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사는 박 모씨는 최근 '기침감기나 코감기에도 언제든지 통원비 2만원 보상'이라는 TV홈쇼핑 광고를 보고 자녀를 어린이보험에 가입시켰다. 하지만 아이가 기침감기가 들어 보험사에 통원비 보상을 요구했지만 해당 보험사로부터 "급성기관지염만 통원비 보험 대상에 속한다"며 통원비 지급을 거절당했다.
이처럼 국내 TV홈쇼핑이 여러 보험상품을 판매하고 있지만 계약내용과 다른 사실을 알리거나 상세한 설명을 하지 않아 소비자 피해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이 최근 3년간(2011~2013년) TV홈쇼핑 관련 피해 사례를 분석한 결과 보험 상품으로 인한 피해가 1위로 조사됐다. 이 기간 피해구제 신청 건수는 보험 65건(7%), 의류 56건(6%), 정수기 대여 50건(5.4%), 여행 43건(4.6%), 스마트폰 40건(4.3%) 순이었다.
특히 보험 중에서도 질병이나 상해보험상품 구입으로 인한 피해가 전체 보험 피해 건수의 84.6%인 55건을 차지했다. TV홈쇼핑은 이들 보험을 판매하면서 보험 가입 시 계약내용을 사실과 다르게 설명하거나 보험사에 불리한 내용은 알리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또 보험 가입은 쉽게 승인하면서도 정작 보험금을 지급할 땐 애초 설명과 다른 이유를 들어 지급을 거절하는 사례도 다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보험 상담만 받아도 사은품을 준다고 광고했지만 이 약속을 지키지 않은 일도 있었다.
실제로 소비자원에 따르면 직장인 김 모씨는 5년 전 TV홈쇼핑을 통해 '갱신 시 보험료는 적립보험료로 대체 납입돼 크게 인상되지 않는다'는 말만 믿고 5년 갱신형 보험에 가입했지만 갱신 시점인 올해 3월 보험료가 60%나 오른 사실을 확인했다. 김씨는 보험사에 가입 당시 광고 내용과 녹취록을 달라고 했지만 이 회사는 녹취록을 분실했다며 약관대로 처리하겠다고 어깃장을 놨다.
소비자원 조사 결과 선진국에서는 TV홈쇼핑을 통한 보험(홈슈랑스) 판매가 가능하긴 하지만 불완전 판매에 따른 배상책임 등의 문제로 실제 홈쇼핑을 통해 보험을 판매하는 국가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의 경우 한 홈쇼핑사가 불완전한 보험상품 판매로 벌금 29만파운드를 부과 받은 후 사실상 홈쇼핑의 보험 판매를 중단하기도 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TV홈쇼핑의 보험 판매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면 홈쇼핑 사업자와 보험사가 연대책임을 지고 보험 광고 내용을 일정기간 보존해 소비자가 원하면 열람할 수 있게 하는 등 규제책을 관계 당국에 건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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