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리듬체조계 김연아, 판정시비로 꿈 좌절되나
입력 2007-04-13 09:02  | 수정 2007-04-13 11:48
지난 3월 리듬체조 국가대표 선발전 둘러싸고 편파 판정 의혹이 불거지고 있습니다.
금품 상납 관행처럼 뿌리박힌 비리 의혹까지 겹치면서 파문은 더욱 확산되고 있는데요.
이혁준 기자와 함께 자세히 알아봅니다.

앵커> 안녕하세요.


기자> 안녕하세요.

질문1> mbn단독 취재 뒤 파문이 확산되고 있죠?

네, 그렇습니다.

대한체조협회는 리듬체조 국가대표선발전의 판정 의혹과 내부비리가 밖으로 알려져 상당히 난처한 입장이 됐습니다.

협회측은 이번 사태에 대해 중지를 모아 조만간 대책을 마련할 계획인데요.

오는 16일 이사회를 열 예정입니다.

질문2> 국가대표선발전이면 굉장히 중요한 일일텐데요.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난거죠?

지난 3월 24일 S고등학교에서 열린 리듬체조 국가대표 선발전 장면부터 보시겠습니다.

이기연 선수는 중학생 시절 전국 6관왕을 차지할 정도로 촉망받는 유망주인데요.

첫 종목인 줄에서는 실수를 합니다.

학부모가 캠코더로 찍은 화면이어서 일부 화질과 촬영상태가 양호하지 못한 점 사과드립니다.

이어서 후프 연기 보시겠습니다.

뒤 이은 종목은 협회에서 학부모들의 촬영을 금지했습니다.

시청자 분들을 위해 다른 학생들의 연기를 보여드려도 좋겠지만 어린 학생들이어서 양해를 구합니다.

이기연 선수가 후프와 곤봉, 리본에서는 제 기량을 발휘했다고 몇몇 심판들을 말하고 있는데요.

이기연 선수는 보시는 표와 같이 3개 종목에서 5위를 하고 한종목에서 3위를 해 결국 종합 5위로 대표에서 탈락했습니다.

이에 이 선수의 학교 코치와 학부모들이 말도 안된다며 억울함을 호소해 mbn이 취재에 들어간 것입니다.

질문3> 양쪽의 주장을 다 들어봤을텐데 어떻습니까?

이 선수 학교측은 공정하지 못한 판정이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인터뷰 : 개포고등학교 리듬체조 코치
-"줄 종목은 기연이가 실수를 했죠. 당연한 점수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나머지 세종목은 실수없이 잘했어요. 기연이가 받아야 할 점수를 못받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하지만 체조협회는 심판이 한두명이 아니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인데요.

협회측은 mbn과의 인터뷰 당시 재판정은 없다고 일축했습니다.

인터뷰 : 체조협회 기술위원장
-"25명의 심판이 평가를 종합해서 최종 점수가 나왔기 때문에 평가한 점수에 대해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양측 외에 선발전에 참여한 일부심판들 사이에서도 석연치 않은 판정이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는 점인데요.

인터뷰 : 리듬체조 심판
-"저 같은 경우에는 다른 종목을 봤는데 그 선수가 잘했어요. 나중에 그 점수가 나온 걸 보고 좀 당황스러웠죠. 점수가 너무 낮게 나왔기 때문에..."

질문4> 공방이 치열한데요. 금품관행이 대표선발전에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죠?

네, 그렇습니다.

지난 1월 이기연 선수의 코치와 개포고의 다른 한 코치가 협회에 진정서를 보냈는데요.

두 코치가 투서한 진정서에는 당시 체조협회의 부회장과 기술위원장 등 간부 4명의 비리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당시 이 사건으로 4명 가운데 2명이 자진사퇴했을 뿐 나머지 2명은 여전히 체조협회 간부직을 맡고 있습니다.

협회는 따로 조사도 하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 김동민 / 대한체조협회 전무이사
-"진정서가 접수된 이후에 부회장과 기술위원은 도의적인 책임을 가지고 사표를 제출했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두 분은 내용이 경미하다고 (체조협)회장님께서 판단해서 그대로 기술위원회에 잔류토록 했습니다."

이 선수의 코치들은 자신들이 리듬체조계의 내부비리를 고발해 미운털이 박힌 게 아니냐고 반문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 개포고등학교 리듬체조 코치
-"지금 하고 있는 꿈나무들도 많거든요. 그 선수들에게까지 영향이 미치기 때문에 이 문제는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질문6> 보도가 나온 뒤 전화가 많이 왔죠?

이게 바로 그 진정서인데요.

어제 보도가 나간 뒤 S대 출신 선수에게서도 기자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체육계에는 스승과 제자의 관계가 엄격하기 때문인지 제자를 잘못둬 발생한 일이라는 지적이 많았는데요.

체육계에서는 돈을 받아도 괜찮다는 인식이 확산돼 있는 것인지 의심스러운 부분입니다.

질문7> 그렇군요. 말그대로 어른들 싸움에 아이들이 상처를 받고 있는 꼴인데요. 금품상납 어느정도였는지요?

진정서에 따르면 S초등학교부터 시작해서 S고등학교 체육관에서 운동하고 있는 리듬체조 선수들의 학부모들은 매년 6번 이상 S대 이 모 교수의 연구실로 찾아갔는데요.

학부모들에게 확인한 결과 진정서 내용과 유사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인터뷰 : 김선미(가명) / 학부모
-"00대 출신이신 코치 선생님에게 배우는 학생들과 학부형들은... 엄마들이 팀별로 한 명당 10만원씩 한 팀별로 들어가서 봉투를 드리는 것으로 돼 있습니다."

이 외에도 대학에서 리듬체조 발표회가 있을 때면 의상비와 기부금 티켓 판매를 학부모들이 부담해야 했다고 진정서는 말하고 있는데요.

이미 금품 상납이 관행처럼 뿌리 박혀 있는 상황입니다.

질문8> 금품상납을 받았다고 나와 있는 교수는 이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였나요?

mbn 취재진은 진정서 파문의 핵심인 이 모 교수와 연락을 시도했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습니다.

인터뷰 : ☎: A대 체조학과 조교
-"선생님한테 연락이 지금 안되는데요. 오늘 전화를 안받으세요."

리듬체조계에서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었는데요.

이런 금품 비리 사건이 일어날 수 있는 까닭이 리듬체조계를 독식하고 있는 특정 대학과 그 산하 초, 중, 고등학교로 이어지는 독주형태가 빚은 폐해라는 지적입니다.

S대학 출신인 전직 국가대표 코치의 증언입니다.

인터뷰 : ☎ : A대출신 전 국가대표 코치
-"경쟁이 없어서 그래요.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다 알아요. 다 아는데 용기가 없는 거예요."

질문9> 어른들의 어두운 뒷모습, 아이들에게는 큰 상처로 남을 것 같습니다. 이기연 선수측은 앞으로 어떻게 대처할 계획인가요?

네, mbn의 취재가 시작된뒤 대표로 선발된 한 선수가 웬일인지 대표자격을 포기했는데요.

이기연 선수는 국가대표에 들어오라는 제의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 선수 측은 정당한 평가를 받은 뒤 대표에 오르겠다는 입장입니다.

인터뷰 : 김소영 / 이기연 선수 어머니
-"비디오 재판독을 통해서 점수가 안 나온 부분에 대해서 확인을 받고 싶습니다."

mbn 취재진에서는 이미 추가자료를 확보한 상황인데요.

향후 협회의 조치에 따라 후속취재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앵커> 이번 보도를 보고 이러니까 리듬체조계에서 김연아 선수와 같은 사람이 안나오는게 아니냐 하는 질타의 목소리가 높다고 합니다.

리듬체조계의 스타를 꿈꾸는 학생들. 어른들의 어두운 뒷모습에 싹조차 틔워 보지 못하고 꿈이 꺾이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러운데요.

mbn 취재진의 후속보도가 좋은 방향으로 결론나길 기대해봅니다.

이혁준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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