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피터 라이 사장 "韓투자자에 위안화 상품 소개"
입력 2014-09-10 17:06  | 수정 2014-09-10 19:19
"한국 대만 홍콩 중국 등 아시아를 연결하는 탄탄한 영업망을 바탕으로 교차판매(cross-selling)에 나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고 잃어버린 동양증권의 명성을 되찾을 겁니다."
다음달부터 '한국 유안타증권'으로 사명을 바꾸고 새로 출발하는 동양증권의 새 주인이 된 대만 유안타증권의 피터 라이 사장은 지난 4일 타이베이 본사에서 매일경제신문과 단독 인터뷰하면서 동양 사태로 위축된 영업을 되살리기 위해 "중국 대만 등 중화권뿐 아니라 동남아시아에 투자할 수 있는 차별화된 금융상품과 다양한 위안화상품을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들어 중국이나 동남아 신흥시장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진 한국 투자자들의 수요를 만족시키는 동시에 한국의 경쟁력 있는 금융상품을 아시아 전역 지점을 통해 해외 시장에 선보이는 '교차판매'에 앞장서겠다는 설명이다.
또한 아시아 최대 '서브 브로커(sub-broker)'로서 지위를 활용해 동양증권에 서브 브로커리지 사업 모델을 도입할 계획도 구상 중이다. 라이 사장은 "해외 시장에 관심 있는 투자자와 현지 증권사를 중개해 수수료 수입을 얻는 서브 브로커리지는 동양증권은 경험 없는 분야지만 유안타증권의 최대 강점 중 하나"라며 "중국 등 세계로 눈길을 돌리는 한국 투자자를 상대로 시장을 선점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1997년 동남아 금융위기 당시 파산 위기의 태국 캐세이캐피털을 인수해 1년 만에 업계 1위로 끌어올리고 많은 고용을 창출했던 '태국 유안타증권' 성공 노하우를 살려 시장 점유율 6위 동양증권을 리테일 영업의 강자로 부활시킬 것"이라며 "과거 한국 내수시장에 초점을 두던 동양증권이 이제는 유안타증권 본사의 광활한 아시아 영업망에 접근할 수 있게 된 만큼 어려운 목표가 아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라이 사장은 "동양증권 인수를 계기로 동북아와 동남아를 포괄하는 범아시아 네트워크를 완성하겠다는 목표에 한 발 다가섰다"며 한국을 넘어 일본과 중국 본토까지 진출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유안타증권은 대만 최대 증권사로 상반기 기준 연결자산 41조3522억원, 순이익 2066억원을 기록했으며 아시아 전역에 167개 증권사 지점과 88개 은행 지점을 가진 유안타금융지주의 핵심 자회사다.
라이 사장은 한국 시장에 들어온 배경에 대해 "대만과 한국의 국민성이 상당히 유사하다는 점에 주목해 15년 가까이 한국 시장 진출을 시도해 왔다"며 "동양증권 공개 입찰 매각 공고가 뜨자마자 한국 시장 진출을 위한 최적의 기회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유안타증권이 한국 시장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한 것은 굿모닝증권(현 신한금융투자)과 전략적 제휴 관계를 맺은 2000년대 초반부터다. 2004년에도 막판에 포기하긴 했지만 LG투자증권(현 우리투자증권) 인수전에 뛰어들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는 등 한국 증권시장 진출을 꾸준히 노려 왔다. 라이 사장은 "유안타증권은 위안화 표시예금ㆍ채권ㆍ파생상품 등 금융상품을 판매한 경험이 풍부하다"며 "한국 투자자에게 다른 증권사와 차별된 위안화상품과 중국 투자 상품을 소개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위안화 저축액이 빠르게 늘어나고 펀드 수요층이 확대되면서 투자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는 대만과 마찬가지로 한국 역외 위안화 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설명이다. 그는 "반대로 대만 홍콩 지점에서는 경쟁력 있는 한국 금융상품을 판매할 것"이라며 "한국에는 세계 일류 대기업과 그룹 계열사가 많기 때문에 해외 자금 유치가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금감원의 동양증권 불완전판매 피해자에 대한 배상 결정에 대해서는 분쟁조정 내용을 최대한 존중하겠다는 의사와 함께 조속한 경영 정상화에 한 발 다가가게 된 것에 안도감을 표했다. 라이 사장은 "동양증권이 투자자 신뢰를 회복하고 다시 일어서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타이베이 =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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