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박대원의 분양 24時] 역세권 상가, 유동인구 많은데 왜 안 팔릴까?
입력 2014-09-16 15:13 
서울 수도권에 준공을 마친 상가 모습. 도로변에 역세권 입지를 갖췄으나 공실이 즐비하다.

# 얼마 전 수도권에 소재한 모 상가 시행사 대표자로부터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상가 분양과 임대에 관한 문의 전화였다.

일단 몇 가지 현장 관련 사항을 들은 후 다음날 실사에 들어갔다. 겉으로 봐서는 제법 그럴듯했다. 역세권(도로변)인데다 상대적으로 경기 부침에 강한 학생수요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상가는 이런 입지적 장점에도 불구하고 공실이 많았다. 왜 그럴까.

이미 준공을 마친 이 상가는 치명적인 약점을 갖고 있었다. 지하철 개통을 앞두고 일대는 공사판을 방불케 했다. 또 임대료가 저렴한 인근 단독주택지 내 상권이 활성화되어 적지 않은 유동인구를 뺏기고 있었다.


물론 지하철이 개통되면 상권은 변할 수 있다. 그러나 개발업자 입장에서는 유동성 확보(자금 확보) 차원에서 분양률 제고가 시급할 수밖에 없다.

요즘 상가 투자자들은 그 동안의 투자 노하우(?)를 바탕으로 엔간하면 공실상가를 매입하려 들지 않는다. 땅만 파면 팔리는 시대는 끝난지 오래다. 신규로 공급하는 상가들이 분양과 동시 임차인(임대)을 찾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미 준공했거나 준공을 앞둔 상가들은 호기가 오기를 마냥 기다리고 있어야 할까.

쥐구멍에도 볕들 날 있다. 주구장창 기다리기만 한다면 개발업체의 열에 아홉은 자금난에 도산하거나 ‘울며 겨자먹기로 헐값에 상가를 넘겨야할 처지에 놓이게 될 공산이 크다.

때문에 개발업체는 우선 상권의 직접 수요자 등을 겨냥한 업종을 정리해 적극적인 유치에 나서야 한다. 굳이 많은 분양사들을 고용하기보다는 임대 전문 인력(1~2인)이 현장에 상주해 우량 세입자(key-tenant)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

또 유명 프랜차이즈 업체를 발굴하거나 주변 중개업소와의 협업을 통해 선임대 후분양에 주력해야 한다. 아울러 역 개통 전이라는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업종별 중·장기 ‘렌탈프리 서비스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분양상품은 통상 초기 분양률을 높이지 못하면 갈수록 고전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로 분양(또는 임대)에만 3~5년이 걸리는 사례도 수두룩하다.

무엇보다 계획 당시보다 사업성이 떨어지더라도 현실을 직시하고 약점을 인정함과 동시에 투자자와 임차인에게 납득할만한 보상 마케팅을 과감히 전개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자문 박대원 상가정보연구소 소장 / 정리 조성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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