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밋빛 전망과 확인되지 않은 루머로 급등한 테마주의 씁쓸한 모습을 보여준 케이스다."
전기차 대장주로 꼽혔던 CT&T는 꽤 화려했다.
골프장에서 사용되는 카트(Cart)가 CT&T 제품으로 바뀌고 유명인이 해당 제품을 시승하는 모습이 공개되자 이 회사는 주식시장에서 핫(HOT)한 종목이 됐다. 여기에 전세계적으로 전기차 붐이 일고 우리나라 역시 녹생성장 기조에 맞춰 친환경적 전기차를 전략산업으로 키우겠다고 발표하자 CT&T에 대한 기대감은 증폭됐다.
주식시장만 봐도 당시 분위기를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CT&T는 우회상장을 통해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는데 상장 전부터 어떤 기업을 통해 우회상장 할 지 여부를 두고 루머가 속출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우회상장 껍데기 기업으로 이처럼 여러 기업이 꼽혔던 케이스는 많지 않다고 평가할 정도.
당시 우회상장 대상으로 꼽혔던 기업은 엑큐리스, 제이튠엔터, 선우중공업, 경윤하이드로, 지앤디윈텍 등 5곳이 넘었고 해당 종목의 주가는 기대감만으로 요동쳤다. 특히 제이튠엔터의 경우 2009년 10월 우회상장 기대감으로 2배 이상 급등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당시 CT&T의 영향력이 현재 코스닥 시가총액 1위를 기업인 셀트리온이 지난 2008년 5월 코스닥 상장사 오알켐을 통해 우회상장을 결정하면서 11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을 때와 비슷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우회상장은 시장 기대와 달리 퇴출 직전에 놓인 CMS라는 곳을 통해 이뤄졌는데 이 과정에서도 잡음은 속출했다.
우회상장 과정에 CMS 전(前) 대표이사의 28억원 규모 횡령 혐의 발생에 이어 상장폐지 검토 대상 지정, 주권매매 거래 정지 등 악재가 이어졌다. 금융감독원 역시 CT&T와 CMS의 합병신고서를 세 차례나 거부하기도 했다.
우여곡절을 거치긴 했지만 2010년 7월 CT&T는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고 앞 날은 청명해보였다.
그러나 시장 입성 후에 공개된 CT&T의 성적표는 초라하다 못해 처참했다.
상장 후 반년도 안돼 공개된 2010년 영업이익은 마이너스(-)5088%나 추락해 영업손실 420억원을 기록했고 당기순손실은 698억원에 달했다. 또 적자가 누적되면서 자본잠식률은 84.7%까지 올라갔다.
그간 말로만 밝혀왔던 다양한 전기차 사업이 제대로 진행된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CT&T는 전기차 버스 등 시속 60㎞ 미만으로 달리는 저속(低速) 전기차 보급을 내세웠지만, 총 판매 대수는 겨우 100여대 판매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적이 기대치를 밑돌고 사업도 지지부진함이 알려지자 2000원대 중반이던 주가는 액면가를 밑돌기 시작했고 막판에는 130원대 동전주로 추락했다. 이 과정에서 기대감으로 투자했던 개미투자자들의 피해가 속출하기도 했다.
CT&T는 결국 2012년 4월 정리매매를 거쳐 증시에서 퇴출당했는데 회사 측은 법원에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했지만, 법원은 "회사를 살리기보다는 청산하는 게 낫다"며 청산을 결정해 결국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당시 시장에서 추산했던 전기차 시장 규모는 수 조원에 달했다"며 "이처럼 장밋빛 전망에 홀려 기대감만으로 투자하는 것은 위험한 투자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매경닷컴 최익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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