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A군은 방학을 맞아 친구들과 함께 가우디와 피카소의 나라 스페인으로 여행을 떠났다. 안전한 여행을 위해 민박집 주인을 통해 한인 가이드를 구했다. 스페인의 건축물에 대한 가이드의 지식에 감탄하며 관광을 하던 중 A군의 여권과 지갑이 사라졌다. 스페인어를 모르는 그들은 당황했지만 가이드를 믿고 경찰서로 향했다. 그런데 경찰서에 다다르자 가이드는 잠시 어디를 다녀오겠다며 사라지고, 돌아오지 않았다. 철석같이 가이드만 믿고 있던 그는 영어를 못하는 경찰과 의사 소통을 하기 위해 진땀을 빼야만 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상반기에 스페인을 방문한 관광객은 3600만명을 넘는다. 이 많은 관광객과 현지를 이어주는 하나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사람이 바로 가이드이다. 관광 일정과 관광지에 대한 문화, 역사적 지식은 기본이고, 여행 중 발생할 수 있는 간단한 문제의 해결까지도 가능한 그는 여행자에게는 슈퍼맨이다. 하지만 스페인 가이드가 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스페인은 헌법에 의해 일정 권한을 위임 받은 각 주 정부가 관광 가이드에 대한 기준을 마련한다. 구체적으로 요구되는 사항은 다를 수 있지만 대략적으로 관광학(학사 또는 전문학교 졸업자 이상)을 전공하고, 스페인어 및 제2외국어를 구사하는 성인에 한해 공식 관광 가이드 자격시험 응시 자격이 주어진다. 하지만 시험이 어려울뿐더러, 자격증을 취득한다 해도 주기적으로 갱신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전문 여행 가이드는 아무나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한국어를 구사하는 가이드가 거의 없어 편의를 위해 불법이어도 한국어를 구사하는 가이드를 찾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매년 스페인에서는 소위 말하는 '불법 가이드'가 문제가 되고 있다.
작년 초 스페인 남서쪽의 까나리아스 제도에서는 당국이 인정하는 자격증 없이 관광-통역가이드 일을 하다 단속에 적발된 불법 여행 가이드 3명에게 각각 9000유로(한화 약 12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였다. 아무런 스페인 당국의 행정적인 허가 없이 운영되는 민박집도 예외는 아니다. 불과 두 달 전인 7월, 까딸루냐 주정부는 불법 숙박업소를 소개했다는 이유로 숙소를 추천하는 유명 사이트 A에 3만유로(한화 약 4000만원)를 벌금을 부과하는 등 불법 숙박업소에 대한 단속도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문제에 대하여 형사처벌도 검토되고 있는 분위기이다. 이는 단순히 전문 가이드에게 경제적인 피해를 입히는 것뿐만 아니라 여행자에게도 피해가 발생할 수 있고, 더 나아가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부당한 이득을 취하고 있으며 탈세 혐의가 있다는 것이다.
A군의 경우 가이드의 체류자격이 문제가 되는 경우이다. 비자가 만료된 불법체류자 신분의 가이드가 경찰의 단속을 피해 안내 도중 여행객을 버리고 도망가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소매치기 피해를 입은 관광객이 여권 재발급을 위해 경찰서에서 도난신고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동행해주지 못하는 등 씁쓸한 에피소드가 발생한다. 일부 여행사와 함께 일하는 가이드는 관광지 주변 특정 상점이나 식당의 방문을 유도하기까지 한다. 다양한 옵션을 제공하고 여행객이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고는 하지만 이미 장소가 예약되어 있는 사례가 허다하다. 여행사나 가이드가 지정해준 식당의 음식이 마음에 들지 않아 입장을 거부하면 난색을 표하는 경우도 있다.
만일 스페인 여행 중 문제가 생겼다면, 마드리드에 위치한 주스페인 대한민국 대사관에 전화를 하거나 가까운 경찰서 또는 관광안내소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여행 도중 갑자기 쓰러져서 병원신세를 진다거나 자동차 사고로 인하여 피해를 입는 등 타지에서만큼은 발생하지 않았으면 하는 일들이 간혹 발생한다. 스페인어는커녕 영어로도 의사소통이 어려운 경우가 있을 것이다.
안달루시아(말라가, 그라나다, 세비야, 꼬르도바, 까디스 등 유명 관광 도시가 속해있는 남부지방 자치주)의 경우 주정부가 운영하는 주립병원에서는 2009년 2월부터 다국어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총 46개 언어(한국어 포함)로 통-번역 서비스를 제공하며, 2013년 11월까지 약 4만2919건의 이용사례가 집계됐다. 따라서 남부지방을 여행하다 병원에 갈 일이 생기면 다국어서비스를 이용하기를 권장한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무료로 봉사하는 NGO단체가 있다. 'BBB 코리아'라는 사단법인이 바로 그것. 해외에서 문제가 발생하였을 시 이곳에 전화하면 무료로 통역 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니 만일의 경우를 대비하여 알아두는 것도 좋다.
[매경닷컴 속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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