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리뷰]`루시`, 어렵거나 매력적이거나
입력 2014-08-25 15:56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섹시스타 스칼렛 요한슨은 역시 매력적이다. 금발에 육감적인 몸매가 눈길을 끈다. 겁에 질려 눈물을 떨구는 얼굴에서는 연민이, 특정 합성 물질로 인해 이상한 힘을 얻어 막강해진 뒤 상대를 바라보는 싸늘한 표정에서는 도도함과 자신감이 오롯이 전해진다. 영화 '루시'의 여주인공이다.
'루시'는 평범한 삶을 살던 여자 루시(스칼렛 요한슨)가 어느 날 미스터 장(최민식)에게 납치돼 몸속에 합성 약물을 넣은 채 운반책으로 이용당하고, 사고로 몸속의 약물이 터지면서 초능력을 얻게 되는 이야기다. 나약했던 존재는 상상하지 못할 기억력을 비롯해 자연·우주의 모든 것도 통달할 수준까지 도달한다. 그런 능력을 얻게 된다는 건 누구나 한 번쯤 꿈꾸겠지만, 그 힘을 제어하기에는 감당하지 못할 시련이 있다. 인간의 존재가 위협받을 정도다.
뇌를 주제로 한 '루시'는 인간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뇌용량 5%~10%를 넘어 20%, 40%, 100%까지 도달하면 어떻게 될까를 상상한 감독의 실험적이고 철학적인 내용이 가득하다.
어려울 수도 있다. 자연과 인간, 번식과 영생, 선과 악, 세계와 우주 등을 포괄적으로 담아낸 신선하고 독특한 영화다. 첫 장면부터 다큐멘터리 영상을 따온 듯 자연을 비롯해 생명의 기원, 우주의 탄생 등이 주인공들의 이야기와 오버랩된다. 영화가 끝나고 나면 생각할 거리가 많다는 다른 말이다.
특별한 힘을 얻은 루시가 자신을 이렇게 만든 미스터 장을 향한 복수로만 점철될 것 같지만, 그렇지는 않다. 영화는 루시를 통해 인간의 존재에 관해 묻는 것도 특징이다.
뤽 베송 감독은 전문가들로부터 얻은 조언과 자신의 상상력을 더해 관객의 지적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루시가 시공간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는 초능력을 얻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이 신기하다. 뇌를 완벽하게 활성화하면 사물에 이어 사람까지, 그리고 모든 것을 조절할 수 있게 된다는 설정은 그럴 법도 할 것 같다. 이 영화를 보는 재미이기도 하다. 물론 누군가에게는 영화에서처럼 인간의 뇌활용 능력이 100%가 된다면 벌어지는 일이 무섭게 다가올 수도 있다.
'루시'는 스칼렛 요한슨의 다양한 변화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것도 장점이지만 최민식의 연기도 꼽아야 한다. 할리우드 데뷔작에서 최민식은 악한을 연기했다. 스칼렛 요한슨과 오묘한 시너지 효과를 낸다. 두 사람이 대면할 때마다 뿜어져 나오는 매력들이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최민식의 힘이다. 스칼렛 요한슨과 최민식은 이 영화가 가진 특색있는 소재와 주제에 더불어 또 다른 매력을 전하는 요소들로 작용한다.
인간의 뇌 활성화를 소재로 했던 '리미트리스'(2012)와는 비슷한 듯하지만 또 다르다. '리미트리스'가 개인의 욕심에 집중하고 일개인에 주목한 반면 '루시'는 좀 더 복잡하다. 인간과 우주 모든 것을 건드렸다. '루시'는 또 총기 액션과 자동차 추격전 등 짜릿한 볼거리도 많다.
개봉 직후 미국 박스오피스 1위를 시작으로 전세계 시장에서 2억 달러의 수익을 올리며 흥행하고 있다. 90분. 청소년관람불가. 9월3일 개봉.
jeigun@mk.co.kr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