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삼성重·ENG 합병에 시장은 일단 환호
입력 2014-09-01 17:20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합병 발표에 주식투자자들이 환호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중공업은 6.24%, 삼성엔지니어링은 12.52% 급등했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양사 간 시너지 효과와 주가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실제 양사 합병 효과를 보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삼성중공업과 엔지니어링은 1일 증시 개장 전에 이사회를 열고 합병을 결의했다고 각각 공시했다. 존속하는 삼성중공업이 신주를 발행해 소멸하는 삼성엔지니어링 주식 1주당 삼성중공업 주식 2.359039주를 삼성엔지니어링 주주에게 교부할 예정이다. 두 회사는 다음달 27일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12월 1일 합병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1일 기준 각각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40위와 80위인 두 회사 합병으로 시가총액 기준 29위 업체가 탄생한다. 합병 회사 시가총액(9조5749억원)은 기업은행 바로 밑이고 우리금융, KT, 현대제철을 앞지르게 된다.
양사는 이번 합병 배경으로 '시너지'를 내세우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기존 해양플랜트 제작 능력에 삼성엔지니어링 강점 분야인 설계ㆍ구매ㆍ프로젝트 관리 능력을 더해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구축하고, 삼성엔지니어링은 기존 육상 화공플랜트에서 고부가가치 영역인 해양플랜트 분야로 진입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는 것. 이를 통해 매출액 기준으로 작년 약 25조원에서 2020년 40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종합 플랜트 회사로 성장한다는 복안이다.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국외 수주 부실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두 회사를 합쳐 재무구조 안정성을 꾀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 3분기 7468억원, 삼성중공업은 올해 1분기 3625억원에 이르는 대규모 영업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삼성중공업은 1분기 이미 충당금을 쌓은 나이지리아 에지나 부유식원유생산저장ㆍ하역설비(FPSO) 프로젝트에서 추가 부실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삼성엔지니어링은 2분기 말 기준 부채비율이 531%에 달해 유상증자 등을 통한 자본 확충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특히 삼성엔지니어링이 이번 합병으로 수혜를 더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엔지니어링은 단기적으로 취약한 자본을 확충하는 이점을 볼 수 있고, 장기적으로 진입장벽이 높은 해양플랜트 시장에 진출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성장을 추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당장은 주가가 올랐지만 양사가 합병을 통한 실질적인 시너지 효과를 내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지나야 한다는 분석도 많다. 김형근 메리츠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장기적으로 시너지가 나오려면 2020년은 돼야 한다"며 "그전까지는 조직구조상 시너지는 어렵고 빅배스(Big Bathㆍ회계상 부실 털어내기)나 대규모 구조조정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삼성중공업 주가 움직임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얘기다.
양사 합병 이후 최대주주 자리는 현 삼성중공업 최대주주인 삼성전자(지분율 12.5%)가 그대로 유지할 전망이다. 따라서 그룹 전체 지배구조에 이번 합병이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 이번 합병은 올해 들어 단행된 소재 부문의 삼성SDI-제일모직 합병, 화학 부문의 삼성석유화학-삼성종합화학 합병 사례처럼 업종 내 사업 재편 일환으로 해석된다.
한편 이날 삼성그룹 대형주 가운데 삼성물산이 1.88% 올라 눈길을 끌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물산은 그동안 재무 상태가 좋지 않은 삼성엔지니어링과 합병 이슈가 있었는데 이번 합병으로 더 이상 이들 기업과 엮이지 않게 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삼성물산은 지난해 7월부터 삼성엔지니어링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해 지분율을 7.81%로 늘린 바 있다.
[조시영 기자 / 용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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