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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YJ의 10년, 세월 그 이상의 특별한 무엇
입력 2014-09-22 13:29  | 수정 2014-09-22 17:51
[상해(중국)=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조우영 기자]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다. 이조차 옛말이 된지 오래인 요즘, 그간 우여곡절 많았던 그룹 JYJ(재중·유천·준수)의 10년은 남다르다. JYJ 멤버들의 10년은 세월 그 이상의 특별한 무엇이 있다.
거친 강호에서 10년을 버틴 내공 충만한 고수 정도가 아니다. '달관(達觀)'이란 단어가 떠오른다. 사소한 사물이나 일에 얽매이지 않고 세속을 벗어난 활달한 식견이나 인생관에 이르렀음을 뜻하는 말이다.
아시아 투어(The Return of The King·왕의 귀환) 중인 JYJ는 지난 20일 중국 상해 메르세데스벤츠 아레나에서의 공연을 성황리에 마쳤다. JYJ가 세 멤버 '완전체'로서 상해를 방문한 것은 약 4년 만. 달라진 건 없었다. 무대에 오른 JYJ는 변함 없이 화끈했다. JYJ의 폭발적인 퍼포먼스와 호소력 짙은 보컬은 객석을 압도하기 충분했다. JYJ의 인기는 여전했고, 팬들의 충성도는 굳건했다. 중국 특성상 좌석으로 채워질 수밖에 공연장 플로어(floor)는 스탠딩석과 다르지 않았다. 공연 시작부터 의자 위에 모두 올라선 팬들의 환호성은 쩌렁쩌렁 울렸다.
JYJ는 전날 인천아시안게임 개회식 무대를 꾸민 탓에 공연 당일에서야 중국 현지에 도착했다. 그럼에도 공연에 앞서 취재진과 만난 JYJ는 시종일관 여유가 넘쳤다. '체력적인 부담은 없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재중은 "20대 초반 아이돌과 견주면 지겠지만 짧고 굵게 맞붙는다면 아직 왕성하다"고 자신했다.
실제로 '왕의 귀환'이란 아시아 투어 타이틀이 부끄럽지 않은 무대가 펼쳐졌다. 훌륭한 콘텐츠의 힘은 막강하다. 이들의 3년 전 곡을 지금 들어도 전혀 촌스럽지 않았다. 여러 제약 속에 그들은 자생력을 키웠다. 작사·작곡이 가능한 싱어송라이터이자 아티스트로 우뚝 섰다. 그들 인기가 굳건한 원동력이다. 최근 발표한 정규 2집 '백시트(Back seat)' 등의 무대는 데뷔 10년 차 JYJ의 성숙된 면모가 가감없이 드러난 집약체였다.
사실 JYJ를 이야기할 때 그들에 대한 예의상 금기시 되는 몇몇 단어가 있다. 일례로 이날 JYJ 기자회견장에는 중국 상해의 랜드마크 '동방명주타워'조차 왠지 입에 담기 어려운 분위기였다.
하지만 JYJ 멤버들에게 허례허식은 필요 없었다. 정작 JYJ 본인들은 꺼리낌이 없다. 소속사 관계자가 좌불안석에 시달릴만큼 편안하고 자유로운 대화가 오갔다. 추후 소속사 측의 간곡한 부탁으로 몇몇 사안에 비(非) 보도 조건이 붙었으나 JYJ 스스로 털어놓은 돌발 발언이 꽤나 많았다.
물론 음악과 관련된 것들이기에 결코 비루하지 않고 재미 있었다. 자칫 곡해가 우려되는 부분이 있어 보도화하지 않기로 소속사와 취재진이 합의했을 뿐이다.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겪은 JYJ의 '사람 냄새'는 훨씬 진해졌다.
JYJ의 지상파 방송 출연도 관심사였다. JYJ는 전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와의 전속 계약 분쟁에서 승소했지만, 여전히 가수로서 방송 출연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한 그들이 아시안게임 개회식 무대로나마 공식 전파를 탄 직후였기 때문이다.
준수는 "JYJ가 가수로서 (방송에) 나가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 재중은 "우리 셋이 지상파 전파를 탄 게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 때 2초가량 나온 걸 빼면 거의 4~5년 만이다"면서도 "(다만 아시안게임이) 우리가 주인공인 행사는 아니기에 걱정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유천은 "솔직히 방송 생각은 딱히 하지 않았다. 오히려 우리보다 스태프들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하더라. 지인들에게 축하 문자를 받으면서 '이게 과연 그럴만한 일인가' 신기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JYJ는 인천아시안게임 홍보대사로 활동했다. 대회 주제가도 불렀고, 외국 프로모션 행사에도 수 차례 참여했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본 행사 무대에 오르지 못할 수도 있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럼에도 JYJ는 "서운한 감정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준수는 "반전 없이 너무 깔끔하면 그게 더 이상하다"며 "상황이 바뀌는 경우가 빈번하다 보니 우린 괜찮다. 그래도 항상 국가적인 행사에 부름을 받는 게 뿌듯하다"고 말했다. 유천은 "오히려 회사에서 속상해 했다. 계약서가 있음에도 그저 종이 한 장 취급받으니까…. 우리에게 (약속을 지켜주지 못한) 미안한 마음에 화가 났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유천의 솔직한 고백도 취재진을 미소 짓게 했다. 솔로 가수로도 꾸준히 활동해 온 준수·재중과 달리 배우 영역에 집중해온 유천의 JYJ 활동은 우려가 적지 않았다. 이번 투어의 서막을 연 서울 공연에서 그의 가수로서 연습량에 다소 물음표가 붙었던 터다.
유천은 "혼자 설 수 있는 실력을 갖춘 두 멤버가 누구 하나 튀려하지 않고 나와 발란스를 맞춰주고 있다. 나는 두 사람에게 얹혀 가고 있을 뿐"이라며 준수와 재중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그는 이어 "(춤이 굉장히 어려운) '미션' 같은 곡을 준수가 또 만들지 않아서 다행이다"며 웃었다.
이쯤 되면 '입에 발린' 화답이 나올만도 한데 준수는 "갑자기 '미션2', '미션3'를 만들어야겠다"며 "우리가 언제까자 일명 '칼 군무'를 할 수 있는 지 그 곡으로 시험삼아 보여주겠다"고 농담했다.
준수는 더불어 "다른 멤버들이 공연 레퍼토리에서 댄스곡을 계속 빼려고 한다. (재중은 "하고 싶은데 몸이 안 따라갈 뿐이다"고 눙쳤다) 솔로 무대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저만 다 댄스곡이다. 저도 발라드 한 곡쯤 하고 싶은데 못하고 있다"고 투정을 부렸다. 그는 이어 "재중(형)은 안무 숙지가 늦어졌다. 예전에는 한 두 시간이면 다 외웠는데 이제 하루가 넘게 걸린다"고 구박했다.

기자회견장에서 자신의 약점을 스스로 드러내고, 동료 멤버는 또 그를 향해 '귀여운 투정'을 부릴 수 있는 그룹이 얼마나 될까. 서로간의 신뢰와 가족애(愛)에 버금가는 우정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JYJ는 지난 10년을 뒤돌아 보며 가장 감동적인 순간을 꼽아달라는 취재진의 요청에 "특별히 무엇을 주고 받을 때는 아니다"고 답했다. "공연하다가 문득, 옆에 동료 멤버를 봤을 때 뭉클해진다"는 게 그들의 이구동성이다.
그들은 "JYJ가 되고나서부터 1위나 시상식 초대 따위는 마음을 비웠다. 단순히, 지치지 말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뿐이었는데 방송에 얼굴을 비치지 못하니 연예인이라고 말하기 낯뜨거울 정도가 됐다. 무대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지는 법임에도 우리 공연을 보러 와주시는 분들이 여전히 있다는 점에 감사하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완벽하지 않지만 '셋'이라서 더욱 아름다운, JYJ에게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그래서일까. 중국 팬들의 손에 들린 피켓에는 '다음 10년 기다릴게'라는 응원 문구가 적혀 있었다. 막연한 약속일 수도 있으나, 그룹 JYJ가 계속 무대에 서기 충분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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