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임영록 회장 17일까지 사퇴 안하면 해임안 상정
입력 2014-09-15 17:28  | 수정 2014-09-15 19:23
15일 오전 8시 서울 강남 한 호텔. 직무정지 3개월 중징계를 받은 임영록 회장을 제외한 KB금융지주 이사회를 구성하는 사외이사 9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철통 보안 속에 비공개로 열린 이번 이사회 간담회에서는 임 회장 거취를 놓고 열띤 토론이 펼쳐졌다. 사외이사들은 '주전산기 내분'에서 촉발된 KB 사태로 인해 심각한 경영 공백에 직면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진실 규명을 위해 홀로 고군분투하는 임 회장에 대한 안타까움도 드러냈다. 일부 사외이사는 "임 회장이 중징계받은 지 사흘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이사회에서 해임을 논의할 만큼 서두를 필요가 있느냐"고 이견을 내놨다. 하지만 표류하는 KB금융그룹 조직 안정과 경영 정상화를 위해서는 임 회장의 용퇴 결단이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결국 다수 의견이 모아졌다. KB금융지주 이사회가 사실상 임 회장 사퇴를 권고하면서 KB 사태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KB금융지주 이사회는 임 회장 해임 안건을 논의할 17일 저녁 간담회를 앞두고 임 회장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할 시간을 줬다.
이경재 KB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은 기자와 전화 통화하면서 "이견도 있었지만 주주가치 훼손과 기업가치 하락 등 KB 사태 조기 해결을 위해서는 임 회장 결단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17일 이사회 간담회에서 해임 안건을 올리겠다고 결정한 바는 없지만 임 회장 거취 판단에 따라 해임 안건을 논의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KB금융지주 주가는 경영 불확실성으로 인해 5.22% 급락했다. KB금융지주 이사회는 임 회장이 사임하면 후임 대표이사 회장 선정 작업에 곧바로 착수할 계획이다. 만일 임 회장이 계속 자리에서 버틴다면 이사회는 이번주 중에 해임 여부를 논의할 계획이다.
KB금융그룹은 이날 계열사 사장단 회의를 개최하고 비상경영대책을 논의했다. 계열사별로는 금융감독원 감독관이 파견 나와 있는 만큼 '직무 정지된 임 회장을 지원해서는 안 된다'는 지시사항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KB금융지주 집행임원들은 '임 회장 억울함을 이해하지만 KB금융그룹 조기 안정을 위해 임 회장의 명예로운 용퇴를 건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금융당국은 임 회장에 대한 사퇴 압박 수위를 갈수록 높여가고 있다. 금감원은 임 회장을 포함해 주전산기 전환 사업을 주도한 핵심 관련자 4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국민은행 주전산기를 IBM에서 유닉스로 교체하는 과정에서 IT 임직원들 문서 조작과 허위 보고 등 의혹이 있는데 이 과정에 임 회장이 부당 압력을 행사하고 인사 개입했기에 공범이라는 판단이 작용했다.
금감원은 2011년 국민은행에서 국민카드를 분사할 때 은행 고객 정보 이관을 소홀히 해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빌미를 제공한 것과 관련해 추가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당시 KB금융지주 고객정보 관리인이던 임 회장을 추가 문책하겠다는 의도다. 금감원은 이를 위해 KB금융지주, 국민은행, 국민카드에 검사역 총 12명을 파견했다. 이번 조사에서 임 회장의 추가적인 위법 행위가 있었는지를 집중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임 회장 직무정지에 따른 경영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KB금융그룹 10개 계열사에 감독관 총 27명을 파견했다. 현장에서 경영 상황에 대한 상시 감시와 함께 현장지도 업무를 수행할 계획이다. 임 회장에 대한 경비 지원이나 사내변호사 조력 등도 실시간 감시한다. 사태가 장기화하면 KB금융의 LIG손해보험 인수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LIG손보 인수 건을 임 회장 사퇴 압박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고 예측한다.
[강계만 기자 /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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