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마켓레이더] 현대차, 투자자 불안 잠재우려면
입력 2014-09-22 17:13 
현대차그룹이 예상치 못한 10조5500억원이란 천문학적 금액으로 한국전력 용지를 낙찰받았다. 여의도 증권가는 예상치의 2배가 넘는 액수에 큰 충격에 빠졌다. 발표 당일에만 비용을 부담한 3사의 보통주ㆍ우선주 시가총액이 9조6000억원 하락했다. 물론 밸류에이션만 보면 영향이 미미하다. 장부가치는 당좌인 현금이 토지나 건물 같은 고정자산으로 전환될 뿐이고, 수익가치는 10조5500억원의 현금이 만들어낼 이자수익이 임대료 발생 시점까지 사라질 뿐이다.
그러나 충격의 핵심은 현금의 '기회비용'이다. 현금은 곧 가능성이다. 현대차그룹의 10조5500억원이 한전 용지가 아닌 다른 투자에 사용됐을 경우 더 높은 효용을 얻었을 것이란 아쉬움이 투자자를 불편하게 한 것이다. 해외 30만대 공장을 짓는 데 통상 1조원 현금이 투입된다. 이번 건설 총액 15조~16조원은 15개 공장을 지을 수 있는 돈에 해당한다. 대당 평균단가 2000만원으로 계산하면 이 금액은 연간 450만대, 매출액 90조원, 영업이익 8조원을 창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의미한다. 판매법인과 금융법인, 부품업체의 부가적 이익까지 따지면 더 증폭될 수 있다. 규모로도 현재 현대ㆍ기아차의 글로벌 총 생산량이 800만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1200만대 이상, 즉 글로벌 1위까지 올라설 수 있는 재원이 될 수 있다.
직접투자가 아니더라도 인수ㆍ합병(M&A)을 통한 확장 자금으로 사용될 수도 있었다. M&A는 현재 해당 브랜드의 고객을 함께 사는 개념이라 신규 증설보다 가치가 크다. 240만대 규모의 크라이슬러 지분 100%를 인수한 피아트도 총 12조원을 지불하는 데 그쳤다. 인도 타타그룹이 영국의 럭셔리 브랜드 재규어ㆍ랜드로버를 인수한 가격이 2조3000억원에 불과했고, 르노가 러시아 1위 아브토바스를 인수한 가격도 1조원이 안 됐다.
연구개발비도 마찬가지다. 도요타는 HEV와 FCEV 등 친환경차 투자를 위해 향후 1조8000억엔(약 20조원)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보유 현금은 초이노믹스 이후 주주가치 제고의 방편인 배당 성향 확대로도 이어질 것이라 기대를 모으고 있었다. 3사의 순현금 26조원이 앞으로 어떤 성장을 일궈낼까 꿈꾸던 투자자들에게 이번 투자건은 불편할 수밖에 없다. 주가의 단기 충격은 불가피하다. 유일한 매수 주체였던 외국인들도 불만이 많다. 기회비용에 대해 우려하는 투자자들에게 현대차그룹이 할 일은 자명하다. 미래성장과 주주가치에 절대 훼손이 없을 것임을 명확하게 밝히는 것뿐이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기업분석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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