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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영화愛人] 영화감독 노도연, 특수 분장과 성형의 만남 그 중심에 서다
입력 2014-09-01 13:44 
사진제공=노도연 감독
한 영화가 개봉되기까지 많은 과정과 다양한 사람들을 거치게 된다. 영화감독을 시작으로 배우, 촬영감독, 제작진, 의상팀, 무술팀, 투자자, 배급사, 매니저, 홍보사 등 너무도 다양한 사람들이 힘을 다해 제작에 열을 올린다. 그러나 늘 영화가 개봉되면 배우 또는 감독만이 인터뷰를 통해 못 다한 이야기를 전하곤 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최선을 다하는 이들의 숨은 이야기를 거침없이 파헤쳐본다. <편집자 주>


[MBN스타] 한국에서 관객들이 볼 수 있는 특수 분장은 주로 상처, 화상, 노인 분장 등 지극히 평범한 것 뿐이다. 때문에 할리우드 작품 속 특수 분장은 관심을 모으기에 충분하고 상상 속에서만 존재했던 이미지를 스크린에 옮겨 친절하기 그지없다. 이 가운데 한국 단편영화 ‘인형은 특수 분장의 신세계로 관객들을 초대한다.

영화감독 노도연이 메가폰을 잡은 ‘인형은 어린 시절부터 자기 그림 속의 이상한 얼굴처럼 되고 싶은 소녀 인형. 인형은 졸업사진을 찍기 전 그림 속 얼굴처럼 수술하기 위해 성형외과를 찾아가지만 좌절한다. 인형은 자신을 제외한 가족, 친구 등 모든 사람들의 얼굴이 다 똑같이 생긴 세상에서 홀로 소외감을 느낀다. 급기야 성형 수술 지원자 모집 전단지를 보고 큰 결심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담았다.

성형이라는 너무도 친숙한 소재를 삼아 관심을 모으는 건 물론, 기존 작품에서 보지 못한 ‘완벽한 특수 분장으로 신선하다. 극중 주인공인 인형을 제외하고 다른 인물들은 매끄러운 피부, 큰 눈, 갸름한 턱선, 오뚝한 코, 날카로운 콧대 등 진짜 인형을 보는 것 같다.

또한 제1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Pifan) 단편 부문에 공식 초청돼 많은 관객을 만난 바 있다. 노도연 감독은 감독으로서 뿐 만아니라 각본, 음악, 편집, 색 보정, VFX(시각적인 특수효과) 작업에도 참여했다. 때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노도연 감독의 무한 애정이 담긴 작품이다.

비록 ‘인형의 극장 개봉은 정해지지 않아 아쉽지만, 그동안 볼 수 없던 특수 분장의 세계라 관심받아 마땅하다.

Q. 성형을 소재로 단편 영화를 찍은 계기가 있다면.

A. ‘인형은 성형을 소재로 했지만, 혼자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이방인의 모습도 표현하려 했다. 일단 성형이라는 소재가 재미있더라. ‘렛미인 등의 성형 프로그램을 보면 놀랍고, 성형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모습을 보고 극단적인 미래를 생각하기도 했다. 스스럼없이 자연스럽게 성형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모습도 재미있더라. 버스에서 두 소녀의 성형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는데 그 이야기를 듣고 보니 요즘 성형은 티 나게 하는 것도 하나의 스타일이더라. (웃음) 우리나라는 하나가 유행하며 전부 다 따라하지 않냐. 다른 이들과 똑같아야 안심하고 소속감을 느끼는 것 같다. ‘인형으로 남들이 하면 무조건 하려는 무작정 쫓아가는 모습을 풍자하려 한다. 주인공 인형이도 남들의 얼굴이 다 똑같으니 자신도 그렇게 되어 이 사회에 속해야지 생각하는 인물이다. 이 사회의 획일성을 역설적으로 표현하려 했고 자신을 돌아보게끔 하고 싶었다.”

Q. 아무래도 성형은 미용이다 보니 여자 감독보단 영화화함에 있어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다.

A. 영화를 위해 매우 많은 부분을 찾아봤다. 너무 징그러워도 안 되고 너무 요즘 유행하는 얼굴도 안 되더라. 때문에 어떤 스타일로 할까 많이 찾아봤다. 성형한 사진을 보기도 하고 온라인 속 인간 바비 인형에 대해서도 봤다. 아름다우면서도 기교한 느낌을 주고 싶어 가면, 인형도 자세히 봤다. 3D 작업을 하는 친구의 도움을 받아 그림을 3D로 만들어 각도별로 프린트를 했다. 이 자료를 특수 분장을 맡은 박애니 팀장에게 보내 분장을 맡겼다.”

Q. 유독 특수 분장에 신경을 많이 써야 됐던 ‘인형 촬영의 고충은.

A. 느와르와 판타지 장르를 좋아한다. 사실 ‘인형외에도 성형을 소재로 여러 가지 다양한 시나리오를 썼다. 좀 더 사실적이면서 독특한 분장을 원했다. 분장은 물론 촬영, 조명에 많은 공을 들여 찍고자 했다. 특수 분장이 핵심이라 여기에 전폭적으로 지원했고 나 역시 이런 특수 분장은 처음이라 재료를 아끼기 보다는 완성도 있게 촬영하고 싶었다. 작년 9월에 촬영해 올 6월 후반 작업이 끝났다. 후반작업에서 얼굴 라인과 피부를 좀 더 매끄럽게 표현하기 위해 색 보정을 위해 3~4달이 걸렸다. 감독으로서 첫 작품이지만 색 보정, 편집, 음악, CG 등 제작진으로도 참여한 작품이다. 다른 작품과 달리 분장도 미술도 많았다. 또 마스크를 쓰면 입이 얼마나 크게 벌려질지 몰라 후시 녹음을 했다. 때문에 찍은 건 3일인데 후반작업이 오래 걸린 셈이다. 특수 분장에 신경 쓰느라 연기, 세트, 대사 등에 더 많은 신경을 쓰지 못해 아쉬움도 있지만 잘 끝내서 다행이다. (웃음)”

사진제공=노도연 감독
Q. 오래 걸리는 분장 때문에 배우들도 엄청 고생했다고 들었다.

A. 메이크업도 그렇고 배우들이 정말 많이 고생했다. 가면을 얼굴에 붙이는 것만 1시간 이상이 걸려 리허설 할 시간이 절로 줄어들기도 했다. 또 가면을 풀로 붙이는데 몇 시간 이상 유지하고 있으면 안 되더라. 그러나 촬영 상 시간이 초과되어 엄마 역을 맡은 배우는 피부에 트러블이 생기기도 했다. 또 주인공과 친구는 가면을 쓰고 있으니 이상하다고 어서 벗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3회 차 촬영으로 24시간 넘게 촬영을 이어가기도 했다. 다들 고생이 많았다.”

Q.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전 외국의 유명 영화제에 초청받았다고.

A. 팜스프링스 국제영화제에 초청받았다. 당시 성형에 대해 한국보다 더 신기해하더라. 실제로 한국여성들 사이에서 성형 수술이 많이 이루어지는 줄 알고 있더라. CG없이 특수 분장을 한 것을 좋게 봤다. (웃음) 영화가 끝나고 얼마나 성형을 하는지도 묻고 그냥 신기해했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GV(관객과의 대화)에서는 성형보다는 특수 분장, 얼굴 디자인에 대한 질문이 많았다. ‘인형에 내용을 더 붙여 장편으로 제작하자는 제의도 미국에서 받았지만 고민 중이다.”

Q. 처음부터 영화감독이 꿈이었는가.

A. 중어중문학과, 철학과 공부 후 뉴욕 시카고로 유학을 떠났다. 3년 전 드라마 외주제작사에서 조연출로 일했다. 각색 작가, 광고회사 프리랜서 등으로도 일했다. 시카고 예술학교 영화과에서 공부했을 때 조각수업, 페인팅, 음악 스탑모션 등 여러 부분을 배워 관심이 많았다. 항상 영화를 하려는 생각이 있었다.”

Q. ‘인형에 이은 차기작은 준비되어 있는 상태인가.

A. 올 가을에 단편 영화를 찍을 예정이다. 그리고 장편 시나리오도 쓰고 있다. 두 작품 모두 스릴러이다. 단편은 특수 분장과 세트가 없고 미행을 소재로 삼았고 장편은 최면과 기억에 관련된 범죄 이야기다. 기대해 달라. (웃음)”

사진제공=노도연 감독
Q. 마지막으로, 영화인으로 산다는 건.

A. 영화를 만든다는 게 영화 안의 세상을 창조하는 것 아니냐. 지금 일하고 있는 세상과 또 다른 세상이 있는 것. 사는 세상과 앞으로 만들고 싶은 세상 안에서 살아가는 듯하다. 두 공간을 공존하고 있어 즐겁고 행복하다.”

최준용 기자, 손진아 기자,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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