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코스피 주저앉힌 `기관 매물폭탄`
입력 2014-08-21 17:25  | 수정 2014-08-21 19:23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논의와 중국 경제지표 부진으로 코스피가 박스권(1950 ~ 2050)으로 되돌아왔다.
코스피는 21일 외국인의 매수세에도 기관의 대규모 매도로 전날보다 28.57포인트(1.38%) 하락한 2044.21에 장을 마쳤다.
SK하이닉스가 1.1% 오른 것을 빼고는 삼성전자(-2.06%) 현대차(-0.88%) 포스코(-2.17%) 등 시가총액 상위주들이 대거 하락했다.
주목할 점은 최근 매도로 일관하고 있는 기관의 자금 동향이다. 이날 코스피에서 기관 전체 순매도는 3722억원으로 지난 6월 5일(4351억원)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20~21일 이틀 동안 기관이 빼낸 자금은 6000억원을 넘어 코스피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특히 기관 계정 중에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의 자기자본 매매를 뜻하는 '금융투자'에서 이날 순매도한 규모가 2615억원에 달했다. 기관 전체 매도의 70%를 차지하는 것으로 지난 6월 3일(2809억원) 이후 금융회사가 기록한 가장 큰 매도 물량이다.
외국인이 이날 코스피200 선물시장에서 1만2000계약 넘게 팔아치운 것도 영향을 미쳤다.
증시 전문가들은 증권 및 자산운용사들이 단기적인 시세차익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금융투자 항목에서 대량 매도가 나타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중호 동양증권 연구위원은 "7월 말~8월 초 기관과 외국인 모두 코스피가 2100선까지 도달할 것으로 기대하고 종목이 아닌 지수를 사는 비차익 매수를 많이 했는데 최근 주가 상승동력이 약해지면서 일시에 강한 매도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재만 하나대투증권 연구위원은 "주식을 매매하는 부서에서 기존에 오른 종목을 정리하고, 새롭게 팔고사는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매도 물량이 크게 늘어났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증권사들이 향후 주가 전망은 긍정적으로 내놓으면서 자기매매는 내다파는 모순된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증권업계 관계자는 "리서치센터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수 방향성을 예측하지만 매매부서는 수익을 내기 위한 단기 대응이 필요해 서로 입장이 다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제 관심은 주가가 계속 박스권에 갇힐지, 아니면 2100선을 타진할 모멘텀을 다시 찾을 수 있을지 하는 점이다.
일단 대외 악재 여파가 가실 때까지 단기로는 박스권 장세가 유력해 보인다. 코스피 급락 요인이 G2발 악재인데 당장 해소될 성질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날 공개된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에서 기준금리 조기 인상론이 확인됐고, 21일 시작된 미 중앙은행 연례회의(잭슨홀 미팅)를 놓고 관망세가 불가피하다. 또 중국의 8월 HSBC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 잠정치(50.3)가 전달(51.7)이나 시장전망치(51.5)를 밑돌면서 최근 부정적인 중국 지표가 잇따르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중국 모멘텀 기대가 약화되면서 코스피가 당분간 2020~2050선에 머물 것"이라며 "다만 국내기업 실적이 바닥을 찍고 반등 기미를 보이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김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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