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정부 산하 기관의 연구개발(R&D) 사업 경쟁 입찰에서 삼성전자 시스템 에어컨과 관련된 내부 자료를 빼돌린 의혹을 받고 있다. 최근 독일 한 가전 매장에서 발생한 조성진 LG전자 사장 세탁기 훼손 사건과 함께 양사 간 경쟁이 검찰 조사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22일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검사 서영민)는 LG전자 허모(53) 전 상무와 윤모(44) 전 부장을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 등으로 송치한 사건을 경찰로부터 넘겨받아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 1일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허 상무와 윤 전 부장 등 2명을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이 사건을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 2009년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이 공모한 에너지 고효율 시스템 에어컨 연구개발 사업에서 삼성전자의 에어컨 국책과제 사업계획서를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경쟁 입찰에 참여했으며 LG전자가 사업자로 선정됐다.
이 과정에서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에 제출된 삼성전자의 시스템 에어컨 자료를 LG전자 관계자가 가지고 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정보 유출 의혹이 불거졌다. 검찰은 허 상무와 윤 전 부장 등이 갖고 있던 삼성전자 자료를 확보해 유출 경위를 추적하고 있다.
이에 대해 LG전자는 이번 사건을 전직 임직원들의 개인 범죄로 보고, 회사와 거리 두기에 나섰다. 이번 유출 의혹이 회사의 산업기밀 유출과 배임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임직원들의 일방적 주장이라는 설명이다.
LG전자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LG전자의 내부 감찰에서 부인 명의의 유령업체에 용역을 준 것처럼 속여 회삿돈 수십억 원을 빼돌린 사실이 드러났다. 이들은 산업기밀유출 및 업무상배임, 공갈미수 혐의징역 등의 혐의로 4년을 확정 받고 현재 복역 중에 있다.
LG전자 측은 "윤 모 전 부장이 회사의 조치에 앙심을 품고 제기한 것으로, 경찰 수사를 통해 자사 임직원들이 수사를 받은 바 있으나 이상이 없었다"며 "허 상무도 지난 2011년 말 퇴사했다”고 밝혔다.
[이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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