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제완구 및 유아용품 업체인 소예는 작지만 주목 받던 기업이었다.
대한민국 '국가대표 유모차' 업체라는 수식어도 아깝지 않을 정도. 일각에선 명품 S사의 유모차와 맞붙어도 이길 수 있는 기술력을 확보한 기업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코스닥 상장 10여년 만에 시장에서 퇴출됐다. 이후 주요 사업분야 중 하나였던 봉제완구 공장은 문을 닫았고 유모차 부분만 살아남아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소예를 잘 안다고 밝힌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하던 일만 했으면 이 회사는 상당한 회사로 성장했을 것이다. 창업자가 왜 주식을 매각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아쉬워했다.
1974년 설립된 소예는 1999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됐다.
유모차의 경우 국내시장 점유율이 40%에 육박하던 때도 있었고 매출액 또한 700억원을 넘어 1000억원 이상 달성을 목표로 성장하던 회사였다.
하지만 2007년 창업자 집안에서 회사를 매각한 이후 경영권이 수차례 변경되면서 회사가 망가지기 시작했다.
특히 2008년 A모씨와 B모씨가 임원으로 근무하면서 약 377억원에 달하는 회사 예금을 무단 인출한 뒤 반환하지 않는 사건이 벌어졌고 이때부터 회사는 벼랑 끝 위기까지 몰렸다.
무엇보다 다급했던 건 소액주주들. 당시 소예는 소액주주 비중이 30%가 넘었기 때문에 소액주주들이 의결권을 모아 경영진을 교체하려했다.
전임 회장과 임원의 횡령 사실 고발 후 대표이사직에서 억울하게 물러났던 D씨 등 전 임원진을 다시 복귀시키려 했던 것. 하지만 전 경영진들이 자신들이 지명한 C씨를 경영지배인으로 선임하려해 다툼이 벌어졌다.
특히 이 과정에서 전임 회장이 고용한 경비용역들이 대거 몰려 물리적 충돌 우려까지 벌어졌고 본사 사무실을 차지하기 위해 직원들의 입·출입을 차단하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또한 소액주주간 의견 다툼도 벌어졌다. 두 곳의 소액주주 모임에서 각자 지지하는 경영진이 달라 대립각을 세운 것. 한 곳은 법인까지 설립해 회사를 살리려고 했고 다른 한 곳은 새로운 경영지배인에게 힘을 실어줘 회사 정상화 방식을 요구했다.
그러나 회사는 안팎으로 잡음이 계속됐고 5개월의 개선 기간에도 특별한 개선점이 없어 결국 상폐됐다.
상폐 이후에도 소예는 이슈를 만들어 냈다. 또 다른 상장사 아티스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를 통해 코스닥 시장에 다시 재 상장하려했던 것. 하지만 이 같은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고 결국 소예는 유모차 사업부분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창업자나 최대주주가 지분을 매각할 경우 투자자 입장에선 냉정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며 "단순 경영권 변경 기대감만으로 투자에 나서면 큰 손해를 입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매경닷컴 최익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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