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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기자24시]스타의 아이스버킷과 김장훈의 단식
입력 2014-08-21 21:33  | 수정 2014-08-21 22:24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조우영 기자] 하루 이틀 사이 인터넷상에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동영상 콘텐츠가 있다. 루게릭병 환자를 돕기 위한 유명인들의 아이스 버킷 챌린지(일명 '얼음물 샤워') 영상이다.
보도자료에 의한 관련 기사 역시 수 천개가 21일 쏟아져 나왔다. 연예인을 시작으로 정치인도 가세했다. 기부금은 물론, 애초 취지대로 루게릭 환자에 대한 환기가 이뤄졌으니 캠페인은 아주 성공적이라 할 만하다.
욕을 먹은 이도 있다. 얼음물을 끼얹는 행동은 차가운 물이 갑자기 몸에 닿을 때처럼 근육이 수축되는 고통을 겪는 루게릭 환자들을 이해하고자 한 것인데, 이러한 의미를 모르고 그저 '재미 삼아' 유행에 휩쓸린 듯한 인상을 준 이들이다. 그들 본의야 어찌 됐든, '홍보' 수단으로 비쳐진 이에 대한 대중의 반감이다.
하지만 어차피 대중의 호불호는 중요하지 않다. 자의이건 타의이건, 취지를 알았건 몰랐건, 선의로 기획된 캠페인에 참여한 행동은 그 자체 어떤 식으로든 긍정적인 결과물을 남겼다.

문득 궁금한 가수가 있었다. 평소 의(義)로운 일이라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김장훈이다. '아이스버킷' 같은 캠페인에 빠질 인물이 아닌 그가 이번엔 조용했다.
아직까지 그를 지목한 연예인이 없는 모양이다. 세월호 피해자 유가족 광화문 단식 농성에 동참 중인 그의 건강을 염려한 동료 연예인의 배려였을까. 아니면, 김장훈을 지목해 친분을 과시할 만큼 그가 현재 정상의 인기는 아니어서일까.
김장훈의 요즘 행보를 두고 일각에서는 '간헐적 단식의 선두주자'라는 비아냥도 들린다. 공연을 앞두고 단식에 참여했던 김장훈은 사실 예고한 일정이 끝났음에도 2차 3차 단식을 중간 중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를 두고 일부 네티즌은 '그게 무슨 단식이냐'며 비웃고 있다.
또 하나 짚고 넘어갈 점이 있다. 김장훈이 광화문 광장에 앉아 있는 동안, 그를 찾아온 이들은 누구였을까. 세월호 피해자 유가족이 기다린 박근혜 대통령이나 정부 인사들이 아니었다. 대신 김장훈 측 관계자가 끝까지 기자에게 보도화하지 말아달라 부탁한 이들이 있었다.
바로 '돈 좀 빌려 달라'는 다양한 계층의 갖가지 애처로운 사연이 담긴 사람들이었다. 그간 100억원이 넘는 돈을 사회에 기부한 김장훈이다. 워낙 어려운 형편의 약자를 모른 척 넘기지 않는 그이다 보니 일개 가수가 그들에겐 희망의 끈이었을 테다.
이날 다소 다른 의미로 얼음물을 뒤집어쓴 한 남자의 조용한 목소리를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골형성부전증이란 희귀병을 앓고 있는 김영웅 씨다. 1m도 되지 않는 작은 키의 그는 자신의 머리 위에 얼음물을 붓기 전 다음과 같이 말했다.
"수학여행에 한껏 들떠 있던 우리 아이들에게 그 무서운 바닷물이 얼마나 차갑고 시려웠을까요? 지금도 여야의 갈등으로 진상규명에 꼭 필요한 특별법 통과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습니다. 긴 시간 단식을 이어오고 있는 유민 아버님의 수척한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이 미어집니다."
"왜 우리는 멀리 외국 스타들을 따라서 난생 처음 얼음물을 끼얹는 용기를 내는데, 정작 우리 모두의 문제에 대해서는 답답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 아무도 기꺼이 먼저 나서지 않는 걸까요? 미안하고 속상한 마음입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된 세월호특별법 통과를 바라는 마음으로 용기를 내서 아이스버킷을 뒤집어쓰려고 합니다."
김영웅 씨 목소리의 울림이 크다. 김장훈의 단식이 지성(知性)에 주린 배를 더욱 움켜지게 한다. 한 번 쯤 곱씹어봐야 할 일이다.

fact@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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