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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호 행장, 주전산기 관련 임직원 3명 검찰 고발
입력 2014-08-27 17:39  | 수정 2014-08-27 23:27
이건호 행장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사 입구. 천막 농성 중인 노조원들이 이건호 행장 퇴진을 요구하면서 3주째 출근 저지 투쟁을 펼치고 있다. 국민은행 영업점에는 다음달 3일로 예정된 금융노조 총파업 참여를 독려하는 포스터가 덕지덕지 붙어 있다.
직원들은 일손을 놓은 채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을 둘러싼 'KB 내분'을 지켜보며 여전히 수군거리고 있다. 국민은행 임원 인사가 26일 단행된 가운데 다음주에는 후속 부서장ㆍ지점장, 팀장ㆍ팀원 인사도 예정돼 있어 은행 내부적으로 어수선하다. 이 행장은 이날 미얀마로 출장을 떠났다. KB금융지주는 곧 임원 인사를 단행한다. 지난 두 달간 이어진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 이후 봉합될 듯하던 KB 사태가 '주전산기 임직원 3명 검찰 고발'을 계기로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금감원, 공정거래위원회에 이어 검찰까지 KB 사태에 직간접으로 관여하게 된 것이다.
국민은행은 IT본부장인 조근철 상무뿐만 아니라 KB금융지주 최고정보책임자(CIO)인 김재열 전무와 문윤호 KB금융지주 IT기획부장 등 3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26일 검찰에 고발했다.
국민은행은 고발장에서 "임원 3명은 유닉스 시스템이 성능시험에서 1700회나 다운되는 등 명백히 성능시험을 통과하지 못했음에도 여러 가지 환경을 조작하고 시스템이 다운된 사실을 은폐했다"고 지적했다.

이 행장은 매일경제와 통화하면서 "지난 5월부터 '중대한 범죄'로 판단하고 책임을 물어야 할 사람들을 고발하기로 생각했다"며 "이사회에서 유닉스 전환 관련 감사보고서 접수조차 거부된 상황에서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금감원에 요청했고 제재심 결과가 나왔으니 형사고발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지주와 싸우려는 게 결코 아니라 당사자들에게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은행은 내년 7월 IBM과 주전산 시스템 계약 만료를 앞두고 유닉스로 변경하는 방안을 이사회에서 결정했다. 하지만 이 행장 등 경영진은 특별감사를 통해 '유닉스에 관한 이사회 보고서가 조작됐다'는 의혹을 제기했으며, 이 같은 주장이 이사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자 5월 중순 금감원에 검사를 요청하면서 KB 내분이 외부로 처음 드러났다. 이에 맞서 국민은행 사외이사들은 불공정 거래 혐의로 IBM을 공정위에 제소했다. 이 같은 이 행장과 사외이사 간 불협화음은 이 행장과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 간 '힘 겨루기'로 확산되기에 이르렀다. 중간에 감사원이 관여하기도 했다. 현재 주전산기 선정 작업은 잠정 중단된 상황이다.
KB금융지주는 이 행장이 검찰에 고발한 데 대해 적잖이 당황하고 있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전날 국민은행 인사도 탕평 인사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IT임원 검찰 고발로 인해 찬물을 끼얹었다"고 염려했다.
이에 앞서 지난 22~23일 KB금융그룹 화합을 위해 실시된 경영진 템플스테이 행사에서도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다. 22일 저녁 임영록 회장만 숙소를 단독 배정한 데 대해 항의하던 이건호 행장이 계열사 대표들과 언쟁을 벌이다가 밤늦게 먼저 귀가하는 등 KB 내분은 불씨를 남겼다.
KB 내분 사태가 석 달간 이어지면서 KB금융그룹 위상도 추락하고 있다. 국민은행 원화 예수금 점유율은 2012년 20.9%에서 2013년 20.9%를 거쳐 올해 상반기 20.5%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우리(17.5%) 신한(16.4%) 농협(15.8%) 등은 점유율을 끌어올리면서 바짝 추격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국민은행 순이익은 5462억원으로 신한(8421억원) 기업(6195억원) 하나(5568억원) 등 경쟁 은행에 밀렸다. 금융권 관계자는 "KB 내분으로 경영 공백이 이어지면서 국민은행 영업력이 사실상 모두 멈췄다"고 평가했다.
금융당국도 KB 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제재심에서 해당 직원들이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금감원이 중징계를 했던 것"이라며 "행장이 지주회사 직원 등을 검찰에 고발하는 것을 보니 조직 내 갈등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강계만 기자 /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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