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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기획…‘팩션사극’②] ‘역사왜곡’ 논란, 새로운 방패막이로 떠오른 ‘팩션사극’
입력 2014-08-22 11:30  | 수정 2014-08-22 11:59
[MBN스타 금빛나 기자] 오늘날 팩션사극이 뜨거운 인기를 끄는 이유 중 하나는 고증의 압박이나 역사왜곡 논란에서 한층 자유롭다는 것이다.

역사적 사실에 있을 법한 상상의 이야기를 가미해 만들어지는 팩션사극은 역사적 기록과 고증을 철저하게 따르는 정통사극에 비해, 고정된 틀에서 벗어나 다양하고 신선한 소재들을 다룰 수 있다. 여기에 시청자들의 흥미를 끌 수 있는 신선한 소재에 극적인 재미까지 더할 수도 있다.

팩션사극의 또 다른 장점 중 하나는 바로 기존의 사건에 대해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수양대군이 조카인 단종의 왕위를 빼앗고 단종의 보좌 세력이자 원로대신인 황보·김종서 등 수십 인을 살해, 제거하고 정권을 잡은 계유정난을 배경으로 한 사극들은 종종 제작돼 왔다. 앞선 드라마들이 계유정난을 주된 내용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갔다면 조선판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이라고 불린 드라마 ‘공주의 남자(2011)는 이 시대를 산 수양대군의 장녀 이세령(문채원 분)과 김종서의 막내아들 김승유(박시후 분)의 비극적인 사랑을 다루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공주의 남자에서도 계유정난이 등장하지만 이는 그저 이들의 사랑을 극적으로 만든 요소일 뿐, 그 자체가 주요 소재로 작용되지는 않았다.

팩션사극들은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있을 법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이렇듯 장점이 많아 보이는 팩션사극이지만, 이를 향한 곱지못한 시선 또한 상당하다. 때로는 허구적 요소에 집중한 나머지 실존하는 역사적 기록을 무시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심지어 사극에서 역사왜곡 논란이 일어날 때 꼭 등장하는 방패막이 중 하나는 바로 팩션사극 핑계다.

지난 2013년 4월 방송된 SBS 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이하 ‘장옥정)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조선시대 대표적인 악녀로 상징되는 장희빈을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하겠다는 ‘장옥정은 주인공인 장희빈을 한복디자이너로 그리면서 삐거덕거리기 시작했다. 상상력을 가미한 것은 좋으나 궁으로 들어오기 전 그 시대 있을 리 만무한 현대식 패션쇼에, 사대부가 자제들이 남녀구분 없이 모여 벌이는 오작교 연회, 조선시대 있을리 만무한 마네킹, 심지어 굽이 있는 하이힐까지 등장하면서 대중의 뭇매를 맞았던 것이다.

이에 대해 당시 제작진이 해명하고 나선 것은 바로 팩션사극이었다. ‘장옥정의 제작진은 패션에 대해 현대적으로 표현한 것일 뿐 역사를 왜곡하는 것은 아니다”며 ‘장옥정은 정통사극이 아닌 퓨전 사극이니 감안해서 봐 달라”고 사태를 수습했다.

사진=장옥정 캡처
역사왜곡으로 끊임없이 논란에 시달렸던것은 MBC 드라마 ‘기황후도 마찬가지였다. 고려출신 공녀에서 원나라 제1황녀 자리에 오른 기황후의 삶을 재조명한 ‘기황후는 기황후를 둘러 싼 후대의 엇갈린 역사적 평가에, 고려시대 최악의 폭군 충혜왕을 매력적인 왕으로 미화시키면서 방송전부터 역사왜곡 역풍을 맞게 됐다. 실제 역사적 기록에 따르면 충혜왕은 각종 악행과 새 어머니를 겁탈하는 등 음탕한 짓을 일삼다 중국 원나라에 의해 폐위된 폭군이다. 하지만 ‘기황후에서의 충혜왕은 자신을 견제하는 세력의 눈을 속이기 위해 세자시절 악소배 흉내를 낼 뿐, 실제로는 원나라에 맞서는 자주적이면서 남성적 매력이 넘치는 왕으로 표현됐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대중들은 크게 분노했고, 결국 한 발 물러선 제작진은 충혜왕의 이름을 왕유라는 가상의 왕으로 바꾸면서 진화에 나섰다.

이후에도 논란이 계속되자 ‘기황후의 한희 PD는 ‘기황후의 기본장르는 정통도 퓨전도 아닌 팩션사극이다. 이는 실존 인물도 많이 나오고 역사적 기록과 고증을 토대로 하면서도 극의 가장 중심이 되고 핵심이 되는 이야기 대부분이 창작이기 때문”이라며 기황후에 대한 기록이 단출한 까닭에 ‘기황후의 내용은 전적으로 작가들의 창작에 의한 것이다. 역사적 발자취를 더듬고자 한 의도는 전혀 없으며 실존 인물과 허구의 이야기가 많이 섞어있는 것을 알아 두셨으면 좋겠다”고 해명했다.

방송 이후에도 크고 작은 역사왜곡들은 존재했다. 원나라시대 시대환경과 어울리지 않는 현대의 타로카드의 등장은 애교고, 역사적 기록에 따르면 선한 성품으로 많은 이들의 칭송을 받다가 병에 들어 조용히 눈을 감은 바얀 후투그를 두 얼굴의 황후로 만든 뒤 사약을 먹여 사형시키는 등으로 역사적 사실과는 다른 방향으로 전개된 것이다. 이 모든 것이 ‘팩션사극이라는 방패막이 뒤에서 펼쳐진 이야기였다.

이 외에도 많은 사극들은 역사왜곡이 일면 하나같이 ‘팩션사극 카드를 내민다. 팩션사극은 앞서 말한 것처럼 허구의 내용을 다루지만 역사적 사실을 다루기도 한다. 상업적인 목적으로 오락성에 치우친 나머지 허구인 사실마저 진짜 역사인 듯 꾸며내고, 그러다보니 시청자는 허구와 사실을 구분하기 어려운 상황까지 이르렀다. 이 같은 팩션사극의 역사왜곡 문제는 대중들에게 잘못된 지식을 심어줄 가능성이 크다. 심지어 한류열풍으로 국내 드라마가 세계로 수출되는 상황 속 국내 역사를 모르는 이들에게까지 왜곡된 역사관과 가치를 전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하다.

아무런 고민 없이, 아무런 역사적 공지도, 사전 경고메시지 없이 단순한 재미를 위해서 팩션사극을 제작한다면 언젠가 그로 인해 자신의 생명를 스스로 갈아먹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팩션사극 역사왜곡 논란의 마스터키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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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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