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銀 898명 직원 징계착수

외환은행 경영진이 '조기통합'에 반대하는 노조에 대해 초강경 대응에 나섰다. 지난 3일 노조가 조기통합 반대를 위해 추진했던 임시조합원 총회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당시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근무지를 이탈했던 직원 898명을 징계하기로 한 것이다. 단일 사안으로 수백 명이 징계를 받는 것은 이례적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외환은행은 불법 집회에 참석을 시도한 직원 898명을 인사위원회에 회부하고 오는 18일부터 징계안을 심의할 계획이다.
외환 노조가 임시조합원 총회 개최를 시도한 지난 3일은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총파업을 실시했던 날이다. 외환 노조는 올해 초 금융노조에서 교섭권을 위임받았기 때문에 총파업에 참석하는 것은 불법이다. 이 때문에 외환 노조는 조합원 총회 개최라는 편법으로 실질적인 파업을 시도했던 것이다. 경영진은 이를 불법 파업으로 규정하고 총회 참석을 위해 근무지를 이탈하면 징계하겠다고 사전 예고했다. 경영진 '강경 대응'에 당시 총회는 정족수를 채우지 못하고 무산됐다.
지난 7월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이 '조기통합 추진' 필요성을 제기한 후 외환은행은 지속적으로 노조와 대화를 시도했다. 김한조 외환은행장은 "조기통합을 하더라도 외환은행 직원에 대해 인사상 불이익은 없을 것"이라며 노조 달래기에 나섰다. 이와 같은 '당근'을 제시하고 김 행장은 노조를 세 차례가량 찾아가 '삼고초려'했지만 노조는 대화 자체를 거부했다. 외환 노조는 2012년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할 당시 서명한 '2017년까지 독립경영 보장' 합의문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만 고수하고 있다. 이처럼 노사 갈등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김 행장은 898명 징계 회부라는 강경책으로 선회하게 된 것이다.
경영진은 내년 3월까지 통합은행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쉽지만은 않다. 게다가 금융당국은 "노사 합의 없이는 통합을 승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방침이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이미 내년 조기통합을 전제로 업무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내년 외환은행의 자체적인 업무 계획도 제대로 세우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이러다가 내년에 통합이 안 된다면 외환은행 영업력은 붕괴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안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