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는 매력 있고 개성 넘치는 캐릭터가 다수 등장합니다. 이 캐릭터는 관객을 울리기도, 웃기기도 하면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이런 캐릭터에 대해 더 자세하게 알아보기 위해 ‘가상인터뷰를 준비했습니다. 가상인터뷰는 극중 캐릭터의 설정을 반영한 픽션입니다. 실제 인물의 생각과는 무관할 수 있음을 밝힙니다. <편집자 주>
[MBN스타 손진아 기자] 둘이 합쳐 폐는 1.5개, 다리는 3개.”
이보다 아름답고 멋진 커플이 또 있을까. 한정된 나날 속에서 서로를 애틋하고 더 애틋하게 생각하며 사랑하는 모습이 감동적이고 예쁘지 않을 수가 없다. 진실된 사랑을 나눈 헤이즐과 어거스터스 커플의 이야기다.
헤이즐은 항상 산소통을 캐리어처럼 끌고 호흡기를 생명줄처럼 차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재미있는 일이 발생했다. 집에 틀어박혀 리얼리티 쇼나 보며 하루를 축내는 자신을 걱정하는 가족에게 등 떠밀려 어쩔 수 없이 참석한 암 환자 모임에서 꽃미소가 매력적인 어거스터스를 만난 것이다. 담배를 입에 물었지만 불은 붙이지 않는 ‘상징적인 행동으로 헤이즐의 맹비난을 재치 있게 받아넘긴 어거스터스는 시크하고 우울증마저 겪는 헤이즐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두 사람은 소설책을 나눠 읽으며 급속도로 가까워졌고, 어거스터스는 헤이즐이 그토록 좋아하는 네덜란드의 작가를 만나게 해주기 위해 ‘지니의 소원을 빌어 암스테르담 여행을 제안했다.
가족과 주변의 걱정과 만류에도 불구하고 생애 처음으로 여행길에 오른 두 사람. 자신을 시한폭탄이라 생각하고 사랑하는 것들과 선을 그었던 헤이즐과, 거절당할까 두려워 진실을 감춰왔던 어거스터스는 서로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았고, 예측불허인 이들의 사랑은 이 세상의 존재하는 아름다운 커플 중 상위 1%였다.
손진아 기자(이하 손): 안녕하세요. 현재 몸 상태는 좀 어떠한가요? 호흡기를 찬 모습조차 사랑스럽다던 어거스터스의 말을 익히 들었는데 실제로 보니 그 말이 어떤 의미인지 알 것 같아요.
헤이즐: 쑥스럽네요. 현재는 나쁘진 않은 것 같아요. 폐에 물이 차기 시작하면 정말 고통스러운데, 아직은 멀쩡하네요.(웃음) 암치료를 받을 때면 간호사가 항상 고통을 수치로 물어봐요. 1에서 10까지 있으면 어느 정도냐고 말이죠. 그럼 전 항상 말할 힘은 없으니 손가락 아홉 개를 펴서 보여줘요.
손: 어거스터스를 만나기 전에는 투병 생활이 어땠나요? 확실히 전후가 많이 다를 것 같아요.
헤이즐: 하늘과 땅 차이에요. 일단 심적인 상태부터 달라져요. 어거스터스를 만난 이후론 조금 더 안정된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그냥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든든하고 그런 느낌 있잖아요. 그게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저에겐 정말 큰 힘이 돼요. 그는 저에게 한정된 나날 속에서 영원을 주었죠.
손: ‘한정된 나날 속에서 영원을 주었다는 말이 와닿네요. 어거스터스와 함께 지내는 생활로 인해 사는 게 더 특별해졌고, 특별한 일도 많았을 것 같아요.
헤이즐: 어거스터스에겐 이삭이라는 친구가 있어요. 이 친구는 눈이 아파요. 한 번은 이삭에게 여자친구가 있었는데 그녀에게 차이고 돌아온 거예요. 헤어지잔 이유가 너무 괘씸해서 어거스터스와 세 명이서 이삭의 전 여자친구의 집앞을 찾아가 계란 테러를 벌였어요. 그런 복수나 장난은 평생 해본 적 없었기에 재밌으면서도 이삭이 통쾌해 하는 모습에 뿌듯함도 생기더라고요. 재밌는 경험이었죠.
손: 이삭 전 여자친구에게 복수하자는 계획은 이삭의 아이디어였나요? 그래도 계란 테러가 좀 더 쿨하게 그녀를 잊을 수 있는 계기가 됐겠어요.
헤이즐: 어거스터스의 아이디어였어요.(웃음) 아, 그때 여자 집앞에 찾아가 어거스터스가 한 말이 생각났어요. ‘우리가 비록 셋이 합쳐서 눈은 4개, 다리는 5개, 폐는 2개 밖에 안되지만 계란은 24개나 있거든?이라고 소리쳤는데 그 모습이 어찌나 멋져보이던지…. 그 멘트가 별거 아닌 것 같은데 몸안 깊숙이에서 자신감을 끌어올려줬어요.
손: 어거스터스 이야기를 할 때마다 눈에서 하트가 발사되는 게 사랑에 푹 빠져있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요. 부럽기도 하고요. 하하.
손진아 기자 jinaaa@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