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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重 권오갑號 위기파고 넘을까
입력 2014-09-14 18:29  | 수정 2014-09-14 23:57
<매경DB>
현대중공업이 권오갑 현대오일뱅크 사장(사진)을 구원투수로 내정하고 본격적인 위기 수습에 나섰다. 현대중공업그룹은 권 사장 이동으로 공석이 된 현대오일뱅크 새 대표이사에 문종박 부사장을 내정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1월 회장을 포함해 사장 이상 최고위직을 3명으로 늘리는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지만 실적은 더욱 악화됐고, 책임경영 체제도 구축하지 못했다.
올해 상반기에만 1조292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노조는 이런 실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지난 19년 동안 이어져온 무분규 노사협상 전통을 깼다.
결국 현대중공업 선장 역할을 했던 이재성 회장은 4년 반 만에 경영 악화에 대한 책임을 지고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내놓았다. 엔진ㆍ전기전자ㆍ건설장비ㆍ그린에너지 사업 총괄사장에 선임됐던 김정래 사장도 이미 지난달 사임했다.
현대중공업그룹 측은 "권오갑 사장을 그룹기획실장 겸 현대중공업 사장으로 임명한 것은 그룹사 경영을 쇄신해 위기를 극복하고 새롭게 도약하기 위한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며 "여기에 보다 효율적인 경영체제를 위해 기존 현대중공업 기획실을 그룹기획실로 개편했다"고 설명했다. 1978년부터 2009년까지 30년 넘는 인생을 현대중공업에 바친 권 사장이 책임경영체제 구축과 경기침체 극복을 위한 현대중공업의 구원투수가 된 셈이다. 권 사장 스스로도 경영 위기 극복 의지를 높이고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권 사장이 '국내 기업들이 30년 가까이 건설 조선 등 국외사업에서 기대 이상의 '큰 호황'에 안주한 측면이 없지 않다'고 지적해 왔다"고 전했다.
권 사장은 실적 악화의 주요인인 저가 수주와 관리 소홀, 작업 현장에서 해이해진 기강 등을 바로잡지 않고는 창립 이래 맞은 최대 위기를 극복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현대중공업 실적은 최악 수준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유럽 주요 선사(발주처)들이 돈 주머니가 마르자 선박 발주 가격을 후려쳐 왔다. 국내외 조선사 간 과잉경쟁도 실적 악화의 원인이 되고 있다.
수주 잔량 기준 세계 1위 조선사인 현대중공업도 물량 확보를 위해 불가피하게 저가 수주에 뛰어들었다. 이에 따라 2010년 15.0%에 달했던 현대중공업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1.5%로 뚝 떨어졌다. 매출액 54조1881억원을 올렸지만 영업이익은 고작 8020억원에 불과했다.
올해 3분기에도 현대중공업은 영업손실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국외사업 손실 등으로 3분기에도 현대중공업이 영업이익을 낼 가능성이 낮다. 영업손실이 어느 정도 줄어들지가 관심거리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노조 문제 또한 권 사장이 크게 결단해야 할 부문이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 12일까지도 파업을 피하기 위해 추가교섭했지만 이견만 보인 채 끝났다. 노조는 현재 통상임금 확대안과 함께 △임금 13만2013원(기본급 대비 6.51%) 인상 △성과급 250%+추가 △호봉 승급분 2만3000원을 5만원으로 인상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등 50개 넘는 요구안을 사측에 전달한 상태다. 노조는 17일 임시대의원 대회를 열어 파업 찬반투표 일정 등을 정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권 사장은 30년간 현대중공업에서 근무해 생산 현장 등에 대한 이해력이 높다"면서 "특유의 진정성과 친화력으로 위기에 처한 노사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종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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