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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널사’ 종영①] 신데렐라 스토리의 반란…동화 같은 순수함 빛났다
입력 2014-09-05 09:22 
사진=운명처럼 널 사랑해 캡처
[MBN스타 금빛나 기자] MBC 수목드라마 ‘운명처럼 널 사랑해에 대한 안방극장의 기대는 그리 크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재벌남인 남자주인공 건(장혁 분)과 착한게 유일한 개성인 이름마저 평범한 미영(장나라 분)의 사랑이야기는 아무리 좋게 본다고 한들, 그동안 질리도록 봐 왔던 ‘현실성 없는 신데렐라 스토리의 드라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생면부지에 가까웠던 이들이 인연을 쌓아나가게 된 방법은 다름 아닌 하룻밤 실수로 인한 임신이었다. 다 큰 성인인 미영이 단지 갑자기 기침이 난다는 이유로 우리나라도 아닌 마카오 분수 속에, 정체도 알지 못하는 음료수를 마신다는 설정은 건과 하룻밤을 보내기 위해 억지로 집어넣은 듯 개연성마저 없어보였다. 유치한 신데렐라 스토리에 자극적인 하룻밤 임신이라는 소재 등은 ‘운명처럼 널 사랑해를 인기작으로 올려놓기 부족해 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아무도 기대하지 않는 상황 속에서 ‘운명처럼 널 사랑해는 유쾌한 반란을 꾀하기 시작했다. 초반 ‘운명처럼 널 사랑해 인기의 주인공은 재벌남 3세로 변신한 장혁이었다. 초반 ‘움화하하하로 표현되는 음흉한 웃음소리 하나만으로도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장혁은 몸을 사리지 않는 분장과 개그로 로맨틱코미디에서 ‘코미디 영역에 충실하며 웃음을 선사해 주었다. 장혁이 코믹을 맡았다면, 상대역인 장나라는 ‘로맨스에 집중해 자칫 지나치게 가벼워 질 수 있는 극의 중심을 잡아 나갔다. ‘운명처럼 널 사랑해는 주연배우 장혁과 장나라 뿐 아니라 주조연 배우까지 각자가 맡은 역할의 개성과 매력을 높이며 극을 이끌어나갔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 중 하나는 이들이 연기하고 캐릭터 중 그 흔한 악역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물론 돈 혹은 사랑에 눈이 멀어 주인공인 건과 미영의 눈에 물이 떨어지게 하기는 했지만, 근원적으로 순순한 사람들을 표현하며 시청자들 입가에 미소를 짓게 했다. 건과 미영, 각각의 사랑의 라이벌이었던 세라(왕지원 분)와 다니엘(최진혁 분)이었지만 이들의 방해는 다른 드라마와 비교해 보았을 때 지극히 선하고 쿨하며 양호한 수준이었다. 돈과 명예를 위해 건을 끌어내리려고 노력한 용(최우식 분)의 엄마 역시 본성만은 착한 미워할 수 없는 푼수 연기를 소화해 냈고, 재벌집 마나님인 왕 회장(박원숙 분) 또한 선하고 순박한 시할머니의 모습을 보여주며 막장드라마 속 극강의 ‘시월드에 지친 이들의 마음을 달래주었다. ‘운명처럼 널 사랑해의 유일한 악역이 있다며 미영을 무시하고 많은 사람들 앞에 모욕감을 준, 이름조차 쉽게 떠오르지 않는 민 변호사(김영훈 분) 뿐이었다.

착한 캐릭터와 배우들의 코믹연기로 동화 같은 드라마를 만들어낸 ‘운명처럼 널 사랑해는 첫 방송 이후 꾸준한 시청률 상승세를 기록하며 단번에 치열했던 수목드라마 시청률 판도에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드라마를 애청자 사이에서 ‘운명처럼 널 시청할게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뜨거운 사랑을 받은 ‘운명처럼 널 사랑해의 인기요인은 한가지로 정의할 수 없지만 그중 하나를 꼽자면 가벼운 로맨틱코미디의 장점을 백분 살렸다는 것이다.

2014년 상반기 드라마 시장은 무거웠다. ‘신의 선물-14일 ‘갑동이 ‘개과천선 ‘골든크로스 등 추리와 복수, 수사 등 무겁고 진지한 분위기의 장르드라마가 유행하듯 제작돼 편성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사회 안팎으로 각종 비극적인 사건들이 이어서 전해지면서 우울한 가운데 가벼움으로 중무장한 ‘운명처럼 널 사랑해는 웃고 즐길 수 있는 로맨틱 코미디의 즐거움을 전해주었다.

사진=운명처럼 널 사랑해 캡처
‘운명처럼 널 사랑해의 이동윤 PD는 드라마 중간 중간 달팽이 캐릭터 CG, 영화 ‘해리포터 속 마법을 떠올리게 하는 CG 등 익살스러운 연출과, 드라마 ‘명랑소녀 성공기 영화 ‘화산고 등 다양한 패러디를 시도하며 웃음 포인트를 더욱 높였다. 특히 마카오 호텔에서의 떡방아신과 제주도 호텔에서의 쌀보리게임으로 대체해 ‘야릇함을 ‘익살스러움으로 바꾼 건과 미영의 하룻밤은 드라마 역사에 남을 정도다.

착한 게 유일한 개성인 부실녀와 후세를 잇지 못해 후계자 자리를 위협받고 있는 완벽남이 원치 않은 결혼으로 롤러코스터 같은 인생사를 겪으며 운명 같은 사랑을 깨닫게 되는 드라마 ‘운명처럼 널 사랑해는 완벽한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됐다.

한편 ‘운명처럼 널 사랑해의 후속으로 감우성, 최수영, 장신영, 이준혁 주연의 ‘내 생애 봄날이 방송된다. 오는 10일 오후 10시 첫 방송.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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