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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권 감독 "강예원·송새벽에게 고맙죠"
입력 2014-08-21 11:20  | 수정 2014-08-21 13:39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한쪽에서는 1000개가 넘는 스크린에도 표가 없어 영화를 못 본다고 한다. 다른 한쪽에서는 조금만 더 상영관을 확보하면 관객을 한 명이라도 더 만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않다. 영화 '명량'의 흥행 여파는 엄청나다. 여기에 '해적: 바다로 간 산적', '해무' 등 대작들을 비롯해 마니아층이 강한 외화들도 상영관을 차지하고 있다.
20일 개봉한 반전 로맨틱코미디 '내 연애의 기억'의 이권 감독은 멋쩍게 웃었다. "아쉽긴 하죠. 오늘부터 상영하고 반응이 좋으면 상영관이 늘어날 수도 있지만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어요. 우리가 어떻게 할 순 없는 부분이니까요. '명량'의 김한민 감독도 무슨 말을 할 수 없지 않을까요? 일단 마음을 비웠어요. 입소문이 나면 당연히 좋겠지만요."
스크린 독점에 대해 할 말이 많을 것 같은데 이권 감독은 더 이상의 말은 아꼈다. 상영관은 부족하지만 콘텐트로 경쟁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내 연애의 기억'은 예산도 적고, 엄청난 인기의 배우들이 출연한 작품도 아니다. 하지만 닳고 달은 로맨틱 코미디를 신선하게, 반전이 돋보이도록 만든 영화다. 번번이 연애에 실패하던 은진(강예원)이 운명적으로 만난 남자 현석(송새벽)과 인생 최고의 연애를 이어가던 중, 그에게 숨겨진 믿을 수 없는 비밀들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감독의 남녀 주인공의 특징을 잘 살린 재기발랄한 연출력과 강예원·송새벽의 연기 호흡이 영화 보는 맛을 전한다. 한상운 작가가 프랑스 고전 단편 '푸른 수염'을 한국식으로 바꿨고, 이를 이권 감독이 각색했다. 여자주인공 중심의 이야기에 남자주인공 비중과 역할을 늘렸고, 그 조화는 자연스럽고 부드럽다. 강예원이 코믹으로 초반을 이끌어간다면 송새벽은 후반을, 그것도 살벌하게 책임진다.
"예원씨에게 특히 고맙죠. 솔직히 시작은 상업영화 출연 배우를 캐스탕할 만한 예산이 아니었어요. 사실 단막극 형태로 콘텐츠 진흥원의 지원을 받은 작품이었는데 마감 시한이 있어서 촬영에 빨리 들어가야 했죠. 많은 매니지먼트사에 부탁했는데 예원씨가 이 시나리오를 보고 하겠다고 한 거예요. 그러면서 예원씨가 '남자배우 캐스팅됐느냐?'고 물었고, '안 됐으면 송새벽씨를 추천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자리가 마련됐고 함께하게 됐어요."(웃음)
이권 감독은 제작이 안 될 수 있던 작품에 남녀 주인공이 캐스팅돼 기뻤을 텐데, 촬영하면서 더 좋아했을 것 같다. 남녀 주인공이 자기 역할을 톡톡히 했기 때문이다. 강예원은 자기를 내려놓고 망가지면서 웃음을 주고, 송새벽은 코믹 배우로 소비된 게 억울했던 것처럼 반전 모습을 제대로 보여준다.
"예원씨는 솔직하고 털털하며 재미있어요. 예원씨의 장점인 것 같아요. '퀵'이나 '헬로우 고스트' 등에서 비슷하면서도 다른 매력을 풍겼잖아요. 배우는 입체적인 면을 가지고 있을 때 매력적인 것 같아요. 예원씨 최고였죠. 새벽씨는 솔직히 말하면 분량이 예원씨보다는 적잖아요. 그런데도 그의 연기가 존재감 가득하게 받아들여지더라고요. 예원씨는 모르는 게 있으면 그때그때 얘길 나누면서 연기하는 타입인데 새벽씨는 혼자 고민하는 스타일이에요. 현석 캐릭터가 어려운데 혼자 고민을 하며 연기했고, 나중에 편집한 걸 보면 잘 표현이 돼 있더라고요. 송새벽이라는 배우의 내공이 관객에게 전달될 수 있게 되어 있더라고요."(웃음)
이권 감독의 이력은 화려하다. 영화와 드라마, 광고, 뮤직비디오 감독으로 활동했다. 김태용·민규동 감독의 '여고괴담-두 번째 이야기' 연출부로 영화계에 발을 담근 그는 과거 감독 데뷔를 준비하다 3~4년을 흘려보냈다. 준비하던 영화가 제작이 무산돼 좌절했지만 또 다른 기회가 왔다. 그룹 슈퍼주니어가 출연한 영화 '꽃미남 연쇄 테러사건'을 시작으로 다큐멘터리, 드라마 '닥치고 꽃미남 밴드' 등 다양하게 이력을 쌓았다.
"준비하던 영화가 안 돼 허무해졌는데 그런 인고의 시간을 좋은 경험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재미있는 게 있으면 재지 말고 하자는 생각으로 열심히 일하고 있죠. 사실 영화감독이 꿈이었는데 어떻게 보면 7년 만에 돌아온 거예요. 제자리에 온 건지는 모르겠는데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잘 전달할 수 있는 매체에 온 것 같아 좋아요. 뮤직비디오도 재미는 있지만 일단 중요한 건 음악이고, 광고는 광고주가 갑이잖아요. 드라마는 작가의 의견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구조고요. 개인적 친분은 없는데 봉준호 감독님 같은 분이 롤모델이에요. 직접 콘티도 그리고 자기 이야기를 할 줄 아시는 분 같거든요."
'여고괴담' 연출부였으니, 최근 중국 여배우 탕웨이와 결혼한 김태용 감독이 롤모델일 줄 알았는데 아니다. 유부남이라서 그럴까, 부러워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김태용 감독님에게 배운 게 있어요. 그때 '여고괴담' 출연 배우들이 공효진, 김규리, 이영진, 박예진 등이었는데 항상 따뜻하게 먼저 물어보시더라고요. 디렉션을 일방적으로 주는 게 아니라 '너는 여기서 어떻게 할 것 같아?'라면서 배우들과 교감하더라고요. 출연진은 이것저것 이야기했고, 감독님이 그 사람들의 정서를 반영시키는 거예요. 깊은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다니까요. 그게 인상적이었어요. 탕웨이도 그런 점에서 반한 게 아닐까요? 하하하"
그래서였던 걸까. 최근 만났던 강예원과 송새벽은 촬영장에서 이권 감독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줬다고 했었다. "독특한 자신만의 스타일도 있고, 이야기를 풀 줄 아는 능력도 대단하다"고 했다. 특히 강예원은 "영화적 재미를 잘 이해하는 감독"이라고 추어올리기도 했었다.
이권 감독은 "두 분이 잘 연기해준 덕분"이라며 "고맙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그는 "배우들과 스태프들에게 보답하고 싶은데 가능할지 모르겠다. 손익 분기점을 넘겨야 이들에게 적은 돈이라도 돌아갈 텐데…"라고 아쉬운 마음을 덧붙였다.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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