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시장에서 '초고가주'가 액면분할을 실시하면 장·단기적으로는 주가가 상승하고 거래량도 크게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액면분할이 이뤄질 경우 주주수가 늘어나면서 주권 행사의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일부 기업의 우려와 달리 주가와 거래량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4일 한국거래소의 '국내외 초고가주 액면분할 사례 분석'에 따르면 액면 또는 주식분할을 할수록 주가가 비쌌고 거래량과 회전율, 개인투자자 비중도 높았다.
이는 거래소가 50만원 이상(액면 5000원 기준) 31개 국내 종목을 분석한 데 따른 것이다. 해외우량주의 경우 미국·일본의 시가총액 상위 10위 종목 중 주식분할을 실시한 종목으로 분석대상을 한정했다.
이에 따르면 NAVER는 액면가 5000원으로 환산 시 주가가 750만원에 달해 상장 종목 가운데 가장 가격이 높았다. 현재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는 액면가 환산주가 기준으로 전체 14위에 불과했다.
초고가주의 경우 액면가가 높을수록 시가총액 비중은 컸으나 거래량은 낮았다. 유동주식비율도 증가했으나 거래량 회전율은 저조했다.
반면 액면가가 낮을 수록 소액투자자들의 접근성이 높아져 개인투자자 거래 비중이 높았다. 초고가주 액면가 5000원 기준으로 통일할 경우에도 액면가 낮은 종목일 수록 고가에 분포하고 거래가 활발히 이뤄졌다.
실제로 국내의 경우에는 SK텔레콤과 제일기획이 액면분할 이후 주가와 거래량이 모두 좋아졌다.
SK텔레콤은 지난 2000년 주당 5000원이었던 액면가를 500원으로 분할해 주식가격을 기존 200만원대에서 20만원대로 낮춘 바 있다. 이후 주가는 상승하고 거래량은 급증했다.
제일기획은 지난 2010년 액면가를 5000원에서 200원으로 낮추며 발행주식량을 460만주에서 1억만주까지 늘렸다. 이후 약 3개월 동안은 주가가 하락했으나 장기적(1년 6개월)으로는 상승 추세에 접어들었다. 거래량도 급증했다.
해외 사례에서도 비슷한 효과가 나타났다.
미국은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 90%가 주식분할 후 주가 및 거래량이 호조를 보였다. 일본도 62.5%가 주식분할 후 주가가 상승했고 전 종목 모두 거래량은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거래소 관계자는 "국내외 사례를 조사한 결과 액면분할이 주가 및 거래량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며 "액면분할이 증시활성화에 기여하고 정부의 배당촉진 정책과도 조화를 이룰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이어 "초고가주는 가격 장벽으로 인해 개인투자자보다 외국인의 비중이 높아 고배당 정책을 실시해도 국부 유출 우려가 있다"며 "이를 탈피하기 위해서라도 액면분할을 통한 개인투자자의 진입 활로 모색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매경닷컴 김잔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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