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 권력을 놓은 사람, 지닌 사람, 쫓는 사람
입력 2014-09-03 13:58  | 수정 2014-09-03 17:54
정치권력은 정당의 목표이자 힘이고, 정치인의 삶의 지표입니다.

민의를 대변하고, 국민의 공복이 되겠다고 하지만 그것 자체가 엄청한 힘을 그들에게 부여합니다.

그 권력을 잡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 권력을 유지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고, 놓는 건 더 더욱 어려운 법입니다.

어제 저녁 서울의 한 호텔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과 MB 정부에서 일했던 친이계 인사들이 모였습니다.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낸 이명박 전 대통령은 비교적 건강한 모습으로 밝은 표정이었습니다.

▶ 인터뷰 : 이명박 / 전 대통령 (어제)
- "(요즘에는 어떻게 지내셨는지?) 요즘 책 쓰고 강의하고 그렇게 지내요."

▶ 인터뷰 : 이명박 / 전 대통령 (어제)
- "(현 경제 상황을 어떻게 보시는지?) 앞으로 잘 될 거예요, 아마 경제가. 열심히 하고 있으니 잘 될 거예요."

김황식 전 총리, 정운찬 전 총리, 이재오 의원의 모습도 카메라에 잡혔습니다.


이번 모임에는 총 50명이 초청됐는데, 모두 47명이 출석해 친이계의 결집력을 과시하는 자리가 됐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자서전 출간을 앞두고 모인 지극히 사적인 자리였지만, 무게감이 남달랐습니다.

특히 지난 선거에서 친이계의 약진이 두드러졌던 터라 관심이 많이 쏠렸습니다.

권력을 놓은 사람들이 권력에 대한 향수를 잊지 못하는 걸까요?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친이계는 친박계에 밀려 기지개 조차 켜지 못할 만큼 위축됐습니다.

그나마 이재오 의원이 청와대와 친박계에 대해 쓴소리를 할 뿐입니다.

▶ 인터뷰 : 이재오 / 새누리당 의원(8월27일)
- "유가족 만나는게 무슨 대통령이 절차가 필요하고 권위가 필요합니까. 정치라고 하는건 일상을 다스리는 게 정치인데. 말한 배경이 뭐있겠어. 지도부도 다른 소리를 계속 들어야죠. 같은 소리만 들으면 불통이잖아요. 지도부가 우리 생각과 다른 소리도 있다는 걸 알아야지, 지도부도. (화면에서 사라지며) 그래야 당을 건강하게 하는 거지."

이재오 의원은 대통령 권력을 분산시키는 개헌론에 불을 지피느라 바쁩니다.

하지만 권력을 지닌 사람들은 그다지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습니다.

개헌은 권력의 약화를 의미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이재오 의원이 현 박근혜 정부의 권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개헌론을 주창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권력을 지닌 사람들로서는 불편할 수 밖에 없습니다.

권력을 지닌 사람들은 개헌보다는 현 권력의 유지가 더 큰 관심사입니다.

혹 레임덕이 오지 않을까?, 혹여 대통령에게 흠집이 가지 않을까 노심초사할 수 밖에 없습니다.

세월호 특별법은 어쩌면 박근혜 정부의 권력을 약화시킬지도 모릅니다.

수사권과 기소권이 진상조사위에 부여된다면, 그래서 현 정부 요직에 있는 사람들이 줄줄이 소환되고 증인으로 채택된다며, 그들의 과실이 혹여 나타나기라도 한다며 그것은 곧 권력의 약화로 이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설마 이것이 두려워 새누리당이 수사권과 기소권 부여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말입니다.

▶ 인터뷰 : 이완구 / 새누리당 원내대표(9월1일)
- "오늘도 좀 여러 얘기를 진솔하게 말씀해 주시면 저희들이 경청해서…."

▶ 인터뷰 : 유경근 / 세월호가족대책위원회 대변인(9월1일)
- "저희 유가족들을 대하는 자세와 태도부터 바꿔주셔야 될 것 같습니다."

▶ 인터뷰 : 주호영 / 새누리당 정책위의장(9월1일)
- "진상조사(위원회)에 우리가 합의해 놓은 게 부족함이 전혀 없다고 봅니다. 진상조사를 주도하는데 아무 장애가 없어요."

▶ 인터뷰 : 김병권 / 세월호가족대책위원회 위원장(9월1일)
- "만약 새누리당이 답을 내놓을 수 없다면 어쩔 수 없이 대통령님이 답해 주실 것을 요구합니다."

박 대통령은 어제 국무회의에서 양보와 분열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 박근혜 대통령(어제 국무회의)
- "서로 조금씩 나눔과 양보로 우리 사회의 분열을 막고, 온정 넘치고 활력을 찾아갈 수 있었으면 합니다."

세월호 특별법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듣기에 따라서는 세월호 특별법 처리 과정에서 드러난 갈등과 분열을 염두에 둔 것 같기도 합니다.

새누리당 원내지도부가 양보하라는 뜻일까요?

유족에게 양보하라는 뜻일까요?

세월호 특별법 처리는 집권 2년 후반기에 접어드는 현 권력에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겁니다.

갈등과 분열로 치닫을 경우 권력의 약화가, 양보화 화합으로 가면 권력의 유지가 가능할 겁니다.

권력을 쫓는 사람들은 어떤 것을 원할까요?

문재인 의원은 단식을 했고, 새정치민주연합은 장외투쟁에 나섰습니다.

현 권력 비판의 선봉에 섰습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새정치민주연합 의원(8월28일)
- "이제 저도 단식을 중단합니다. 특별법 제정은 여전히 안되고 있습니다. 저도 당도 충분한 역할을 하지 못해 송구합니다.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그러나 현 권력을 비판한다고 해서 국민의 지지를 다 얻는 건 아닙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지지율은 새누리당 지지율의 반도 채 되지 못합니다.

무엇이 문제일까요?

권력을 쫓는 사람들은 현 권력에 대한 비판보다는 자아비판이 우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왜 국민이 현 권력을 비판하는 자신들에게 지지를 보내지 않는지를 성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자아성찰의 대상에는 안철수 김한길 전 대표도 있습니다.

▶ 인터뷰 : 김한길 / 새정치연합 전 공동대표(9월1일)
- "세월호 참사에 대한 성역없는 진상조사 반드시 필요한 일이고…."

▶ 인터뷰 : 안철수 / 새정치연합 전 공동대표(9월1일)
- "(세월호 특별법이 이렇게 안 풀리는 상황에 대해서 어떻게 보세요?)…."

▶ 인터뷰 : 안철수 / 새정치연합 전 공동대표(9월1일)
- "대표로 있을 때 세월호 문제 잘 마무리 짓지 못해서 죄송한 마음입니다."

지금 새정치민주연합의 내부는 터지기 일보 직전입니다.

강경 투쟁을 비판하는 온건파의 세가 커지고 있고, 여기에 안철수 김한길 세력이 가세한다면 그 힘은 주류인 친노계를 압박할 만합니다.

이때문에 일각에서는 문재인 등장론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권력을 쫓는 사람들의 이런 갈등이 커지면 커질수록 권력은 저만치 달아납니다.

권력을 주는 국민의 마음이 달아나기 때문입니다.

권력을 놓은 사람, 권력을 지닌 사람, 권력을 쫓는 사람들의 생각은 이처럼 제각각입니다.

그 힘의 균형추가 누구에게 쏠릴지는 전적으로 국민의 생각이 어디에 있냐에 좌지우지됩니다.

민심을 살피는 자가 권력을 유지하고 잡을 수 있습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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