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공연의 막이 내렸다. 주희가 뛰어와 나를 안는다. 눈물이 고여 있는 눈동자를 애써 외면했다. 그렇지 않으면 나도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울어버릴 것만 같았다. 생각해보면 애써 외면했던 것이 이순간만은 아니었다. 20대 젊은 아이들조차 살인적인 스케줄이라고 말하는 에딘버러에서의 일정들을 4살짜리 현이의 유모차를 밀고 뛰어다니며 오히려 내게 힘내라고 늘 밝게 웃어주던 주희와 줄희 두 자매에게 향하는 고마운 마음도 자제해야만 했다.
아침마다 멋쟁이 줄희가 자기 얼굴에 화장도 못하고 비가비 배우들의 분장과 머리를 해줄 때도, 무예의 여신으로 등장하는 첫 장면에서 한손으로 높이 들어 올려야하는 깃발의 대가 남자들도 들기 힘든 무거운 쇠로 되어 있어 춤을 추며 파르르 떨리는 주희의 뒷모습을 볼 때도, 엄마랑 이모를 정신없이 쫓아다니느라 힘들어 유모차에서 잠을 자며 도로롱 도로롱 코를 골던 현이의 모습에서도 나는 애써 미안해하지 않으려고 했다.
지금 미안해하면 이 팀을 이끌어갈 자신이 사라져버릴 것만 같았다. 하루하루가 전쟁과도 같았던 에딘버러에서의 15일, 24명의 비가비 전사들. 모두에게 진심으로 고맙고 미안하다.
아침마다 멋쟁이 줄희가 자기 얼굴에 화장도 못하고 비가비 배우들의 분장과 머리를 해줄 때도, 무예의 여신으로 등장하는 첫 장면에서 한손으로 높이 들어 올려야하는 깃발의 대가 남자들도 들기 힘든 무거운 쇠로 되어 있어 춤을 추며 파르르 떨리는 주희의 뒷모습을 볼 때도, 엄마랑 이모를 정신없이 쫓아다니느라 힘들어 유모차에서 잠을 자며 도로롱 도로롱 코를 골던 현이의 모습에서도 나는 애써 미안해하지 않으려고 했다.
지금 미안해하면 이 팀을 이끌어갈 자신이 사라져버릴 것만 같았다. 하루하루가 전쟁과도 같았던 에딘버러에서의 15일, 24명의 비가비 전사들. 모두에게 진심으로 고맙고 미안하다.
가족과 같은 비가비 식구들
객석을 가득 채운 관객들
[MBN스타]‘픽 오브 더 프린지(PICK OF THE FRINGE)의 효과 덕분인지 마지막 비가비 극장공연은 객석이 가득 메워졌다. 정말로 많은 관객들이 에딘버러에서 펼쳐진 우리의 마지막 공연을 지켜봐주었다. 막이 끝날 때마다 터지는 환호는 3년 전 천안의 폐공장에 모여 연습할 때 장맛비가 공장 지붕위로 다다다다 떨어지는 소리를 관객들의 박수라고 생각하며 환하게 웃던 그날의 그 빗소리와 꼭 같았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기립박수가 터져 나왔다.
시훈연출의 부상 투혼
공연이 모두 끝나도 관객들은 자리를 뜨지 않았다. 배우들이 차례로 인사하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봐주었다. 아이들이 갑자기 몰려들어 헹가래를 칠 때도 관객들은 마치 자신들의 일인 것처럼 박수를 치며 환호해주었다. 어쿠스틱뮤직센터의 기술 감독님과 매니저 분께서는 비가비가 자신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인기가 많았다며 더 오래 공연을 했으면 좋겠다고 아쉬워한다.
마지막 공연후의 즐거움
이 꿈과 같은 시간들을 오래오래 간직하고 싶다. 아름다운 에딘버러의 거리들과 예술인들의 자유가 넘쳐나는 프린지 페스티벌 그리고 더욱 아름답고 굳건한 비가비 사람들! 이 모든 것들이 하나로 어우러져 살아있음을 환호하게 한다.
공연을 마치고 마지막까지 함께 한 관객들과
젊은 예술가들이라면 꼭 한번 자신들의 작품을 가지고 이 곳 프린지 페스티벌에 참여하길 바란다. 프린지는 늘 목마르기만 한 예술의 힘이 어떻게 꽃피워지는지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가능하다면 한국에 돌아가서 프린지 페스티벌에 도전하고자 하는 예술인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어줄 수 있는 방법들을 모색하려 한다. 거리홍보를 하기 위한 방법과 홍보물에 대한 조언들을 위해 로얄마일에서 거리 홍보하는 여러 팀들이 홍보전단지와 홍보방법들을 기록해두었다. 그리고 열정만 있다면 돈이 없어도 할 수 있는 최고의 홍보인 거리공연에 대한 여러 가지 노하우에 대한 것도 공유하고 싶다. 또 프린지 페스티벌을 찾아오는 관객들의 성향에 대한 것도 나름대로 분석하여 그들의 작품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 기쁨은 나눌수록 커진다고 했으니 내가 오늘 느끼는 이 기쁨을 더욱 크게 만들어내고 싶다.
8분의 매트깔기 작전
오늘처럼 마지막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면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 두렵지 않을 것 같다.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얻은 새로운 희망을 가지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내일 아마 우리는 한 뼘 떠 성숙해져있을 것이다.
성상희 단장