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의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에서 허드슨강을 따라 북쪽으로 40여분 달리면 닿는 한적한 시골마을 테리타운(TarryTown).
조용한 전원생활을 누리려는 뉴요커들이 정착한 이 동네는 매년 8월이면 전 세계 70여 개국에서 모인 청년(만 18세~35세)들로 들썩인다.
올해는 75명의 젊은이들이 8월 16일~23일까지 일주일간 테리타운의 EF 뉴욕 캠퍼스에 머물며 기아, 인권, 난민, 종교 등의 국제정세와 이슈에 대해 심도 있는 토론을 갖고, 이를 통해 갈등 해소와 해결방안을 모색한다.
이 자리는 다국적의 차세대 리더들이 모인 만큼 문화 교류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상호교류를 통해 글로벌 시대가 요구하는 역량을 키우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들은 유엔 산하기구 UNAOC(UN Alliance Of Civilization)와 글로벌 교육기업 EF(Education First)가 공동으로 개최하는 ‘UNAOC-EF Summer School(이하 서머스쿨)에 참가한 각국 젊은이들이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참가인원이 다소 줄었다. 이에 대해 EF 크리스토퍼 맥코믹(Christopher McCormick) 학술부문 수석부사장은 UNAOC와 공동으로 진행한 첫해였던 지난해에는 적지 않은 인원(100명) 때문에 이동시나 행사 진행에 어려움을 많았다”면서 수월한 프로그램 진행을 위해 올해는 지원자 중 75명을 선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에서는 13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김소정(연세대 졸)씨와 이하경(용인외고 3학년)씨 2명이 참가했다. 이 서머스쿨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UNAOC와 EF의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야한다. 뉴욕 EF스쿨에서 모든 프로그램이 진행되기 때문에 영어회화는 수준급이어야 한다.
하지만 전 세계를 무대로 꿈을 펼치고자 하는 각국 젊은이들은 해마다 늘고 있다. 올해도 지원자가 190여 개국에서 10만 명을 훌쩍 넘었다. 지원서를 온전히 제출한 사람만 1만5000여 명이고, 한국에서만도 2600여 명이 지원했다. 이중에서 단 75명만 선정하다보니 경쟁률만 200:1에 달했다.
지난 17일 열린 개막행사 모습. 이날 79개국에서 온 참가자 75명과 한국을 포함한 7개국 취재진이 앞으로 5일 간 진행될 프로그램의 개막을 축하했다.
17일 오전 9시 프로그램의 시작을 알리는 오프닝 세리머니에서 UNAOC 의장 나시르 압둘라지즈 알 나세르(Nasir Abdulaziz Al-Nasser)는 UNAOC는 ‘인류가 서로의 차이보다는 공통적인 가치를 중시한다는 원칙을 바탕으로 서머스쿨을 진행해 왔다”면서 이번 기회를 통해, 젊은이들이 함께 모여 공통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서로 평등한 분위기 속에서 국제 사회 과제들에 대해 더욱 심도 있게 논의할 기회를 가지게 되길 바란다”고 동영상을 통해 메시지를 전했다.
이어서 EF 대표 에바 코컴(Eva Kockum)은 UNAOC-EF 서머스쿨은 상호문화간의 교류를 장려하고, 서로 다른 국가와 지역 출신의 젊은이들 사이에 공통 이해관계 형성을 목적으로 한다”며 이번 서머스쿨을 통해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해소하고, 교육을 통해 세계를 하나로 연결하는 데 기여하게 되어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하며 행사의 개막을 알렸다.
개회식 이후 자니아브 하와 반구라(Zainab Hawa Bangura) UN 성폭력 특별대사의 특별강연이 이어졌다. 그녀는 서머스쿨에 참석자들에게 자신을 성폭력에 희생당한 여성들을 지원(Support)하는 게 자신의 업무”라고 소개하고, 성폭력을 당한 여성들은 사회적응력이 떨어지고 결국 일생을 가난하게 보낼 수밖에 없다”고 말해 경각심을 일깨웠다.
이태리에서 알바니아 사회운동가를 활동 중 올해 서머스쿨에 참가한 데나다 데쟈(Denada Dedja, 33)는 성폭력은 전 인류의 문제다. 하지만 이민자 사회에게 더욱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 같다. 이는 이민자들을 이류 또는 삼류시민으로 보는 사회적 시각 때문이라 생각한다”고 말하자.
반구라 특별대사는 성폭력은 희생자가 속한 사회(또는 그룹)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여행지, 심지어 난민 또는 수용과정에서 발생하기도 한다”면서 때문에 이들을 포용하는 나라들 역시 성폭력 교육이 절실한 현실”이라고 답했다.
아울러 희생자들이 빠른 사회적응을 위해서는 벌어진 일에 대해 침묵하지 말고 밖으로 알리라”고 조언하며, 언제, 어디서든 알려야 한다. 혼자서 할 수 없으면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것도 좋다. 무엇보다도 ‘하겠다는 결심이 가장 중요하다”고 역설해 큰 호응을 얻었다.
[뉴욕 테리타운 = 매경닷컴 조성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