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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영화愛人] 김보영 감독, 귀여운 캐릭터와 흑과 백 ‘신선 애니’로 관객 매료
입력 2014-09-22 10:51 
사진제공=김보영 감독
한 영화가 개봉되기까지 많은 과정과 다양한 사람들을 거치게 된다. 영화감독을 시작으로 배우, 촬영감독, 제작진, 의상팀, 무술팀, 투자자, 배급사, 매니저, 홍보사 등 너무도 다양한 사람들이 힘을 다해 제작에 열을 올린다. 그러나 늘 영화가 개봉되면 배우 또는 감독만이 인터뷰를 통해 못 다한 이야기를 전하곤 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최선을 다하는 이들의 숨은 이야기를 거침없이 파헤쳐본다. <편집자 주>


[MBN스타] 크고 동그란 얼굴에 한데 모인 작은 눈, 코, 입. 애니메이션 캐릭터 중 가장 인간미 넘치고 현실적인 캐릭터가 등장했다. 이는 단편 애니메이션 ‘아프지 않아 ‘흉내 속 캐릭터를 말하는 것이다.

‘아프지 않아는 앞니가 흔들리는 아이와 이를 발견한 엄마가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안 아픈 척, 아직은 때가 아닌 척, 잠든 척 등을 해보며 이 뽑기를 피하느라 피곤한 아이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와 이 사이에 달린 올가미에 갇힌 아이의 모습이 담긴 포스터는 신선했고, 이 뽑기에 대한 공포가 고스란히 애니메이션으로 표현돼 보는 재미를 더한다. 현실 어딘가에 있을 것 같은 캐릭터는 친숙하기 그지없고, 누구나 어릴 적 경험했을 이 뽑기의 공포로 공감대까지 자극한다.

‘흉내는 개를 좋아하는 한 남자에게 사랑에 빠진 한 여자가 그의 관심을 얻기 위해 그가 좋아하는 개 흉내로 마음을 사로잡으려는 이야기를 담았다. 특히 숨은 반전으로 신선한 충격을 안긴다. 이 작품에도 역시 너무도 귀여운 캐릭터가 등장해 아기자기하다.

두 작품 모두 인간미 넘치는 캐릭터가 등장하고, 흑과 백 오직 두 가지 색만으로 작품을 표현하고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짧은 단편 애니메이션임에도 길고 강한 임팩트와 공감대 형성으로 눈길을 끈다. 때문에 제4회 홍콩 국제모바일 영화제 대상과 애니메이션 금상, 제4회 서울메트로 국제지하철영화제 서울메트로&베를린 펜스터 1등상, 제9회 인디애니페스트 독립보행상 수상으로 그 작품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아프지 않아와 ‘흉내를 제작한 이는 디자이너이자 애니메이션 디렉터 김보영이다. 2002년부터 각종 디자인 작업, 영상물,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고 있고 2013년 ‘모션케이라는 이름으로 회사를 설립해 활동 중이다. EBS 교육방송, CJ오쇼핑, 수협, 티모빌, 스프린트, 현대, 마즈다 등을 맡아 제작한 바 있다.

현재 디자이너보다는 영화감독으로 이름을 널리 알리고 있다.

Q. 디자이너로 활동하다 어떤 계기로 영화감독이 되고자 했는가?

A. 중, 고등학교 때 미술을 좋아하기에 4컷 만화 등을 그리며 시간을 보냈다. 나 역시 내가 애니메이션을 전문으로 할 것이라 생각 못했다. 본래 영화를 좋아했지만 이를 제작하는 감독이 될 것이란 생각은 전혀 못했다. (웃음) 미술대학에서 시각 디자인을 공부 한 후 졸업하고 디자인이 재미있어 그 길을 택했다. 디자인 모션 그래픽 쪽에서 일하다 무엇인가 부족함을 느껴 내가 만들고 싶은 걸 하려고 했다. 미국에 살다 제 작년 한국에 왔고 현재 프리랜서로 일하며 작업 중이다. 미국에서 공부할 때 한 친구가 내가 장난으로 그린 스케치를 보고 ‘애니메이션도 해보라고 제안했는데 그 말이 마음에 와 닿더라. 이를 계기로 애니메이션 감독의 꿈을 키워온 셈이다. 외국에서는 모션 그래픽, 광고 등에 참여했다. 감독이기는 하지만 영화보다는 애니메이션에 집중하고 싶다.”

Q. ‘아프지 않아 ‘흉내 모두 독특한 소재이고 신선한 애니메이션이다. 작품 구상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가?

A. 부족한 건 다양한 프로그램을 배워 채우면 된다. 그러나 작품에 있어 스토리가 가장 중요하다. 때문에 책도 자주 읽고 좋은 작품을 본다. 특히 독립 애니메이션을 즐겨보는데, 보통의 애니메이션에는 감독의 생각보단 대중성에 맞춰 작품이 제작된다. 그러나 독립 애니메이션에는 감독이 하고 싶은 말이 다 나오고 특별한 소재와 이야기가 가득하다.”

사진제공=김보영 감독
Q. ‘아프지 않아와 ‘흉내에 대해 소개해 달라.

A. ‘아프지 않아는 이를 뽑기 싫어하는 아이의 단한 이야기를 담았다. 아이의 시각에서 이야기가 전개되고 이 뽑기에 대한 공포스러운 감정을 강조하려 했다. 엄마가 아이의 이에 묶은 실의 매듭과 교수형 매듭의 이미지를 연관시켰다. 때문에 이를 뽑는 게 마치 사형집행장에 가는 듯하다. 이 모양 역시 아이의 상상 속 이미지다. 이와 반대로 ‘흉내는 한 남자를 짝사랑하는 여자의 입장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작게 보면 사랑 이야기이지만 크게 보면 사람관계를 담았다. 진짜로 가지고 싶은 걸 갖기 위해 자기를 버리지만, 결국 이를 얻은 후 내가 진짜 원했는가를 생각하게 해준다. 개를 소재로 한 건 개는 사람을 잘 따르고 마치 사람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더라. (웃음) 주인과 개가 서로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져야 하고 이를 위해 노력하지 않냐. 그래서 개를 소재로 삼았다.”

‘아프지 않아는 언니와 함께 제작했고 ‘흉내는 연출부터 제작까지 혼자 했다. 시나리오에 따라 작품 완성시간이 다르지만 ‘아프지 않아는 1년, ‘흉내는 2~3달이다.”

Q. 두 작품 모두 화려한 색상이 아닌 평범한 흑과 백이다. 등장하는 캐릭터 역시 예쁘고 화려하기보다는 귀엽고 인간미 넘친다.

A. 극중 캐릭터는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동양의 아기를 과장해서 그린 것이다. ‘흉내 역시 과장해 그린 캐릭터다. 대표적으로 머리가 크고 눈이 찢어지고 가운데로 몰리고, 손도 작고 이목구비도 작고. 못생겨도 귀여운 캐릭터를 원했다. 너무 예쁘면 안 끌리지 않냐. (웃음)

사진=포스터, 스틸
Q. 다양한 영화제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았는데 소감이 어떻고 당시의 반응, 지인의 반응은?

A. 첫 작품인 ‘아프지 않아로 수상했는데, 누군가 나에게 ‘첫 작품으로 상을 받으면 앞으로 못 받는다는 징크스를 알려준 적이 있다. (웃음) 때문에 조금의 걱정과 부담이 있다. 그러나 캐릭터, 작품의 스타일 등은 쭉 가고 앞으로 스토리를 통해 더 잘 보여줄 예정이다. 영화제 제출보단 빨리 다양한 작품을 제작하는 게 목적이다. 작품을 본 관객들의 반응이 특이다. ‘슬프다 또는 웃기다라고 각기 다른 반응을 보이더라. 난 이 반응이 좋다. 작품에 대한 내 생각이 한 가지가 아니니 여러 가지 생각이 나오니 좋다. (웃음). ‘이미지적으로 독특하다 ‘발상의 전환 등 반응이 정말 다양하다. ‘흉내를 좋아하더라.”

나를 잘 아는 지인들은 다들 ‘너 같다고 말하고, 날 잘 모르는 이들은 ‘네가 이런 걸 할 줄 몰랐다고 하더라. (웃음) 스토리에 대한 감정이 있는 것 같다. 작품의 메시지는 심각하거나 슬플 수도, 부정적일 수도 있지만, 이미지는 재미있기에 같이 공감하길 바란다. 웃픈(웃기고슬픈). 또는 ‘아프지 않아는 공포와 유머가 섞여있으니 느끼길 바란다. 주인공이 느낀 감정을 관객도 느끼길 바라고, 주인공의 심리, 입장을 깊게 보여주길 원했다.”

사진제공=김보영 감독
Q. 차기작이 기대된다. 차기작은.

A. 차기작에는 색이 들어간다. 그러나 스타일은 ‘아프지 않아 ‘흉내와 비슷하다. 생명체를 소재로 삼았다. 2~5분 사이에 끝나는 작품 하나와 15~20분 사이에 끝나는 두 가지 작품을 준비 중이다. 이미 2~5분 작품은 끝나고 후반작업 중이다. 씁쓸하고 조금은 웃긴 상황을 이용해 씁쓸한 메시지를 전달할 예정이다. 최대한 쉬지 않고 꾸준히 작품을 만들려고 한다. (웃음)”

최준용 기자, 손진아 기자,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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