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차에 치이고 사람에 밀리고…유명무실 자전거 도로
입력 2014-08-24 19:40  | 수정 2014-08-24 21:04
【 앵커멘트 】
전국적으로 자전거 인구는 이제 천만여 명에 달합니다.
하지만 자전거 도로 곳곳에는 여전히 불법 주정차가 판치는 데다 보행자들 마저 자전거 도로를 넘어오기 일쑤입니다.
박준우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청계천을 따라 이어진 자전거 도로.

이륜차에 가로막힌 자전거가 가외로 내몰립니다.

아슬아슬 차량 사이를 오가는 곡예 주행이 이어지고,

또 다시 차에 밀려 부딪치는 아찔한 상황이 연출됩니다.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인구가 많은 서울 여의도의 자전거 전용 차로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길게 늘어선 택시들.

공용 주차장을 방불케 하지만 이들이 주차한 곳은 자전거 전용 차로입니다.

결국 자전거 이용자는 차를 피해 도로로 나가거나 인도를 침범할 수밖에 없습니다.

▶ 인터뷰 : 정동일 / 자전거 이용자
- "차가 없을 때는 자전거 도로를 가급적 이용하려고 하는데 이렇게 차가 주차돼 있으니까 자전거 도로 자체를 이용 못 해요. 그러니까 인도로 다니는 거예요."

인도 위에 설치된 자전거 도로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붉은색으로 표시된 자전거 도로는 보행자와 차들에 점령당한지 오래입니다.

▶ 스탠딩 : 박준우 / 기자
- "지하철 2개 역 사이에 있는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입니다. 제가 직접 자전거를 타고 이 구간을 달려보겠습니다."

얼마 못가 보행자에 가로 막히고, 자리를 차지한 차량들에 밀려 인도로 넘어갑니다.

불과 3백 미터 밖에 안 되는 구간에 불법 주정차된 차량만 5대.

원칙적으로 자전거 이용자들은 자전거 도로를 벗어나면 안 되지만 불가피하게 인도를 침범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불법 주정차 차량 운전자들은 오히려 왜 주차하면 안 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입니다.

▶ 인터뷰 : 불법 주정차 택시 운전자
- "자전거 한두 대 지나가는 것 때문에 자전거 도로를 만들어 놓은 건 아니잖아요. 자전거는 다니지도 않는데 택시 서지 말라 하면 우린 항의할 수밖에 없는 거예요."

이러다 보니 자전거 도로 불법 주정차 단속 적발 건수는 지난해만 2만 9천여 건, 올해도 이미 만 9천여 건에 달합니다.

보다 못한 서울시도 대책을 내놨습니다.

차량과 보행자가 침범할 수 없도록 새로운 자전거 도로를 고안한 겁니다.

▶ 인터뷰 : 김지수 / 서울시 보행자전거과 주무관
- "불법 주정차를 막기 위해 자전거 도로 단차를 좀 더 높이고요. 또 보행자와 부딪치면 안 되니까 보행자 분리를 위해 녹지라든지 보도상 지장 시설물을 이용해 분리 시설을 설치했습니다."

하지만, 예산 문제상 707km에 달하는 기존 자전거 도로를 모두 이런 형태로 바꾸기는 어려운 상황.

기존 도로에는 CCTV를 추가로 설치해 단속하는 방법 밖에는 없지만 효과는 미지수입니다.

자전거 인구 천만 시대, 자전거 이용자들을 배려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한 때입니다.

MBN뉴스 박준우입니다. [ideabank@mbn.co.kr]

영상취재 : 김 원 기자
영상편집 : 박기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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