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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상희의 에딘버러 프린지페스티벌 리포트⑫] 세계로 향할 자신감을 얻은 프린지에서의 마지막 공연
입력 2014-08-19 16:28 
24명의 비가비 전사들
마지막 공연의 막이 내렸다. 주희가 뛰어와 나를 안는다. 눈물이 고여 있는 눈동자를 애써 외면했다. 그렇지 않으면 나도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울어버릴 것만 같았다. 생각해보면 애써 외면했던 것이 이순간만은 아니었다. 20대 젊은 아이들조차 살인적인 스케줄이라고 말하는 에딘버러에서의 일정들을 4살짜리 현이의 유모차를 밀고 뛰어다니며 오히려 내게 힘내라고 늘 밝게 웃어주던 주희와 줄희 두 자매에게 향하는 고마운 마음도 자제해야만 했다.

아침마다 멋쟁이 줄희가 자기 얼굴에 화장도 못하고 비가비 배우들의 분장과 머리를 해줄 때도, 무예의 여신으로 등장하는 첫 장면에서 한손으로 높이 들어 올려야하는 깃발의 대가 남자들도 들기 힘든 무거운 쇠로 되어 있어 춤을 추며 파르르 떨리는 주희의 뒷모습을 볼 때도, 엄마랑 이모를 정신없이 쫓아다니느라 힘들어 유모차에서 잠을 자며 도로롱 도로롱 코를 골던 현이의 모습에서도 나는 애써 미안해하지 않으려고 했다.

지금 미안해하면 이 팀을 이끌어갈 자신이 사라져버릴 것만 같았다. 하루하루가 전쟁과도 같았던 에딘버러에서의 15일, 24명의 비가비 전사들. 모두에게 진심으로 고맙고 미안하다.

가족과 같은 비가비 식구들
객석을 가득 채운 관객들

[MBN스타]‘픽 오브 더 프린지(PICK OF THE FRINGE)의 효과 덕분인지 마지막 비가비 극장공연은 객석이 가득 메워졌다. 정말로 많은 관객들이 에딘버러에서 펼쳐진 우리의 마지막 공연을 지켜봐주었다. 막이 끝날 때마다 터지는 환호는 3년 전 천안의 폐공장에 모여 연습할 때 장맛비가 공장 지붕위로 다다다다 떨어지는 소리를 관객들의 박수라고 생각하며 환하게 웃던 그날의 그 빗소리와 꼭 같았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기립박수가 터져 나왔다.
시훈연출의 부상 투혼

공연이 모두 끝나도 관객들은 자리를 뜨지 않았다. 배우들이 차례로 인사하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봐주었다. 아이들이 갑자기 몰려들어 헹가래를 칠 때도 관객들은 마치 자신들의 일인 것처럼 박수를 치며 환호해주었다. 어쿠스틱뮤직센터의 기술 감독님과 매니저 분께서는 비가비가 자신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인기가 많았다며 더 오래 공연을 했으면 좋겠다고 아쉬워한다.
마지막 공연후의 즐거움

이 꿈과 같은 시간들을 오래오래 간직하고 싶다. 아름다운 에딘버러의 거리들과 예술인들의 자유가 넘쳐나는 프린지 페스티벌 그리고 더욱 아름답고 굳건한 비가비 사람들! 이 모든 것들이 하나로 어우러져 살아있음을 환호하게 한다.
공연을 마치고 마지막까지 함께 한 관객들과

젊은 예술가들이라면 꼭 한번 자신들의 작품을 가지고 이 곳 프린지 페스티벌에 참여하길 바란다. 프린지는 늘 목마르기만 한 예술의 힘이 어떻게 꽃피워지는지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가능하다면 한국에 돌아가서 프린지 페스티벌에 도전하고자 하는 예술인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어줄 수 있는 방법들을 모색하려 한다. 거리홍보를 하기 위한 방법과 홍보물에 대한 조언들을 위해 로얄마일에서 거리 홍보하는 여러 팀들이 홍보전단지와 홍보방법들을 기록해두었다. 그리고 열정만 있다면 돈이 없어도 할 수 있는 최고의 홍보인 거리공연에 대한 여러 가지 노하우에 대한 것도 공유하고 싶다. 또 프린지 페스티벌을 찾아오는 관객들의 성향에 대한 것도 나름대로 분석하여 그들의 작품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 기쁨은 나눌수록 커진다고 했으니 내가 오늘 느끼는 이 기쁨을 더욱 크게 만들어내고 싶다.
8분의 매트깔기 작전

오늘처럼 마지막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면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 두렵지 않을 것 같다.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얻은 새로운 희망을 가지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내일 아마 우리는 한 뼘 떠 성숙해져있을 것이다.

성상희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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