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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도 즐기는’ 男농구, 압박수비의 매력에 빠지다
입력 2014-08-20 12:04 
남자농구대표팀이 강력한 압박수비로 세계무대에 도전장을 던진다. 사진=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남자농구대표팀이 40분 내내 펼치는 압박수비는 숨이 턱턱 막힌다. ‘가드 왕국인 서울 삼성도 대표팀 앞에서는 영혼까지 탈탈 털릴 정도다.
그런데 선수들의 표정이 신기하다. 공격보다 수비를 할 때 웃는다. 공을 뺐지 못하면 아쉬움에 땅을 친다. 동료들이 몰려와 잘했다고 격려한다. 또 수비가 성공하면 여기저기서 칭찬의 탄성이 쏟아진다. 표정은 밝기만 하다.
이번 대표팀의 색깔은 확실하다. 40분 내내 펼치는 풀코트 압박수비다. 신체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선택이다. 그러나 엄청난 체력 소모를 동반한다. 힘들어 슛을 쏘기도 힘들 정도다. 그런데 대표팀은 이 수비를 완벽하게 해내고 있다. 심지어 선수들은 수비를 즐기고 있다.
유재학 대표팀 감독도 수비의 재미를 알면 못 빠져나온다. 우리 애들이 수비의 맛을 알기 시작한 것”이라고 흡족하게 웃으며 대만족이다.
선수들은 이 고통스러운 압박수비를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즐겨도 즐기는 게 아니라는 것이 공통된 목소리다. 그만큼 괴롭고 힘들다.
대표팀에서 잔뼈가 굵은 김주성은 5분만 뛰어도 죽을 것 같다. 정말 힘들지만 참고 뛰는 것”이라며 그래도 선수들이 다 같이 수비를 하기 위해 이를 악물고 뛰고 있다. 수비 하나하나가 쌓여서 좋은 결과를 만든다는 것을 다들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주성은 수비 때 가장 많이 소리를 치는 사령관이다.

김태술도 혀를 내두른다. 김태술은 경기 중간에 ‘감독님 더는 못 뛰겠습니다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로 힘들다”며 예전 KGC에서 우승을 할 때 앞선 압박수비가 정말 강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때보다 두 배는 더 강하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당시 KGC 감독을 맡았던 이상범 대표팀 코치도 우리가 우승할 때 압박수비보다 더 세다”고 인정했다.
그런데도 김태술의 얼굴에서는 어쩔 수 없는 미소가 번진다. 김태술은 이 수비의 맛이 있다. 꼭 스틸을 하지 않아도, 아깝게 터치아웃만 되더라도 선수들이 다 같이 흥이 난다. 후반전에 상대가 지친다는 것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웃었다.
이어 김태술은 센터나 포워드들의 뒷선 압박도 정말 큰 도움이 된다. 평소 익숙하지 않은 압박수비인데도 많이 올라와서 도와주기 때문에 정말 힘들 텐데도 거의 기계처럼 전체가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아직 부족하다. 뉴질랜드전에서 자신감이 생겼다고 생각했는데 삼성전에서 트랩을 걸었는데도 용병이 쉽게 득점을 하더라”며 월드컵에서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처참하게 깨지지 않고 돌아오겠다”고 강조했다.
유재학 감독은 막판까지 수비의 완성도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유 감독은 우리는 40분 내내 압박수비로 밀어붙일 것이다. 우리가 마지막 체력에서 앞설 수 있다. 충분히 훈련은 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남자농구는 16년 만에 세계무대에 도전장을 던진다. 오는 30일부터 다음달 14일까지 스페인에서 열리는 국제농구연맹(FIBA) 농구월드컵에 출전한다. 24개국 가운데 최약체로 꼽히지만, 기적의 1승을 따내기 위해 굵은 땀을 쏟고 있다. 대표팀은 25일 결전지인 스페인으로 출국해 30일 앙골라와의 조별리그 D조 1차전을 갖는다
월드컵을 마친 뒤에는 인천아시안게임에 참가해 2002년 부산 대회 이후 12년 만에 금메달을 노린다.
이젠 세계와 아시아 본 무대에서 무섭도록 강해진 압박수비를 즐기는 일만 남았다.
[min@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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