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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틸리케 택한 韓축구, 이상보다 실리
입력 2014-09-05 12:19 
[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이상보다 실리를 택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2018 러시아월드컵까지 한국축구를 이끌 새 감독이다. 명망 높은 지도자는 분명 아니다.
또한, 당초 대한축구협회가 정한 가이드라인을 최대한 충족하는 지도 의문이다. 이용수 기술위원장은 지난 7월말 차기 국가대표팀 감독의 8가지 조건을 세웠다. 대륙별 선수권대회 지도 경험, 월드컵 예선 및 본선 지도 경험, K리그와 연계성, 인성, 연령 제한(66살 미만), 영어 구사, 미계약자 등이었다.
1954년생인 슈틸리케 감독은 60살로 연령 제한에 걸리지 않는다. 오랜 해외 생활로 다양한 경험과 외국어 구사도 가능할 터다.
그렇지만 월드컵 예선 및 본선 지도 경험은 없고, 대륙별 선수권대회 본선 무대도 밟지 못했다. 1992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 본선 진출에 실패했지만 스위스를 예선 2위로 이끌었다. 스위스, 스코틀랜드, 루마니아, 불가리아가 승저 1,2점차 박빙의 다툼을 벌였다. 2006 독일월드컵 직후 코트디부아르를 맡았으나 성과는 없었다.

인성도 검증이 필요한 대목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도자 생활 도중 잦은 불화를 겪었다. 강직한 성격이나 상급자와의 마찰이 적지 않았다. 2000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 본선을 앞두고 리벡 감독과 마찰을 빚었으며 시온에서도 회장과 충돌해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하지만 위 조건은 현실적으로 너무 많고 벽도 높았다. 이용수 기술위원장도 베르트 판 마르바이크 감독과 협상이 결렬된 뒤 새로운 감독에 대해 8가기 조건을 모두 충족시킬 적임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문턱을 낮추고 보다 현실적인 대안을 찾겠다고 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도자 경력이 화려하지 않으나 결정적인 2가지를 충족했다. 한국축구의 근간을 잡아줄 수 있다는 것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2000년부터 6년 동안 독일 연병별 청소년대표팀을 맡으며 전차군단의 녹슨 떼를 벗겨냈다. 독일은 2006 독일월드컵부터 메이저대회에서 꾸준히 좋은 성적(준결승 이상)을 거뒀는데 그 초석을 다지는데 일조한 슈틸리케 감독이다.
2014 브라질월드컵 직후 체질 개선에 나선 한국축구로선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또한, 팀을 하나로 묶는데도 일가견이 있다는 평이다. 2012년 알 사일리아(카타르)에서 슈틸리케 감독의 지도를 받았던 김기희(전북)는 전술적인 능력이 뛰어나시다. 또한, 팀을 만들기보다 팀을 하나로 융화시켜 효과를 극대화하는 능력이 높으시다”라고 말했다.
슈틸리케 감독의 유소년축구 육성 능력도 높이 샀다. 이는 판 마르바이크 감독과 협상이 틀어졌던 결정적인 이유였다. 국내에 거주하면서 A매치 기간이 아닌 기간 동안 한국축구의 뿌리부터 다져줄 사람이 필요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판 마르바이크 감독처럼 주 활동무대를 해외로 두지 않았으며 유소년 및 지도자 육성 등 한국축구 발전을 위해 힘쓰겠다고 약속햇다.
또한, 몸값도 높지 않다. 현실적으로 대한축구협회가 외국인감독을 데려오기 위해선 큰돈을 투자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명망 높은 감독을 모셔오기 위해선 그만한 대우를 해줘야 하는데 대한축구협회의 지급 능력을 추월한다. 후보 1순위였던 판 마르바이크 감독은 너무 비쌌다.
슈틸리케 감독은 냉정히 말해 ‘A급 대우를 받을 인물이 아니었다. 메이저대회에서 성과도 없었다. 현실적으로 대한축구협회가 쓸 수 있는 자금력 안에서 뽑을 수 있는 대안이었다.
[rok1954@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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