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를 앞두고 대낮에 아파트 빈집털이에 나선 40대 절도범이 경찰관 집에 들어갔다 덜미가 잡혔다.
전문절도범이 박모(47)씨는 5일 오전 10시 25분께 창원시 의창구 한 아파트에 문 앞에 섰다. 안에 사람이 없는 것으로 판단한 박씨는 낚시대를 개조한 특수장비와 소형카메라를 이용해 출입구 잠금장치를 해제하고 집안으로 들어섰다.
집안에 사람이 없는 걸 확신한 박씨는 안방에 들어가 현금 100만원과 목걸이, 시계 등 금품을 가방에 넣었다. 박씨는 곧바로 다른 금품을 훔치려고 작은방으로 이동했다. 그러나 옷걸이에 경찰 제복이 걸려 있는 걸 보고는 흠칫 놀라 서둘러 밖으로 나왔다.
하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박씨는 금품을 훔치는 데 열중한 나머지 집안에 사람이 있는 것을 전혀 알지 못했던 것이다. 박씨가 안방에서 금품을 훔치는 사이 다른 방에는 이 집주인의 딸인 김모(20)씨가 있었다. 김씨는 당시 출입문이 여는 소리가 들리고 인기척이 나자 벽장에 얼른 숨었다. 김씨는 경찰관인 아버지 김모(46) 경감에게 "도둑이 든 것 같다"고 휴대폰으로 알렸고, 김 경감은 관할 경찰서에 즉각 이 소식을 전했다. 아파트 절도사건을 접수한 창원중부경찰서는 경찰관들을 배치했다. 출동한 경찰은 아파트 복도 2층에서 금품을 훔친 박씨와 맞닥뜨렸고, 도주하는 박씨를 검거했다. 경찰은 박씨가 훔친 130만원 상당의 금품을 회수해 돌려줬다.
경찰 관계자는 "특수절도범인 박씨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집을 비우는 경우가 많은 헛점을 노렸으나 하필이면 경찰관의 집에 들어가는 웃지 못할 일을 겪은 것이다. 아마 (박씨는) 이번 추석을 평생 기억할 것 같다"며 "연휴기간 동안 집을 비울 경우 불을 켜놓거나 우편물이나 전단지 등을 떼어놓도록 경비실에 당부하는 등 방범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창원 = 최승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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