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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강` 미국은 카퍼레이드, `우승` 한국은 천막 인터뷰
입력 2014-09-01 17:00  | 수정 2014-09-01 17:06
리틀야구 월드시리즈 미국그룹 준우승팀인 라스베가스팀이 대대적인 카퍼레이드를 받은 다음날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한국리틀팀은 천막 아래서 조촐한 인터뷰를 했다. 사진(서울, 장충동)=곽혜미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 김원익 기자] 4강 라스베가스 팀은 대대적인 카퍼레이드. 월드시리즈 정상 한국은 천막 인터뷰.
AP통신은 1일(한국시간) 2014 리틀야구 월드시리즈 4강격인 미국그룹 준우승을 차지한 라스베가스 리틀팀이 고향 라스베가스로 돌아가 대대적인 카퍼레이드로 환영을 받은 소식을 전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라스베가스팀은 한국 리틀팀의 우승으로 끝난 2014 리틀리그 베이스볼 월드시리즈(리틀야구 세계선수권대회)서 복귀해 라스베가스 시장 캐롤린 굿맨, 유명 농구인인 네바다 주립대 제리 타카니안 감독과 수백명의 시민들이 운집한 시청앞을 지나는 카퍼레이드 행사에 참여했다.
라스베가스 팀은 한국팀이 아시아-퍼시픽 대표로 참여한 국제그룹이 아닌 미국 전국팀들이 겨룬 미국그룹에서 시카고팀에게 져 준우승을 했다. 국제그룹 결승에서 한국에 패한 일본과 함께 굳이 따지자면 대회 4강에 속한 팀인 셈이다.
하지만 환영 열기는 가히 우승팀이 부럽지 않을 만큼 뜨거웠다. 굿맨 시장은 직접 명예 메달과 기념열쇠를 선수들에게 증정했고, 미국 대학농구 최고의 승부사로 꼽히는 타카니안 감독은 사인 농구공을 전달하며 라스베가스팀의 선전을 격려했다.
선수들은 경찰의 호위 아래 개방형 2층 버스에 올라 시내를 돌았고, 수백명의 시민들이 영웅의 귀환을 환영했다.
비록 미국그룹 준우승에 그쳤으나 라스베가스가 속한 네바다주에서 대회 토너먼트 우승을 다투는 팀이 탄생한 것은 사상 처음의 일이었기 때문이다. 라스베가스팀은 미국그룹 결승에서 시카고팀에게 패해 미국 챔피언도 되지 못했지만 이 결과만으로 도시는 축제 열기에 들떴다.

한국과는 사뭇 대조적인 열기이자 동시에 씁쓸한 구석이 남는 반응이다. 한국은 지난 1983년과 1984년 2년 연속으로 리틀야구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이후 29년만에 국제그룹 결승에서 일본을 꺾은 이후 월드시리즈 결승에서 미국그룹 우승팀 시카고를 차례로 꺾고 진정한 월드시리즈 챔피언에 올랐다.
우승 직후 ‘전승 우승을 달성한 한국 리틀야구 대표팀의 경기력에 대해 외신들의 찬사가 쏟아졌다. 특히 대표팀 주역인 신동완은 외신을 통해 청와대에 가고 싶다. 청와대에 가서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는 소박하고 엉뚱한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직후 큰 관심이 쏟아졌다. 박근혜 대통령은 직접 축전을 보내 선수들의 선전을 격려하기도 했고 정치계의 관심도 이어졌다. 김종덕 문화 체육관광부 장관과 여야 원내대표들도 축전을 보내 선수들의 노고를 치하했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환영 열기는 어느덧 사그라졌다. 26일 대표팀은 30시간의 긴 비행을 마치고 귀국했다. 이날 이병석 대한야구협회 회장, 양해영 한국야구위원회 사무총장, 한영관 리틀야구연맹 회장 등의 야구 관계자들과 야구원로, 국내 취재진, 대표팀 선수들의 원소속 리틀야구팀의 선수단, 학부모 등이 포함된 200여명의 환영인파는 오후 10시30분을 넘긴 늦은 시간까지 연착된 비행편을 기다리며 공항을 지켜 선수단을 반겼다. 그렇지만 이날도 엄밀히 말해 취재진을 제외한 인사들은 야구인이거나 선수들의 팀 동료, 가족들뿐이었다.
며칠이 지나자 그 관심은 더욱 줄어들었다. 리틀야구 대표팀은 1일 장충리틀야구장에서 리틀야구 월드시리즈 우승 공식 미디어데이를 가졌고, 이날 행사에는 30여명의 취재진과 리틀야구 연맹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하지만 그외에는 어떤 각층의 인사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관심은 뚝 끊겼다. 애초에 미디어를 대상으로 기획된 행사였지만 해단식이나 환영식도 제대로 치르지 않은 선수단의 첫 공식행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썰렁하다 못해 쓸쓸할 정도의 열기였다.
리틀야구연맹에서 발벗고 나서 준비하고 기획한 행사는 장충리틀야구 경기장 위에서 천막 2개를 쳐놓고 약식으로 진행됐다. 호텔의 근사한 기자회견장도, 대대적인 환영식의 카퍼레이드도, 혹은 청와대도 아닌 그저 리틀야구장 그라운드 위에서였다.
기적을 이뤄낸 박종욱 리틀야구 대표팀 감독은 정말 많은 분들이 애써주고 계시지만 이번 우승을 계기로 리틀야구에 조금 더 많은 지원을 해주셨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전했다. 대표팀의 주장 황재영은 우승을 계기로 많은 분들이 리틀야구에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한다. 후배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야구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리틀야구팀의 기적을 물심양면 지원한 한영관 리틀야구 연맹 회장은 이날 이 기적이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게 연맹에서는 물심양면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라스베가스팀의 열띤 환영열기와 비춰보면 한 회장의 이 외침이 사뭇 쓸쓸하게만 들린다.
[one@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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