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을 살해한 뒤 젖먹이 두 딸을 사건 현장에 내버려두고 도망친 비정한 아버지가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4부는 살인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모(33)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했다고 2일 밝혔다.
이씨는 2009년 부인 A씨와 결혼해 세 딸을 낳았다. 그러나 A씨와 자신의 어머니 사이 심한 고부갈등이 계속되면서 부부 사이가 악화됐다.
결국 지난해 4살이던 첫째 아이는 이씨가, 2살과 1살인 둘째, 셋째는 A씨가 양육하는 조건으로 이혼하기로 하고 별거에 들어갔다.
경제적으로 부인에게 의존하고 있었던 이씨는 별거 후에도 일하는 A씨를 대신해두 딸을 돌보러 A씨의 집을 찾았다.
이씨는 지난해 9월에도 A씨 집을 찾았다가 일터에서 돌아온 A씨와 고부갈등, 이혼, 경제적 문제 등으로 밤새 말다툼을 벌이다가 A씨를 목 졸라 살해했다.
사건 현장에는 아파트 화단에서 미리 주워서 가지고 있던 담배꽁초 2개를 놔두고, 부인의 하의를 벗겼다. 강도·강간으로 살해된 것처럼 꾸미기 위해서였다.
이씨는 젖먹이 두 딸이 옆방에서 자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대로 도망갔다.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범행 1시간 뒤 A씨의 휴대전화로 집에 잘 도착했다는 문자를 보내는 치밀함도 보였다.
이씨가 도망친 뒤 두 딸은 돌봐줄 사람 없이 14시간이나 방치됐다. 1살짜리 막내는 너무 배가 고픈 나머지 숨진 피해자의 젖을 빨기도 했다.
재판부는 "이씨가 부인을 고통스럽게 살해하고,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다른 사람이 버린 담배꽁초까지 미리 준비했다"며 "범행 1시간 뒤 피해자에게 문자를 보내기도 하는 등 우발적 범행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이씨가 살해 행위가 발각될 것만 우려해 스스로 물과 음식을 섭취할 수 없는 어린 두 딸을 피해자의 시신과 함께 방치한 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현장을 떠났다"며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피고인이 늦게나마 범행을 반성하고 있고, 부양해야 할 어린 세 딸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원심보다 형을 감경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1심은 "이씨가 피해자를 무참히 살해한 뒤 두 딸을 피해자의 시신과 함께 내버려뒀다"며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매경닷컴 속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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