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08월 26일(11:48)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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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를 모았던 국내 첫 조건부자본증권, '코코본드'가 결국 '투자자 보호' 이슈에 발목이 잡혔다.
금융감독원이 공모형 코코본드에 대해 개인(리테일)투자 제한을 검토하면서 발행 일자가 차일피일 미뤄지는 사이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결국 예상 모집 금액을 채우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26일 투자금융(IB)업계에 따르면 JB금융지주가 총 2000억원 규모로 진행한 기관 수요예측은 모집 예정금액을 채우지 못한 채로 끝났다.
이번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JB금융지주 코코본드는 발행금리가 연 6.2%로 결정됐다. JB금융지주 코코본드는 제도권 금융회사가 내놓는 6%대 고금리 회사채라는 점에서 발행 초기부터 시장에 관심이 높았다.
높은 경쟁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던 JB금융지주 코코본드가 결국 미달을 낸 것은 발행 일정이 3차례 연기된 것과 무관치 않다는 게 채권 시장 관계자들 시각이다. 애초 4일로 예정됐단 발행일자가 22일에 이어 26일 29일로 3차례 미뤄졌다. 이유는 감독 당국이 코코본드에 대해 개인투자 제한 조건을 내걸었기 때문.
금융감독원은 코코본드가 기존 후순위채보다 위험이 크고, 국내 투자자들에게는 생소한 투자 상품이라는 이유로 리테일 판매 제한을 시도했다. 공모 형태라 법적으로 개인투자를 제한할 근거가 없다"는 발행사측과 "불완전 판매가 발생할 수 있다"는 감독당국 의견이 대립하면서 발행 일자가 계속 밀렸다. 그 사이 기관투자자들 사이에서 "코코본드에 뭔가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퍼지면서 투심이 위축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결국 감독당국은 JB금융지주 코코본드 청약 자격을 기관 50억원 이상, 개인 10억원 이상으로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증권사들이 관련 채권을 사들여 리테일로 판매하는 경우에도 최소 투자단위는 10억원을 유지하도록 했다. 사실상 일반 개인투자자들은 코코본드에 투자하기 어려워진 조건이다.
실제로 코코본드는 기존 은행권 후순위채보다 금리가 높은 대신 위험도 높다. 이번 JB금융지주 회사채는 '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이다. 금융기관이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되거나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이 5% 이하로 내려가는 경우 '상각' 된다. 이는 투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채권시장 관계자들은 코코본드가 개인 투자를 제한할 정도로 고위험 투자상품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한다. 한 증권업계 프라이빗뱅킹(PB)관계자는 "감독당국이 분기는 물론 연간으로 은행 건전성 비율을 감시하고 있기 때문에 갑자기 손실조건에 진입한다고 보기는 어렵고 공모형 회사채라 거래소에서 장내 매매도 가능하다"며 "주식투자보다 위험하다고 보기 어려운데, 굳이 감독당국이 개인투자를 제한하려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JB금융지주 코코본드가 예상 수요를 채우지 못하면서 다른 은행들도 고민에 빠졌다. 국내 시중은행을 포함한 금융권의 후순위채 발행 잔액은 33조원에 달한다. 은행들은 바젤Ⅲ가 적용됨에 따라 올해 말부터 후순위채를 상환하고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코코본드를 발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코코본드 발행 외에는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투자자 보호'가 걸림돌이 될 경우 자본확충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은행들 코코본드 발행을 지원해온 금융위원회도 난감한 상태다.
최근 금융위는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불필요한 규제 완화 차원에서 '은행법 및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을 추진 중이다. 국내 은행들 코코본드 발행을 활성화하도록하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그러나 JB금융지주 코코본드 흥행 실패로 입법 추진 동력이 떨어질 위기에 처했다. 관련 개정안은 내달 초 국무회의 안건으로 올라갈 예정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채권이 가진 위험보다 금리가 높아 정부에서도 이번 코코본드가 개인투자자에게 좋은 투자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생각했고 개인도 투자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의견을 감독원에 전달했다"며 "최근 동양 사태 등으로 감독원이 새로운 투자 기회보다는 '투자자 보호쪽에 무게를 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은행들이 코코본드를 자유롭게 발행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지난 2월 '은행법 및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지난해부터 '바젤Ⅲ '가 도입되면서 국내 은행 등 금융회사들이 영업활동에 필요한 자본확충을 위해 코코본드 발행해야 하는 필요성을 정부도 인식했기 때문이다.
[서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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