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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인터뷰] 송혜교 “데뷔 17년, 이제야 현장이 가장 편해”
입력 2014-09-03 10:21  | 수정 2014-09-13 01:40
사진=천정환 기자
한 때 아이돌을 꿈꿨지만 17살에 덜컥 아이를 낳게 된 33살 어린 엄마 미라(송혜교 분). 아름이(조성목 분)이 데리고 병원 다니랴. 철 없는 남편 대수(강동원 분)에게 잔소리 하랴 하루하루가 바쁘다. 아들에게는 더 없이 따뜻하고 자상한 엄마이지만, 전설의 X발 공주 시절 성격이 터져 나오면 대수도 못 말리는 당찬 그녀다. 그러던 어느 날 17살을 앞둔 아름이를 위해 미라는 새로운 결심을 한다. / ‘두근두근 내 인생


[MBN스타 여수정 기자] 왕가위 감독의 ‘일대종사로 중화권 최고의 배우 양조위, 장쯔이와 어깨를 나란히 했던 송혜교가 ‘두근두근 내 인생으로 한국 스크린을 찾았다. 이미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서 시각장애인 역으로 섬세한 연기를 선보였기에 이번 작품에서 보일 변신이 기대됐던 상황. 또 같은 소속사 식구이자 비주얼로는 으뜸인 강동원과 함께 등장하기에 기대치는 더욱 높아졌다.

송혜교는 ‘두근두근 내 인생에서 어린 나이에 아들을 낳은 엄마 미라 역을 맡아 강동원과 부부로 호흡한다. 특히 선천성 조로증 앓고 있는 아들 아름이(조성목 분)을 살뜰히 보살피며 여배우의 단순한 연기가 아닌 엄마 송혜교로서의 진면목을 드러내고 있다.

외출 시 선글라스를 끼며 주위를 의식하는 아들에게 사람들이 네가 아닌 예쁜 나를 보는 거야”라며 농담을 던지는가 하면, 힘든 치료과정을 이겨내는 아름이에게 언제 어디서나 파이팅을 외친다.

이재용 감독님에 대한 믿음이 있었고 원래 팬이었다. ‘황진이 촬영 당시 내 머리를 담당하던 분의 소개로 감독님을 알게 됐다. 그때의 인연이 닿아 이번 작품에 출연하게 된 것이다. 우선 시나리오도 재미있고 못 보던 소재라 신선했다. 남들이 다 아는 뻔 한 신파가 아니라 좋았다. 내가 맡은 미라 역시 무거운 캐릭터가 아닌 가볍고 명랑한 인물이라 좋았다. 이재용 감독님과는 사적으로 친하다. 몰랐는데 현장에선 예민하고 디테일 하며 카리스마도 있더라. 평소에는 부드럽고 마음도 약한데 현장에서는 너무 달라 많이 놀랐다.”

앞서 언급했듯. 송혜교의 배역은 선천성 조로증을 앓고 있는 아들을 둔 엄마 미라다. 대한민국 여배우에게 엄마 역은 언젠간 한번쯤 연기할 캐릭터이다. 그러나 병이 있는 아들을 둔 엄마 역을 극히 드물다. 때문에 송혜교가 미라 역을 연기한 것은 어찌 보면 행운이자 성숙해질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극중 미라를 생각하고 날 생각하면 난 그렇게 행동하지 못할 것 같다. 그만큼 용기도 책임감도 없다. 또래에 비해 앞가림을 잘 못하는 것 같다. (웃음) 그래서 누군가를 책임지고 보호할 자신은 아직 없다. 사실 20대에는 빨리 결혼하고 싶은 생각이 많았는데 막상 30대가 되고 보니 결혼 생각이 없어지더라. 주변에서도 다들 늦게 가라고 말한다. (웃음)”

미라와 엄마의 성격이 비슷하다. 지금도 엄마는 장난꾸러기라 친구처럼 지내는데 이 부분이 연기에 많은 도움이 됐다. 나 역시 결혼을 한다면 친구 같은 엄마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난 어린 나이에 배우를 시작했기에 또래보다 사회에 대해 잘 모른다. 그래서 사회적 지식을 알려주기보단 일을 하고 혼자 느낀 경험과 감정들을 내 아이에게 이야기해 줄 것이다. 이성상담도 해주면서. (웃음)”

‘두근두근 내 인생에는 다양한 볼거리가 존재한다. 헛발왕자와 X발공주로 이름을 날리던 강동원, 송혜교의 과거를 시작으로 걸그룹을 보며 행복해하는 철부지 남편, 엄마 아빠보다 더 성숙한 아들 아름이, 어린 나이 임신에 대한 두려움을 고백하는 장면, 아들을 지키고자 노력하는 엄마 아빠의 모습 등. 그중에서도 교복을 입고 등장하는 강동원, 송혜교의 모습은 풋풋하기 그지없다.

이제 난 교복을 입으면 안 된다. (웃음) 마지막 교복이라 생각하고 촬영했다. 17세의 미라와 17세 송혜교는 정반대의 성격이다. 그땐 학교에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한 존재였고 데뷔 후 외향적으로 변했다. 그래서 당황하거나 큰 일이 터지면 본래 내가 가진 소심한 성격이 나오곤 한다. 데뷔하고 많이 털털해진 것도 사실이다.”

사진=천정환 기자
이번 작품에 앞서 송혜교는 ‘일대종사로 2013년 스크린에 등장한 바 있다. 당시 왕가위 감독의 작품에 한국 배우가 출연하다는 소식은 모두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거기에 양조위, 장쯔이와의 연기호흡이라니. 대중들 나름대로 자부심도 느꼈다.

그러나 ‘일대종사 속 송혜교의 비중은 눈을 크게 뜨지 않으면 찾을 수 없다. 분량도 미미할 뿐 아니라 심지어 대사까지 적어도 너무 적었다. 대사가 아닌 오직 눈으로만 이야기를 이어갔고, 그녀의 연기를 평가할 만한 기준조차 없어 적잖은 실망감을 안겼다.

팬들은 ‘일대종사에 내 분량도 많고 비중도 많았을 거라 생각했을 텐데 적어 아쉬웠을 거다. 난 촬영하기 전부터 이미 다 알고 시작했다. 당시 차기작을 찾던 상황이었는데 분량이 적어도 좋은 경험이자 공부가 될 것 같아 출연했다. 촬영까지 4년이 걸렸지만 지금 생각하면 좋은 경험을 한 것이다.”

한국에서는 활발하게 활동하지 않았지만 중국에서는 3년 동안 꾸준히 활동을 이어갔다는 송혜교. 그녀는 왕가위 감독과 오우삼 감독, 이능정 감독의 작품에 잇달아 출연하며 연기의 깊이와 이름을 널리 전파했다.

2000년 ‘가을동화로 중화권에 진출한 후 ‘풀 하우스 등으로 꾸준히 중국에 오갔다. 14년 동안 생활했는데 중국 팬들이 날 외국 배우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어릴 적에는 이렇게 일하면 힘들었는데 요즘은 재미있다. 데뷔한지 벌써 17년이 됐는데 이제야 연기 욕심이 생기는 것 같다. 20대에는 남들보다 잘 보여야지라는 식의 욕심이 컸다면, 지금은 연기에 대한 열정과 상대방과의 연기 호흡 등을 생각하게 됐다. 아무래도 다양한 경험을 통해 성숙해졌고 연기를 대하는 자세가 바뀐 것 같다. 과거 선배들의 ‘난 현장이 제일 편해라는 말이 이제야 이해가 되더라. (웃음) 스트레스 안 받고 편하게 연기하고 있다.”

송혜교는 연기에 대한 재미와 욕심, 열정으로 즐겁다 강조하며 뼛속부터 배우임을 알리기도 했다. 오랜 연기 경험 또는 중국에서의 연기,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느낀 성숙함. 그 무엇이 그녀에게 연기의 참 맛을 알려줬을까.

어떤 계기로 내가 변한 건 아니지만 뭐라 말할 수 없는 많은 경험들 덕분이다. 왕가위 감독님은 언제 촬영할지 모르는 스타일이라 ‘일대종사를 찍을 때 오랜 기다림이 있었다. 당시 통역하는 한 사람과 나 둘만 중국에 갔는데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 감정의 기복도 심해졌다. 그땐 정말 괴로웠는데 연기하고 싶은 생각은 많았다. 주인공도 아니고 기다리는 시간도 많고 모국어 사용도 아니라 내 자신에게 답답한 부분이 많았지만 지금 생각하면 이 시간이 감사하다. 내가 언제 또 다시 그런 생각을 하겠냐. 그 후 촬영한 게 ‘그 겨울, 바람이 분다다. 말도 통하고 내가 원래 살던 한국에서 촬영하는 것이라 정말 감사하며 열심히 촬영했다.”

다른 여배우들이 말하지만 한국에는 여자영화도 없고 이를 위한 장르도 다양하지 않다. 때문에 여자 배우들을 위한 좋은 역이 만들어지면 너도나도 경쟁해 그 역을 얻고자 한다. 그래서 쉽지 않다. 또 제작되다가 무산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다양한 연기 변신을 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나 편하려고 주로 겹치는 역할을 맡는 게 아니라 많지 않은 작품 중에서 마음에 드는 작품을 고르다보니 겹치더라. 예를 들어 한국에서 내가 명랑한 캐릭터로 인기를 얻으면 명랑한 역만 들어온다. 그러나 중국은 여자 배우를 위한 작품이 많다. 그래서 선택해 고르면서 중국에서 계속 활동을 해온 것 같다.”

한국은 물론 중국에서도 꾸준히 사랑을 받아온 송혜교. 그녀의 스크린 종횡무진을 그저 지켜보고 있으면 되는 상황이다.

사진=천정환 기자
그러나 ‘두근두근 내 인생 언론배급시사회를 앞둔 어느 날 송혜교는 탈세 논란으로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때문에 언론배급시사회는 물론 이미 계획된 모든 스케줄을 소화하지 않을 것만 같았지만, 그녀는 당당히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 묵묵부답이 아닌 정면돌파로 탈세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 자리에서는 물론 그 후에도 송혜교는 모든 일의 발생이 자신의 무지임을 인정하며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거라고 당부, 사과의 말을 건넸다. 자신의 개인적인 일로 영화에 피해가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인터뷰 자리에서도 예외는 아니었고 또 다시 사과의 말로 애써 담담해보이려는 척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영화가 잘되면 좋은데. 내가 이번일로 심려를 많이 끼쳐드려 모두 나 때문에 상처받고 피해를 입은 것 같다. ‘두근두근 내 인생을 위해 노력한 분들을 위해서라도 영화가 잘 됐으면 좋겠다.”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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