다는 장기적인 초과 성과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며 "다양한 전략을 활용한 신상 펀드들이 실제 어떤 수익률을 만들어내는지 당분간 지켜보는 게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재원 기자 / 석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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