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대책 발표 후 지난 4일 법원경매로 나온 서초구 반포동 반포경남 전용 154㎡. 감정가가 13억5000만원으로 높아 지난 7월 첫 경매에서 유찰된 물건이지만 이날은 21명의 응찰자가 몰렸다. 1회 유찰로 최저가는 10억8000만원으로 조정돼 나왔지만 응찰자가 몰리며 낙찰가는 감정가 대비 106.5%인 14억3800만원으로 치솟았다.
지난 11일에는 강남구 대치동 한보미도맨션 전용 137㎡가 경매로 나오자마자 낙찰됐다. 감정가 13억7000만원의 이 물건에는 4명이 응찰했지만 낙찰가율은 104.6%(낙찰가 14억3799만원)로 낙찰가가 감정가를 훌쩍 넘었다.
강남3구 10억원 이상 아파트가 경매법원에서 속속 낙찰되고 있다. 경기회복 기대감에 더해 경매로 나오는 물건 수 자체가 확연히 줄면서 낙찰율이 유례없이 높아지고 있다.
22일 부동산경매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19일까지 경매법원에 나온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10억원 이상 고가아파트는 14건으로 이 중 12건이 낙찰돼 낙찰율이 85.7%로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10건 중 8.5건이 낙찰된 셈이다. 28건 중 14건이 낙찰된 지난달(50%)과, 44건 중 15건이 낙찰된 지난 해 9월(34.1%)과 비교해서도 현격하게 높은 수치다. 평균 낙찰가율은 88.8%로, 평균응찰자수도 전년 동월 3.5명에서 6.9명으로 두배가 늘었다.
10억원 이상 고가아파트는 가격이 높아 낙찰율이 대개 50%를 넘지 못한다. 85.7%라는 낙찰율은 10억원 이상 고가아파트 진행건수가 10건을 넘기 시작한 2003년 8월 이후 역대 최고치다. 이렇듯 낙찰율이 높아진 것은 경매로 나오는 물건 수 자체가 적어진 영향이 크다. 지난 해 9월 44건이었던 고가아파트 경매 진행건수는 12월에는 62건까지 늘어났지만 지난 달 28건, 이번달 14건으로 그 수가 확연히 줄었다. 고가아파트 소유주가 경매로까지 몰리지 않고 물건을 유지하거나 매매시장에서 충분히 소화할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다.
경매로 나오는 물건수가 줄어 희소성이 높아지는 대신 투자자들의 관심은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강남의 고가아파트는 2번 가량 유찰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이달 들어서는 경매로 나오자마자 낙찰되거나 1회 유찰 후 바로 낙찰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창동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경매 물건은 최소 경매 개시 4~5개월 전 감정가를 평가하는데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이후 시세 상승분을 미처 반영하지 못한 가격 메리트가 있어 고가아파트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특히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승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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